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찍은 대흥란 사진이 '영정사진' 되지 않도록... 돕고 싶습니다"

원종태 2025. 7. 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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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식물학자 김종원 박사와 노자산 대흥란 답사

[원종태 기자]

"대흥란을 처음 만났는데, 이렇게 아름답고 희귀한 멸종위기종을 100촉이나 보았어요. 우리나라 최대 대흥란 서식지를 골프장으로 개발하기 위해 파괴한다니 할 말을 잃었어요."

"오늘 찍은 대흥란 사진이 '영정사진'이 되지 않도록 무엇이든 돕고 싶습니다."

7월 13일 오전, 식물학자인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 김종원 박사(전 계명대 교수)와 함께 노자산에서 대흥란 답사를 마친 참가자들의 말이다.

노자산골프장개발(거제남부관광단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이 마련한 대흥란 답사에는 어린 학생에서부터 일반시민, 교사, 식물연구자, 작가, 생태사진가 등 전국에서 3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답사는 전문가와 함께 대흥란을 직접 관찰하고, 대흥란의 생태적 특성을 이해하고 대흥란 보존을 여론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 노자산 대흥란 답사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이 멸종위기종 대흥란 답사를 마친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골프장 개발사업자는 낙동강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에 따라 멸종위기종 대흥란 23촉을 지난해 시범 이식한 바 있다. 사업자는 2026년까지 2년간 시범 이식이 성공할 경우 골프장 개발부지 내 대흥란을 모두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시민행동은 골프장 개발부지에서 매년 1500~2000촉의 대흥란을 조사한 바 있다.
▲ 멸종위기종 대흥란 대흥란에 사업자 측이 표식을 해두었다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참가자들은 대흥란 이식 현장을 비롯해 대흥란 집단 서식지 일원을 약 2시간 동안 답사하며, 100여 촉의 대흥란은 만났다. 또 천연기념물 팔색조 둥지(25년 지었으나 파괴된 것)와 거제도 노자산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2급 거제외줄달팽이 사패(껍데기) 1개를 발견했다.

사업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물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본안, 보완에 이르기까지 골프장 개발부지에 팔색조가 서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행동 조사 결과 5년간 47개의 팔색조 둥지를 발견해, 이곳이 팔색조의 집단번식지임을 확인했다. 특히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시민행동의 민원에 따라 2023년 현장 조사를 벌여 당해 번식 둥지 6개를 확인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팔색조 서식지 보호를 요구하고 있으나 사업자와 거제시, 경남도는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게 시민행동 측의 주장이다.
▲ 천연기념물 팔색조 둥지 올해 소나무에 지은 팔색조 둥지. 안타깝게도 큰부리까마귀의 공격에 파괴됐다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기 거제도 노자산에서만 발견되는 멸종위기종인 거제외줄달팽이도 환경단체가 조사해 보호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낙동강환경청은 핵심서식처를 골프장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이식에 동의해주었다.
▲ 대형 달팽이들 왼쪽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지름 5.5cm) 동양달팽이(한국특산종), 거제외줄달팽이(멸종위기종), 충무띠달팽이 사패(죽은 껍데기)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김종원 박사는 현장 강의에서 "대흥란은 전세계에서 이식에 성공하거나 이식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보존한다"고 강조했다.
대흥란은 다른 식물의 근균(식물의 뿌리와 공생하는 곰팡이)과 공생하는 식물로서, 주로 졸참나무, 서어나무, 소나무류 근균에 의지해 발아하고 살아가는데, 근균이 없으면 대흥란은 살 수 없다는 설명이다.
▲ 대흥란 현장 강의 김종원 박사사 대흥란의 생태특성에 대해 숲속 강의를 하고 있다.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대흥란을 앞에 보면서 김 박사의 생생한 현장 강의는 어어졌다.

