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갈 때 더 큰 재미 느껴"

한기홍 2025. 7. 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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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주시립합창단 반주자 피아니스트 김수은씨

[한기홍 기자]

 김수은 양주시립합창단 피아니스트가 정기연주회가 열린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했다.
ⓒ 한기홍
지난 12일 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양주시립합창단의 제32회 정기연주회. 이날 지현정 지휘자의 선곡은 요하네스 브람스의 '사랑의왈츠' Op.52였다.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 클라라 슈만을 평생 흠모했던 브람스. 그 감정을 언제나 극도로 절제했던 브람스였기에, 그 의도를 이 곡에서 명징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피아노 반주가 현란했던 에릭 휘태커의 '바쁜 작은 남자 Little man in a hurry' 공연도 강한 충격을 남겼다. 합창단원 김민정씨는 이 곡의 강한 사회적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가사를 읽어보니 '작은 남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노동자의 비애가 느껴진다.
 합창단원과 함께 요하네스 브람스의 <사랑의왈츠> 18곡 전곡을 연주한 지휘자 지현정과 두 명의 피아니스트.
ⓒ 양주시
피아노 반주는 거의 독주곡 수준으로, 합창과 대등한 파트너십을 보여줬다. 반주자 김수은의 피아노는 합창의 리듬과 텍스트의 흐름을 끌고 가는 강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2분 남짓의 짧은 곡이지만 드라마와 해학, 폭발적인 감정이 모두 담겼다. 김수은의 연기력과 표현력이 십분 발휘되었던 곡이다. 연주회 당일 리허설이 끝난 직후 김수은씨를 만나 합창단 피아니스트로서의 삶과 예술의 의미를 물었다.
"생애 가장 처음 기억되는 음악의 순간이 있죠. 엄마의 주방에서 흘러나오던 라디오 소리에요. 엄마는 클래식 FM방송을 자주 틀어놓았고, 그 소리를 들으며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이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아빠의 수많은 LP 음반들, 엄마와 함께 본 뮤지컬과 영화들… 부모님은 제가 다양한 예술 체험을 늘 자극했고, 덕분에 음악과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다섯 살 때 집 앞에 작은 피아노 학원이 생겼어요. 한글도 모르던 나이였지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며칠 동안 학원 앞에서 울며 애원했다고 합니다. 그게 저의 시작이었죠. 처음 배우자마자 동네에서 가장 잘 친다는 말을 들었고, 그 작은 성공의 기억이 지금의 저를 만든 동력이 되었습니다."
 태블릿PC에 나타난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는 김수은 피아니스트. 공연 전 거의 언제나 그날 연주할 곡을 암보한다.
ⓒ 김수은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합창단 반주자의 길을 택했다. 독주는 창의적인 작업이며, 자신만의 해석이 중요한 세계다. 김수은은 '누군가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갈 때 더 큰 재미와 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밤새 작곡가의 악보를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해석을 공유하며 음악적 구조를 분석하는 과정이 제게는 너무도 흥미롭고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합창단, 성악가와 함께하는 반주 작업은 예술적 성취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그 성취감이 독주와는 또 다른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합창단 피아노 반주자'라는 역할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종종 어떤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까. 반주자는 지휘자와 함께 음악의 흐름과 템포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단원들의 목소리를 화성과 리듬으로 백업한다.

김수은은 "무대 위에서 지휘자와 단원들이 저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 그 안에서 음악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성취감이 피아노 반주자가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종종 '불협화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지휘자, 단원들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 신경은 예민해진다. 감정과 에너지를 섬세하게 나눠야 하는 일이라 균열은 상당한 갈등과 고통을 수반한다.

