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특별시' 조롱 안 받으려면... 1300명 사는 이곳을 주목하라

임아연 2025. 7. 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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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메가시티만이 지역소멸 대안일까? 옥천 안남면 사례에서 배울 점

[임아연 인권연대 운영위원]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가 행정을 통합해 '대전충남특별시'를 내년 7월 출범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전과 충남도는 올해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인구 전국 3위, 지역내총생산(GRDP) 3위, 수출 2위의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경제과학수도, 대전충남특별시'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전 인구 약 144만 명, 충남 인구 213만여 명으로, 대전과 충남이 통합할 경우 대전충남특별시의 인구는 360만 명을 예상하고 있다. 지역내총생산 역시 대전 54조 원, 충남 143조 원 규모로, 통합시 190조 원 규모 경제권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구성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는 최근 대전·충남 지자체를 돌며 지역민들에게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공론화 자리라곤 하지만, 사실상 일방적인 설득의 자리이거나 요식행위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대전충남특별시 관련 기사 댓글엔 "이름도 대충 지은 것 같은 '대충특별시'"라거나, "이럴 거면 모든 지역을 통합해 '전국특별시'를 만들어라"는 조롱도 나왔다.

지역은 지금 '초광역주의' 열풍

대전과 충남에서만 행정 통합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몇 해 전부터 대구경북특별시, 부산·경남 행정통합, 부울경메가시티, 광주전남메가시티 등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초광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야말로 지역마다 행정통합·메가시티 열풍이다.

행정통합은 두 개의 광역자치단체를 하나로 합쳐 조직, 예산, 인사, 재정권 등을 단일화하는 것인 반면, 메가시티는 각 시·도의 행정 독립성은 유지하되, 교통·산업·물류·교육 등 주요 분야를 공동 계획하고 실행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초광역주의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지역소멸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는 행정통합과 메가시티 건설이 지역소멸의 대안이라고 여기고 있다. 지역을 통합해 인구와 경제 규모를 키우는 것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초광역주의가 지역소멸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행정 통합을 통한 인구와 경제 규모를 확대하는 게 텅 비어가는 지역 문제를 해소할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개발·투자 등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 규모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지역 활성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경제성만을 고려한 시각이다.

초광역주의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수십 년 동안 추진해 온 자치·분권을 역행하는 정책이다. 서울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한다는 핑계로, 메가시티 내에서의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인구 5만 이하의 지역의 소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행정통합이나 메가시티를 건설한다 해도 여전히 사람들은 기업이 입주하고, 개발이 이뤄지고, 문화·교육·복지 인프라가 집중되는 큰 도시로 나아갈 것이다.

결국 지역소멸은 이러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하나의 지역이 사라지는 것은 지구상에 오랜 시간 존재해 온 하나의 문화 또는 문명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인구와 경제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면 작은 동네 그 자체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주민들이 주권을 가진 주민으로서 결정권을 갖고 정책효용감을 느끼며 사는 것, 곧 자치와 분권이다.

자치의 모범
 충북 옥천군 안남면 청정리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 월간 옥이네
이러한 측면에서 충북 옥천군 안남면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안남면은 옥천군 9개 읍면 중에서 가장 작은 면이다. 올 6월말 기준 고작 1300명이 사는 지역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자치 1번지'라고 자부할 정도로 주민들이 협력해 스스로 지역을 가꿔나가고 있다.

전국에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 정책에 따른 것으로, 이름처럼 '주민자치' 실효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위에서 아래로 정책을 시행하는 '탑다운' 방식이 주는 한계다. 안남면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지역발전위원회가 있다. 주민들의 최종 의결기구로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결정한다. 찬반이 첨예한 사안의 경우 주민들이 서로 합의하고 설득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토론한다.

국가가 결정하면, 지역 행정이 실행하고, 이장들을 통해 마을에 전달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다. 안남면 면장은 주민들이 합의해 도출한 결과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뒷받침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지원할 뿐이다.

이러한 안남면의 주민자치는 대청호 물이용 기금 지원사업비 사용으로부터 시작됐다.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는 곳에 기금이 사용되기보다는 매년 소모성으로 써버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문제의식을 느낀 일부 주민들이 주민지원사업비 중 일부라도 안남면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써보자고 제안하면서 주민 주도의 자치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안남면은 지역 발전의 밑그림을 그리는 안남의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하고 전문 컨설팅을 통해 안남면 농업농촌발전계획 수립, 안남면 농업 관련 조사, 안남면 관련 통계 자료 분석, 주민 교육, 안남면 발전을 위한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추진했다.

지난한 토론과 회의에도 주민들은 지치지 않고 대화해 나갔다. 그 결과 전국 면 단위 최초로 배바우작은도서관을 설립했으며, 마을순환버스를 구입해 마을 구석구석 무료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또한 친환경 학교급식단지 조성과 도농교류 활성화를 위해 친환경농산물지원센터와 배바우도농교류센터를 건립했다. 이곳에서는 로컬푸드 식당 및 숙박, 회의실 임대, 두부 가공체험 등을 할 수 있고, 콩나물 가공공장과 잡곡 도정 등 특화작물 가공사업장을 만들어 도농교류 및 면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해 배바우 브랜드로 판매한다.

이밖에 인구 감소로 사라진 안남오일장을 30여년 만에 배바우 장터로 복원했다. 작은목욕탕, 노인주간보호센터 등도 주민들이 직접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옥천 안남면의 사례에서 보듯 인구 수, 경제 규모의 관점을 벗어나면 지역을 살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행정통합과 메가시티 건설로 더 큰 도시를 만드는 것이 지역소멸을 해결하고 지역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의 사례는 지역신문 <보은사람들>의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글쓴이 임아연 인권연대 운영위원은 <주간함양> 편집국 부국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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