"대흥란 씨앗은 먼지와 같은 형태이고 영양분이 없어 근균을 만나야 발아한다. 꽃대가 올라올 때 약간 녹색이 생기고, 열매를 맺을 때 녹색이 더 진해진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 에너지를 많이 저장해야 하므로 스스로 광합성을 한다. 잎이 없지만 줄기로 광합성을 한다. 근균은 신선한 산소가 필요해서 땅 표면에 있다. 대흥란은 장마철에 1번 피고, 환경이 맞으면 늦여름 또는 초가을에 한번, 두 번 핀다."

김 박사는 "대흥란의 분포중심지인 일본에서도 이식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식한다는 것은 코미디다. 이식 성공가능성은 제로(0)이며, 성공 한다면 노벨상 감이다. 독특한 생태를 가진 대흥란을 이식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국가에서 보호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식처 보존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김 박사는 근균 환경만 유지되면 대흥란은 계속 살 수 있는데, 소나무재선충 벌목 작업을 하면 살 수 없다고도 했다. 대흥란 서식처 일원에서 올해 2월 재선충 감염목을 벌목하고 상균처리한 훈증더미 수십 개를 만났다.
▲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위한 벌목 훈증한 장면 대흥란 등 멸종위기종들의 집단서식처에서 소나무재선충 벌목과 살균 훈증 작업은 숲을 황폐화 하고 멸종위기종의 멸종을 앞당긴다.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멸종위기종 대흥란의 최대 서식처이자, 천연기념물 팔색조, 멸종위기종 거제외줄달팽이의 유일 서식처인 노자산에서도 거제시는 2~3년마다 재선충 벌목작업을 벌이고 있다. 죽은 소나무뿐만 아니라 근처 활엽수도 함께 자르는 바람에 벌목지는 수십 평씩 하늘이 뻥 뚫려 숲의 울폐도가 낮아지고 건조해져서 이들 멸종위기종들은 살 수가 없게 된다.

환경단체는 각 기관에 벌목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재선충방제는 특별법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되돌아 온다고 하소연이다. 멸종위기종을 쫓아내기 위해 일부러 벌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노자산은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희귀식물 등 50종이 넘는 법정보호종의 안방이다. 한 논문(정명희, 거제도 노자산의 관속식물상 및 멸종위기식물2급 대흥란 자생지의 생태적 특성, 경상국립대 석사논문, 2021)에 따르면 노자산에는 719종의 식물이 산다. 이는 주왕산·소백산·속리산 국립공원에 비해서도 식물다양성이 매우 높다는 것. 해양성 기후에 적응한 생태적 특성과 난대림과 온대림이 혼생하는 지형적 여건 때문이다.
▲ 노자산의 식물다양성 노자산의 식물다양성을 밝히고 있는 논문의 일부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김 박사도 "거제 노자산은 암석에 기반한 곳으로, 난온대 습건 지역인데, 토양 습도가 높고, 대기가 건조하며, 산에 구름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한라산을 압축해 놓은 것처럼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다. 국가에서 생물다양성 중점 지역으로 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말로만 듣던 대흥란을 처음으로 직접 만나 신비로웠으며, 생태적 특성을 배우고 그 가치를 알게 돼 골프장 개발을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골프장 개발을 찬성하는 남부면 주민 30여 명은 참가자들이 모이는 주차장에서 집회를 열고 '지역발전을 위해 관광단지 개발을 촉구한다, 노자산시민행동 해체하라'는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 10여 명이 출동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으며, 답사 참가자들과 큰 마찰은 없었다.

거제시가 2017년부터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거제남부관광단지 개발사업은 남부면 탑포리, 동부면 율포리 일원 369만 3875㎡(육지부 329만 5622㎡ 해면부 39만 8253㎡)에 골프장(27홀), 호텔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사업시행자는 부산소재 경동건설(주), 승인권자는 경상남도, 협의기관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이다.

3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1118명의 원고를 모아 지난 23년 6월 경남도지사를 상대로 관광단지지정 무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제통영오늘신문에도 실립니다. 필자 원종태씨는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생태조사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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