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미화·부실 투성이' 민주주의전당, 대체 어떻길래
[윤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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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마산에 들어선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
| ⓒ 윤성효 |
문화재인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 옆에 들어선 민주전당은 6월 10일 임시운영에 들어갔지만, 논란으로 인해 정식 개관을 못하고 있다. 창원시는 언론을 비롯한 여러 지적 사항을 파악하고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속에 <오마이뉴스>는 그동안 제기되어 온 민주전당의 잘못되었거나 부실한 전시에 대해 정리했다.
"민주주의 발전을 이바지함을 목적"
민주전당은 3·15의거,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 등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기리고 계승하기 위한 국가기념시설로 설립됐다. 그러나 실제 전시와 운영은 건립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전당은 2001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의해 건립되었다. 이 법의 목적은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사업을 시행하여 민주주의 발전을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1조)이다.
그런데 민주전당에선 독재자가 행한 잔혹한 국가폭력과 그로 인해 억압받고 희생당한 국민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령 눈에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 열사의 참혹한 시신이라든지 인혁당사건으로 사법살인을 당한 가족들의 통곡,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사진은 찾을 수 없다.
또 마치 독재자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는 듯한 기록과 전시, 설치물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 시민단체 인사는 "꼼꼼하게 보면 볼수록 오히려 독재자들의 업적을 은근히 부각시키려 노력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부마항쟁 기록관에 박정희의 산업화로 마산이 대도시로 발전한 모습을 담은 대형지도 모형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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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마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내 민주홀 벽면에 외국 유명 인사들의 명언이 새겨져 있다. |
| ⓒ 윤성효 |
3층 상설전시실의 연대표에서도 한국전쟁과 이승만 정권 하 민간인학살은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아 국가폭력의 진실을 지우는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창원유족회는 6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폭력을 다루지 않는 민주전당은 존재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6월 14일 낸 성명을 통해 "전시는 민주전당의 설립 취지를 훼손하며 역사 왜곡을 초래하고, 학생들에게 올바른 민주주의 역사를 교육할 수 있도록 전시를 재편성하라"라며 "교육계의 의견을 반영해 전시를 구성하지 않으면 개관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예정이던 운영자문위원 위촉식은 취소
민주전당 운영자문위원회 구성도 문제였다. 대표적으로 12·3 내란을 옹호했던 인사들이 포함된 것이다. 민주화운동기념단체인 3.15의거기념사업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6월항쟁기념사업회, 부마항쟁기념사업회는 6월 16일 민주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운영자문위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중립이 아니라 정의 편에 서야 한다"라며 "국가폭력에 책임이 있거나 민주주의를 왜곡·부정한 세력에게까지 자문위원 자리를 배분한다면 전당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열 예정이던 운영자문위원 위촉식은 취소되었다.
민주전당 벽면·유리창에 새겨진 윈스틴 처칠, 링컨, 마린 루터킹 등 외국 저명인사들의 명언도 문제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6월 19일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수입품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어 "외국 위인의 말이 아닌, 한국 민주화운동의 언어·증언·구호를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라며 "죽은 자의 명언보다, 살아 있는 자의 증언이 민주전당의 진정한 전시가 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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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지역 문화예술인들은 7월 3일 오전 창원마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중가요 기록을 요구하면서 <아침이슬>과 <동지여 내가 있다>(김영만 작사작곡)를 불렀다. |
| ⓒ 윤성효 |
비판 대열에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학생시위를 벌였던 인사들도 나섰다. 경상국립대, 창원대, 경남대 출신 민주동문회로 구성된 '경남지역 대학 민주동문회연합'은 6월 26일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민주전당은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며, '독재미화 전당'일 뿐"이라며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책임자답게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지 입장을 내야"
팔순이 지난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은 7월 2일 이곳에서 1인시위를 벌여 "지역사회에서 각계 비판이 잇따르는 실정이라면 장금용 창원시장 권한대행은 시민 뜻을 수용하겠다거나, 언제까지 지적사항을 바로겠다는 식으로 견해를 밝혀야 한다"라며 "창원시 책임자답게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지 입장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예술인들도 나섰다. 민주화 과정에서 불렀던 민중가요를 민주전당에서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시는 단지 <아침이슬> 음반 하나 뿐이다. 창원민예총, 경남대 동문공동체 노래패 '동무야' 등 단체는 7월 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 용기와 희망을 넘어 하나의 동력으로 작용했던 민중가요가 전시에서 배제된 것은 영혼이 빠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라며 민중가요 기록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6월 17일 성명에서 "민주전당은 이름에 걸맞게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라 했고,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과 진보당 경남도당도 성명을 통해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부마민주항쟁마산동지회, 부마민주항쟁부산동지회,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10.16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도 성명을 통해 "부마민주항쟁정신 훼손하는 민주주의전당의 졸속 개관과 퇴행적 운영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했다.
김영만 상임고문, 허성학·배진구 신부(천주교), 공명탁 목사(개신교), 안승욱·김남석·심상완 명예교수, 박종권 탈핵경남행동 대표, 노치수 창원유족회장 등 원로인사들은 지난 10일 민주전당 앞에 모여 "장금용 창원시장 권한대행은 시민에게 사과하라.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즉각 폐관하고 전면 개편하라"라고 외쳤다.
거기다가 어린이를 위한 공간 내 외래어 투성이 전시물도 문제다. 민주전당에서 틀어주고 있는 영상도 독재나 시민 저항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창원시가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꾸는 조례를 제정해 놓았는데도, 민주전당은 '근로자'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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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마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에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로 표기를 해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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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 7월 2일 창원마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앞 1인시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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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마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외래어를 표기한 전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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