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 산티아고] 피레네의 비는 수직으로 내리지 않는다
2025년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산티아고 길 걷기를 다녀왔습니다. 중년 한국인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산티아고 길은 열풍을 넘어 '산티아고 현상'이 되었음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그 길 위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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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오는 날 피레네 산맥을 넘는 순례자들 |
| ⓒ 김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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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바람과 안개를 헤치고 피레네를 넘는다 |
| ⓒ 김상희 |
사선으로 흩뿌리는 비는 바지부터 적셨다. 바지에 스며든 물이 무거워면서 발목을 타고 내린다. 이 물이 양말의 발목부터 발가락까지 적신다. 마침내 신발은 물로 첨벙거린다. 이상이 발이 빗물로 초토화되는 과정이다.
발이 완전히 젖으니 체념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덜 젖으려는 신경전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이제부터는 젖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손이 시리고 추워지기 시작했다. 배낭에서 플리스 조끼를 꺼내 입고 상체의 체온으로라도 몸 전체 체온이 떨어지는 걸 막으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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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레네 산맥에서 만난 푸드 트럭 |
| ⓒ 김상희 |
그때부터 우리는 물론, 앞서 가던 사람들과 뒤에 오던 사람들 모두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푸드 트럭 직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왼쪽 길로 접어든 게 문제였다. 갈림길조차 인지 못하고 앞 사람 발 뒤꿈치만 보고 걸었으니... 우리가 접어든 길은 피레네 산맥을 넘는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이었다.
사실 피레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 루트는 산티아고 길 34개 코스 중 가장 힘든 코스로 꼽힌다. 좋은 날씨에 넘어도 힘든 길을, 비바람 속에서 '갔던 길 되돌아 걷기'까지 했다. 산티아고 첫날의 호된 신고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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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레네 하산길, 질척이는 빗길과 새순오른 숲을 헤치며 |
| ⓒ 김상희 |
주저없이, '젖은 발로부터 벗어나기'를 말하겠다. 신이 나의 최대의 괴로움으로부터 나를 구해준 곳은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숙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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