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 아닌 일꾼' 이재명 정부, 디테일에 강하기를 기대한다

정한별 2025. 7.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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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가출 전력 있다는 이유로 경보문자 발송 거부당한 경민씨 사례

[정한별]

 이재명 대통령이 오송 참사 2주기를 앞두고 1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방문해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지난 2023년 7월 15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미호강이 범람하며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해 14명이 숨졌다. 2025.7.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경민씨(가명)가 없어졌다. 발달장애가 있던 경민씨를 지원하던 활동지원사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그는 집을 나갔고 사라져 버렸다. 고작 10분 남짓 되는 사이 그는 종적을 감췄다. 활동지원사는 경민씨가 자주 가던 곳을 중심으로 그를 찾다 결국 가족과 경찰에 연락했고 본격적으로 경민씨에 대한 수색이 시작되었다.

가족은 실종 경보 문자 발송을 요청했고 경찰은 경보 문자 발송 절차를 진행하다 돌연 문자 발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습관적으로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못했던 경민씨는 불과 한 달 전에도 실종신고가 되었고, 상습 가출자는 규정상 실종 경보 발령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었다.

가족들은 그런 규정이 어디 있냐며, 발달장애가 있는 경민씨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경보 문자를 보내달라고 애원하였다. 경찰 역시 미안하다며, 규정이 그렇기에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연신 사과를 하였다. 이틀을 꼬박 헤매며 경민씨를 찾다가 지자체의 협조 요청을 통해 실종 경보가 발령될 수 있었고, 경기도에서 없어진 경민씨를 서울의 경찰관이 순찰 중에 발견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동실종 담당은 아동권리보장원, 치매환자는 중앙치매센터, 장애인 실종 담당기관은?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실종아동법)은 적용 대상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1) 실종 당시 18세 미만인 아동 2) 장애인복지법 상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정신장애인, 3) 치매관리법 상 치매환자.

실종아동법 시행령 제2조는 아동권리보장원이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실종 업무를 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치매환자의 실종 업무는 중앙치매센터를 담당기관으로 정하고 있다.

실종 대상의 특성에 맞는 담당기관이 아동과 치매환자 실종업무를 수행케 하는 것에 반해,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정신장애인 실종 업무는 장애관련 기관이 아닌 아동권리보장원이 담당하고 있다.

정책의 핵심은 디테일에 있다

특수학교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주로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에 없어진 학생을 찾는 훈련, 일명 교출훈련(교내 아동 실종 상황 대비 훈련)이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일은 학령기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경민씨의 사례처럼 성인 발달장애인이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고 실종되는 일도 매우 빈번히 일어난다. 이에 실종된 발달장애인을 찾는다는 실종 경보 문자를 어렵지 않게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현행 실종아동법 시행령 제4조의6 제4항 제1호에 따르면, 실종 경보 문자 발송은 상습 가출 경력이 없는 실종자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실종아동법 시행령 제4조의6
제4조의6(실종경보·유괴경보 등) ④ 경찰청장은 실종아동 등의 조속한 발견과 복귀를 위하여 공개 수색·수사가 필요하고, 실종아동 등의 보호자가 법 제9조의 3제2항 각 호의 조치에 대하여 동의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실종경보 또는 유괴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하면 범죄심리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1. 실종경보: 상습적인 가출 전력이 없고,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실종아동 등에 관하여 경찰관서에 신고가 접수된 경우
경찰의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은 상기 실종경보의 요건 및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 제24조
제24조(실종·유괴경보의 발령) ① 시·도경찰청장은 실종아동 등의 조속한 발견과 복귀를 위하여 실종·유괴경보의 발령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별표1의 발령 요건·기준에 따라 실종·유괴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별표1- 실종유괴경보 발령 요건 및 기준

1) 다음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실종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가) 보호자가 별지 제7호서식의 동의서를 서면으로 제출할 것
나) 실종아동 등의 상습적인 가출 전력이 없을 것
다) 실종아동 등의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 발생이 우려될 것
통상적으로 여겨지는 가출이 아닌, 발달장애의 특성으로 인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해 실종이 잦았던 경민씨는 상습가출자로 기록이 남아있었고, 위의 규정 등에 의해 결국 실종경보문자 발송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는 엄연히 현행 실종경보 제도가 발달장애인 등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발달장애인 등의 특성이 반영된 실종경보 제도도, 실종담당 기관도 부재하다.
정책은 필요에 기반하여야 한다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실종보다, 아동과 치매노인의 실종이 더 많이 일어나며, 더 심각하므로 한정된 예산과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한 정책적 고려로 장애인 실종 담당기관이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경찰청이 최보윤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 발달장애인 등의 평균 실종 접수 건수는 7,878건으로 인구 대비 2.18%로 아동의 인구 대비 평균 실종 건수 비율 0.3%보다 7배나 높았다. 미발견 비율은 아동보다 평균 2배가량 높았으며, 발견 시 사망한 비율은 약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 어머니와 산책 중 실종됐던 발달장애인 장준호씨에 대한 사연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강선우 의원은 2021년 3월, 발달장애인 실종대책을 담은 실종아동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은 통과되지 못하였고, 장준호씨도 부모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였다. 2025년 7월 7일 현재까지 발달장애인 등의 실종업무는 장애관련 기관이 아닌, 아동권리보장원이 담당하고 있다.

'정책의 효능감을 맛보고 있다. 술꾼 정부가 아닌, 일꾼 정부가 되었다' 등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작은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대통령의 말처럼, 발달장애인 등의 실종에 대한 지원을 위해 당장 개선 가능한 작은 일부터 시작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 사회복지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글쓴이 정한별 사회복지사는 인권연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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