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 받고 살아 돌아오더라도 국가폭력은 끝나지 않아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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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공판안내 |
| ⓒ 김잔디 |
오전 10시에 열린 제2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4재고합36)에서 최낙균 변호사가 망인이 된 20명의 피고인을 대신해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다.
"그동안의 재판 기록과 과거 행적으로 보건 데, 어렵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셨던 분들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 겪었을 것이고, 돌아오지 못한 분들도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살아 돌아오더라도 감시와 편견에 고통받다 돌아가셨을 것이다. 오늘 재판을 받는 20명은 이 자리에 없지만, 뒤늦게나마 명예 회복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피고인이지만 4·3특별법 상으로는 희생자인 스무 분에게 위로가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국가의 과오가 없기를 희망하고, 미래를 위한 큰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
망 문00은 1949년 6월 10일 제주지방법원에서 법령 제10호 위반죄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벌금 1만 원을 선고받았다. 기록에 남아있는 그의 혐의는 무장대에게 식량과 자금을 제공하고, 지하선거에 날인한 것 등이나, 이날 재판에서도 밝혀졌듯이 이러한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아들 문00은 이날 재판정을 찾아 "오늘 재판을 통해 잘 아는 기회가 되었다.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 무죄선고가 날것으로 예상 하지만, 오늘 재판에서 언급된 공소내용이 여러 가지 안 맞는 내용이 너무 많다. 아버지는 공직에 있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셨다. 무장대에 자금과 식량을 제공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양식이 떨어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양식을 가져다주는데, 그것을 가지고 상상 못 할 고문을 받으셨다고 했다. 어쩌다 술 한잔 마시면 그 고통을 말씀하셨다고 한다.
징역 2년을 받고 공직에 해임되었고, 이로 인해 당시 삶이 어려웠다. 만약 이런 죄가 없었다면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잘 했을 것이다. 벌금도 물었다. 만약 무죄가 난다면 이 부분도 보상도 해줘야 한다. 금액의 가치를 떠나서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갈취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절차를 밟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망 김00은 1949년 11월 9일,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방조죄, 법령 19호 위반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울 선고받았다. 그는 1948년 6월경 남로당 가입 및 당비 납부, 무장대에 군자금 제공, 시위행렬 감행 등의 공소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날 재심재판에서 검사는 이러한 공소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고 밝히며, 그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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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공판안내 |
| ⓒ 김잔디 |
변호를 맡은 문성윤 변호인은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당시에 농사를 짓거나 자기 생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피고인들은 당시 군경에 의한 영장도 없이 연행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은 피고인들도 있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도 일부 있다.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중에는 육지 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가 형무소에서 옥사하거나 행방불명되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피고인들도 있다.
이 사건 재심청구서 등에 따르면 실제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공소사실과 같은 잘못을 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치밀한 심의도 없었고, 체포과정에서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논의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단순 가담자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형을 선고하였음을 알 수 있다. (중략) 피고인들의 유족들이 이번 재심을 통해 피고인들의 명예가 회복되어 그 한이 조금이나가 풀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자신의 부모·형제가 4·3 사건의 희생자가 되면서 유족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유족들의 그런 희생이 이번 재심을 통해 어느 정도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피고인에 대해 변호하였다.
이번 재판의 피고인인 망 김00은 1950년 2월 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법령 제19호 위반, 내란방조죄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1948년 8월경 민애청 가입, 시위행렬 감행, 폭도에 식량 및 군 자금을 제공하고 운반했다는 공소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 역시 위 변호인의 변호 내용과 검사의 증거가 없다는 재판 내용을 바탕으로 이날 75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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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공판안내 |
| ⓒ 김잔디 |
20명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김정은 변호사는 최종 변론에서 "우리는 지금도 민주주의의 가치와 절차가 얼마나 소중하며 또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되새기는 여러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최근에 많은 경험을 통해 민주주의 제도와 절차는 결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느끼고 있다. 이 재판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할 것인지, 국가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오늘의 피고인 중 일부는 특히 그 사연이 깊은 상흔으로 남아있다. 망 김00은 학창 시절 자취 중 본가에 다녀오는 길에 끌려가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 중 사망했다. 어떤 정치활동에 연루된 적 없는 학생이었다. 피고인 망 윤00은 사면으로 형 집행을 마쳤으나, 다시 군경에 끌려가 총살당했다. 피고인 망 오00은 정식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이후 예비검속되어 정뜨르 비행장에서 총살되었거나 수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망 고00은 군에 입대하여 성실히 복무하였고 2011년에 사망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내란 전과자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이처럼 피고인들 상당수는 법적 절차를 통해 형이 확정되었거나 형이 종료된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검거, 총살되거나 행방불명되었다. 이는 단순한 형사처벌을 넘어서 국가폭력의 반복이었다.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판단은 억울한 고통을 겪었던 이들에게 늦었지만, 회복의 기회를 주는 길이며, 이 땅의 법과 정의가 사람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 확고히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이분들의 삶과 죽음 앞에 국가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밝히는 일이 될 것이다"라며 피고인들의 무죄를 주장하였다.
망 김00은 국가보안법 위반, 법령 제19호 위반, 내란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구체적으로는 남로당 가입, 삐라 살포, 시위 행렬 감행 등이었다. 그의 조카이자 양자인 김00은 "나는 4·3사건 이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그런데 할아버지에게서 모든 것을 들었다. 망인이 된 피고인은 나의 큰아버지다. 집안 사정으로 내가 장손이라 큰아버지의 아들로 입양되었다. 그 기록이 지금 있다. 할아버지 말씀에는 아버지가 국가 공무원이었다. 전혀 이러한 사건에 연루되었을 상황이 아니었다. 처음 내용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정말 너무 아팠다. 큰아들이 잡혀갔는데, 그 이유를 모르셨다. 얼마 지나 동네 분이 배에 여러 명을 테우고 바다로 나갔다고 한다. 그 이후로 큰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큰아버지가 수장됐다고 믿고 있다. 큰아버지가 잡혀간 날짜가 음력으로 6월 초하루다. 그래서 그날로 정해서 얼마 전에 제사까지 모셨다. 이러한 내용을 오늘 알고, 이거는 아니다. 정말 바로 잡아줘야 한다 "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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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죄 선고 후 희생자 유족들과 변호인, 제2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
| ⓒ 김잔디 |
재심에 참여하는 판사, 검사, 변호인, 기자나 4.3항쟁 관련 단체들이야 매 재판이 거의 비슷한 내용이니 새로울 것이 없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우리는 서로 경계하며 이 재판을 손꼽아 기다렸을 유족들을 생각해 반복되더라도 처음 듣는 다고 여기며, 긴 시간을 함께 해왔다.
법정에 찾아오는 희생자 유족 대부분이 고령이고, 재판정에 처음 와봤을 평범한 사람들이라 모든 것이 어색하고 긴장된다. 무죄가 선고될 것을 알면서도 법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연신 '무죄를 선고해달라' 간절히 부탁하는 유족들도 많다. 그러니 조금 아픈 내용이더라도, 조금 지루해지더라도 70년 넘는 세월 죄인이자 죄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고통 속에 살아온 유족들을 생각해서 천천히, 그리고 세심한 재판 진행과 참여를 요청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주다크투어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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