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강선우 후보 지명을 철회해야 할 네 가지 이유
이재명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된 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규리 시민기자가 자신의 주장을 담은 글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안에 대한 다른 의견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정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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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
| ⓒ 남소연 |
여성가족부는 현재 17개월째 장관이 공석인 상태다. 이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기 장관 공석 사례로 기록되며, 이 부처의 행정력과 상징성을 크게 훼손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첫 내각 구성의 일환으로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단순한 인사 행위가 아니라, 부처 정상화를 위한 정치적 메시지이자 국정운영 철학의 선언이어야 했다. 그러나 강 후보자의 행보는 그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는 대선 공약의 의미
여성가족부는 설립 초기부터 여성 문제를 가족·청소년 정책과 결합된 하위 영역으로 다루어 왔다고 본다. 이는 여성의 존재를 '어머니', '양육자', '가족의 일원'으로 전제하는 정책 철학에서 비롯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출산 및 양육 지원 중심의 업무에 집중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시민으로서의 개별 권리 주체가 아닌, '가족 내 기능적 존재'로 축소되어 왔다.
또한 기존 여성가족부의 정책은 성차별 문제를 전체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구조는 성평등 정책을 '여성만을 위한 정책'으로 오해받게 했고, 그 결과 젠더 정의 담론은 정치적 반격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부처 명칭 변경이 아니라, 성평등을 전 사회적 과제로 확장하고, 성별·성정체성에 기반한 불평등을 다층적으로 다루겠다는 개혁 선언으로 해석되며 여성 시민사회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정책 철학의 부재와 반복된 회피, 강선우 후보자 지명 철회되어야
이러한 전환기 속의 여성가족부, 성평등가족부 수장에게는 단순한 실무 능력을 넘어선 정치적 철학과 대표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강선우 후보자는 그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째, 강 후보자는 성평등 정책과 관련된 핵심 이슈들에 대해 일관되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문장을 반복했다. 비동의 강간죄, 포괄적 성교육, 생활동반자법, 차별금지법 등은 이미 다수의 국가에서 입법·제도화된 사례가 존재하며, 유엔 및 국제인권기구들도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입법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강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과 청문회 발언에서 이 사안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논란이 있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견해를 밝히기를 피했다. 이는 소극적 중립도 아니고, 정치적 무책임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성평등 정책은 갈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규범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이다. 정무직 공직자로서, 특히 성평등 이슈의 최전선에서 방향성을 제시할 장관 후보자가 이처럼 모호하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이는 곧 '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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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시선집중은 15일 '강선우 후보자가 차별금지법·학생인권조례 등을 반대하는 기독교 행사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
| ⓒ MBC 시선집중 갈무리 |
셋째, 국회 보좌관에 대한 갑질 의혹도 제기됐다. 그는 보좌직원에게 사적 업무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문회 과정에서 이에 대해 사실관계를 축소하거나, 부인하는 태도를 취하며 거짓 해명의 정황을 남겼다는 점이다. 성평등의 핵심은 권력의 수직성과 위계의 해소다. 위로부터의 억압과 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에, 조직 내 권력을 사적 목적으로 남용하고, 그 책임을 회피한 인물이 성평등부 장관이 된다는 것은 정책 신뢰성과 철학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넷째, 여성가족부는 그간 실질적인 성평등 기관이라기보다는 상징적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 부처의 수장은 더욱 강한 개혁 의지, 젠더 정의에 대한 분명한 입장,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강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 시절 내내 방치된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를 더 모호하게 만들고, 성평등 담론을 다시 '사회적 갈등'으로 되돌리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지명 철회는 광장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최소한의 조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게 된 배경에는,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역사적 사건이 존재한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실망, 특히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상징적 선언으로 대표되는 반페미니즘 정책에 맞선 6.3 탄핵 촛불 광장은 단순한 정당 지지 운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성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되살리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열망이 모인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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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4년 12월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촉구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응원봉(탄핵봉), 피켓 등을 들고 명동까지 행진하고 있다. |
| ⓒ 권우성 |
그러나 강선우 후보자는 이러한 기대를 배반했다. 성소수자 혐오 세력과의 동조, 성평등 정책에 대한 반복적 유보, 젠더 정의에 대한 철학의 부재는 그가 광장의 정신과 전혀 무관한 인물임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의 회복을 이끈 시민들은, 단지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책의 변화를 원했다. 그들은 이 정부가 성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 위에 새롭게 구성되길 바랐다.
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비판은 단지 한 명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재명 정부가 성평등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실제로 얼마나 진지하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신호이자 시험대다. 특히 첫 내각 인선이라는 점에서, 이번 장관 인사는 상징성과 메시지를 갖는다. 따라서 이 사안은 자진사퇴 수준에서 마무리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책임 있게 철회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결단의 시간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로 확대·개편하겠다는 개혁적 의지를 실제로 관철할 수 있는 인물, 성평등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지닌 인물이 새로이 지명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성평등 개혁을 바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여성들의 염원에 응답하는 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개혁의지를 진정으로 실천하고자 한다면, 강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이재명 정부가 성평등이라는 국정 철학을 실제로 실행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며 광장의 요구에 응답하는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feminist.kr에도 실립니다. 이전 기사 "이재명 '성평등 정부', 여성가족부 넘어서야 한다"와 연결됩니다. (https://omn.kr/2eig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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