정보사 대령 "롯데리아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

안홍기 2025. 7. 1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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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내란 재판... 정성욱 대령 증인 신문

[안홍기 기자]

 왼쪽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 권우성·유성호
불명예 제대한 전직 정보사령관인 노상원이 계엄에 동원할 요원들을 뽑으라고 정보사령부(아래 '정보사') 간부에게 연락한 것은 지난해 10월 초였고, 계엄 선포 상황이 예고된 문서가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에게 전달된 것은 지난해 11월 9일경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 직원을 체포할 요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선 '전라도 출신을 배제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야구방망이와 케이블타이 등 '체포 물품' 구매대금은 정보사령관의 격려금으로 메웠다.

15일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군사기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재판에는 2명의 정보사 요원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중 신○○ 증인은 신변 보호를 요청해 증인 신문이 비공개로 진행됐고, 정성욱 대령에 대한 증인 신문은 공개됐다.

정성욱 대령은 김봉규 대령과 함께 노상원, 문상호의 지시를 받아 계엄시 설치될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에 편성될 정보사 요원 40명을 선발하고, 중앙선관위 직원들에 대한 심문 등을 준비한 이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증인 신문 내용과 제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정성욱 대령에게 노상원이 전화한 것은 지난해 10월 초였고 이때 정성욱은 '여단장이나 사령관의 지시가 있어야 한다'며 거부했지만, 곧이어 문상호가 '대량탈북 징후'를 언급하면서 인원 선발을 지시해 이를 이행했다고 한다. 문상호로부터 '김봉규와 명단을 조정해 재작성하라'는 지시를 받고 김봉규의 연루 사실을 알았으며, 10월 27일 김봉규를 만나 40명 명단 초안을 만들어 문상호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전라도 출신 배제' 문상호 지시로 알아... 장관님 지시이니 따라야 하지 않느냐 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12월 1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만나 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상록수역 인근의 롯데리아 매장. 이날 두 전현직 사령관은 정보사 소속 대령 2명을 햄버거집으로 불러 '중앙선관위 전산 서버를 확인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지현
정성욱은 이것이 노상원의 지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지시한 것은 문상호였다는 것이다. 그는 '요원을 선발하면서 전라도 출신을 제외하라'는 지시도 문상호로부터 받았다고 증언했다.

문상호는 지난해 11월 10일 정성욱을 호출해 사령부에서 대화했는데 이에 대해 정성욱은 "(김용현 국방)장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 중요한 임무가 있다, 선관위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증언했다.

같은 날 정성욱은 김봉규를 만나 A4 10장 분량의 문서를 전달받았다. 김봉규는 전날 경기도 안산에서 노상원, 문상호를 만나 이 문서를 받았고 이를 정성욱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비상계엄이 곧 선포될 것이라는 내용, 부정선거에 가담한 중앙선관위 직원 30명 명단, 선관위 직원 체포 등 정보사의 임무, 망치, 케이블타이 등 필요한 물품,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구성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지난해 11월 17일 노상원, 문상호, 김봉규, 정성욱은 안산에 있는 한 롯데리아에서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노상원은 정성욱, 김봉규를 질책했다고 한다. 임무를 전달했는데 왜 아무 준비를 안 했냐는 것이다. 노상원은 돈은 나중에 주겠다면서 체포에 쓸 물품을 사라고 재촉했다. 노상원은 야구방망이를 자기 책상 위에 올려놓으라면서 '위협하면 다 분다'고 했고, 선관위 직원을 잡아오면 케이블타이로 묶어놓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노상원은 먼저 자리를 떴다. 이후 "문상호 사령관님께서 '장관님 지시가 있으니까 따라야 되지 않겠느냐' 해서 장관님 지시로 뭔가 이루어지는구나 생각했다"고 정성욱은 증언했다. 또 "문상호 사령관이 장관의 지시를 받아서 한 거라고 인지했고, 문상호 사령관은 장관을 조력하고 있구나라고 이해했다"고 밝혔다.

"문상호가 '안 일어나길 바라지만 이왕이면 잘 해야' 말해"

정성욱은 롯데마트, 다이소, 네이버쇼핑 등을 통해 야구방망이, 망치, 가위, 송곳, 드라이버, 니퍼, 종이재단기, 신발주머니 등을 구입했다. 신발주머니는 선관위 직원을 체포한 뒤 씌울 두건 대신이다. 구입 대금은 정성욱이 지불했는데, 이후 정보사령관 격려금 30만 원이 정성욱의 계좌로 입금됐다.

신발주머니는 나중에 안대로 대체하기로 했다. 정보사 요원들이 체포 물품 사용 연습을 하면서 '케이블타이로 묶는 것은 위험하다, 두건을 씌우는 것도 위험하다'는 의견을 내서 케이블타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고 안대를 구입했다는 것이 정성욱의 주장이다.

지난해 11월 19일 문상호, 김봉규, 정성욱은 함께 산책을 했는데, 이때 문상호가 체포 물품은 구입했는지, 각 조별 임무는 어떻게 할당됐는지 등 계엄 준비 상황을 확인하면서 김봉규에게 언성을 높이고 짜증을 낸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정성욱은 "저는 간단하게 끝냈고, 김봉규 대령에게 질문을 많이 했던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노상원, 문상호, 김봉규, 정성욱은 지난해 12월 1일 다시 안산의 롯데리아에서 만났다. 노상원이 일방적으로 임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는 상황이었고, 당시에는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날까 의구심이 컸고 다소 건성으로 들었다고 하면서 정성욱은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이게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롯데리아 매장 내) CCTV 영상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노상원 지시를) 받아 적다가 중간에 CCTV를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바로 위에 있는 CCTV를. 이게 도대체 말도 안되는 소릴 뭐 이런 데서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실제로 한 1~2분 정도 CCTV를 쳐다봤습니다."

노상원의 지시가 끝난 뒤 함께 듣고 있던 문상호가 임무 완수를 강조했다. 정성욱에 따르면 문상호는 '장관님 지시이니 명령에 따라야 되지 않겠느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이왕이면 잘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노상원은 자택 근처 롯데리아로 현직 정보사의 수장과 장교들을 불러내면서 햄버거를 사주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증인 신문에서는 정성욱 대령이 롯데리아에서 지불한 7900원짜리 영수증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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