시립합창단이 양주라는 지역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그는 생각할까. 주민에게 다양한 레퍼토리의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 것이 합창단의 책무일 것이다. 전문성과 대중성의 적절한 배분과 조화가 필요하다. 지휘자가 늘 탐구해야 할 영역이면서, 반주자 역시 늘 직면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김수은은 '품격'이라는 개념으로 합창단의 존재 의미를 설명했다. 언제나 높은 수준을 지향하면서도 시민에게 그 결과물을 '중단 없이, 꾸준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휘자와의 호흡, 단원들과의 음악적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김수은 피아니스트는 템포가 단순히 빠르기의 문제가 아니라 곡 전체의 구조와 감정, 하모니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 양주시
"무엇보다 구성원 모두 '같은 템포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휘자가 설계한 템포를 반주자와 단원 모두가 함께 느끼고, 같은 맥박으로 움직여야 좋은 연주가 나올 수 있어요. 서로의 템포가 조금만 달라도 합창의 흐름은 무너집니다. 음악성이나 해석은 그 이후의 문제가 되는 것이죠."

'템포'가 중요하다는 그의 설명은 당연하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지휘자는 손의 움직임으로 템포를 지시하며, 반주자와 합창단은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일사불란하게 반응해야 한다. 템포는 단순히 빠르기의 문제가 아니라 곡 전체의 구조와 감정, 일체감, 하모니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그는 강조했다.

공연을 준비할 때 지휘자와 의견이 다를 경우 과연 반주자는 그 차이를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

"반주자로서 저는 지휘자의 디렉션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스스로를 '하얀 도화지'라고 생각해요. 그가 칠하는 색깔에 저는 늘 동의합니다. 그건 반주자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할 때, 장르별로 섬세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는 어떤 장르든 가장 중요한 건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전부터 현대 음악까지, 악보에 담긴 작곡자의 메시지를 최대한 충실히 재현하려고 노력합니다. 대중음악이나 편곡이 많이 가미된 곡들 역시 원작자와 편곡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정기연주회 레퍼토리 브람스 '사랑의 왈츠' 합창에서는 네 손 반주가 사용된다. 김수은과 객원으로 초대된 배진선이 네 손 반주를 맡았다. 브람스가 네 손 반주를 이 곡에 적용한 이유는 당대 가정용 음악의 유행 풍조와도 관련이 깊다. 원래 이 곡은 남녀 혼성 4중창으로 작곡되었다. 네 손 반주는 혼성 4중창과도 잘 어울리는 주법이다. 김수은은 네 손 반주의 '음악적 효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작품은 왈츠 특유의 리듬감과 풍성한 화성을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실내악적인 친밀함까지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연주하는 '포핸즈'가 훨씬 효과적입니다. 한 사람이 연주할 수 없는 다채로운 음향과 다이내믹을 만들어낼 수 있고, 오케스트라처럼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어요."
 12일 정기연주회에서 양주시립합창단은 춤과 노래로 객석을 가득 메운 양주시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 양주시
시립합창단과 함께한 공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연주를 물었다. 그는 '특정한 타깃'이 있는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예컨대 올해 5월 어린이날을 맞아 연주한 뮤지컬'피노키오', 학교를 찾아가 아이들과 만났던 '스쿨 오브 락', 퇴근길 시민을 위한 '퇴근길 음악회', 가족 단위 관람객을 만났던 '장욱진미술관 음악회'가 그런 공연들이다.

반주자로서 기억에 남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야외 연주는 늘 변수가 많아서 긴장 속에서 연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바람에 악보가 넘어간 적도 있고,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악보를 보여주는 태블릿이 꺼져버린 적도 있었다.

그리고 건반 위로 벌레가 기어다녔던 야외 공연의 기억도 있다. 공연 전 대부분의 곡을 외워두기 때문에,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연주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양주시립합창단의 특성과 강점을 물었더니 그는 '젊음'이라고 말했다.

"음악도 젊고, 생각도 젊고, 어떤 시립합창단보다 단원의 평균 연령도 젊어요. 그래서 고전 합창음악부터 팝, 재즈, 국악,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를 유연하게 소화해낼 수 있습니다. 연습 분위기 역시 수평적이고 자유로워요. 각자의 음악성을 대담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게 우리 합창단의 매력이자 강점이죠."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한기홍은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공채 24기)에 입사했다. 이후 월간중앙에서 오랜 기간 기자로 일했다. 사회팀장, 정치팀장을 거쳐 선임기자로 다양한 분야 인물 인터뷰 기사와 탐사보도에 참여했다.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여러 현상을 세계사적 흐름과 견줘보며, 여러 인물 간의 조화와 긴장관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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