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은 서러운가, 서러워 보이려 하는가
한국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는 스포츠 현상을 비평하고, 대안 담론을 생산하는 모임입니다. 토론 불모지의 한국 스포츠 풍토에서 다양한 가치와 합리적 비판이 경쟁하는 공론장 구실을 지향합니다. <기자말>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
|
| ▲ 럭비 실업 대회의 한 장면 |
| ⓒ 김창금 |
- 비인기 종목은 서러운가, 서러워 보이려하는가
- 자립성 1도 없는 체육 단체의 의존적 폐쇄성
- 사람을 잃어버리는 구조의 배타성
이번 스포츠저널리즘 연구회 토론은 '한국 체육 리셋-기본으로 돌아가야'라는 주제로 기획했다. 한국 체육은 '국가 스포츠 지원'이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 안정성을 갖고 성장했지만, 동시에 종목이나 협회 등 단체로서는 국가의 '스포츠 정치'라는 틀에서 수단화되고 통제되는 운명을 겪어왔다. 이는 한국 스포츠의 현재가 긍정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부정성을 출범 단계부터 배태할 수밖에 없었다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재정적으로 국가에 의존하면서, 자주성을 잃게 된 한국 체육계의 문제는 작게는 종목 단체의 폐쇄적 행정에서부터 크게는 체육단체나 체육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으로 고착화했다.
럭비 선수 출신인 최재섭 전 대한럭비협회 실무 부회장(스포츠심리학 박사)은 종목 단체가 내외부적으로 맞닥뜨린 상황을 '사람을 잃어버리는 구조'라고 명명했다. 엘리트 선수 출신 경기인과 비체육인의 경계를 나누고,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참신한 목소리는 사라지게 된다. 이번 토론에서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라는 표현도, 다른 면에서 보면 국가 자원의 확보나 자기합리화를 위한 종목 이기주의 담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탁민혁, 장익영, 김세훈). 반면 아마추어 종목, 특히 럭비 등 비인기 스포츠가 상업주의 만능 시대에서 학교를 통해 교육적 가치를 확산할 수 있다는 희망도 제기됐다(오태규). 한국 체육계 종목 단체의 비자주적인, 정부 의존적인 습성은 협회나 연맹이 스포츠의 본질로부터 한없이 멀어지는 것과 궤를 같이해왔다. 이제 원점에서 스포츠의 본질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토론 참가자: 최재섭 전 대한럭비협회 부회장(스포츠심리학 박사), 탁민혁 영국 러프버러대 교수, 장익영 한체대 교수, 오태규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원, 김완태 전 프로농구 엘지 단장, 김세훈 경향신문 기자, 사회 김창금 한겨레신문 기자.
일시: 6월28일 줌 토론
사회자: 오늘 토론은 럭비를 중심으로 풀어 나갈 예정이다. 럭비는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이다. 올해 초 집행부가 바뀌었고, 전임 회장 시절의 개혁 노력과 비교하면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렵고 힘든 종목에서 지난 4년간 대한럭비협회의 실무 부회장으로 행정 업무를 총괄했던 최재섭 전 대한럭비협회 부회장을 초청했다. 먼저 소회를 들어보자.
럭비의 무리를 벗어나는 순간 사회에서는 특이한 이력의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낙인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고, 럭비로 돌아와 관여할 때는 완전히 수용되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최재섭 부회장: 저는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럭비 선수로 활동했다. 대학 졸업 때 실업팀에 갈 수 있었지만, 학문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으로 은퇴했다. 청소년 국가대표도 했고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을 나갈 수준의 국가대표는 아니었지만 국가대표 경험도 있고, 대학 시절 주장을 맡기도 했다.
부상 요인도 있었지만, 은퇴 뒤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스포츠 구조'를 바꾸겠다는 원대한 계획 때문이다. 그러니까 돌아오기 위해서 떠났다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많은 후회도 했다. 대학 졸업 뒤 1년 정도 미국 어학연수를 한 뒤 연세대학교에서 스포츠 심리학 석·박사를 마쳤고 강의도 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연구원으로도 일했다. 최근 4년간은 대한럭비협회에서 상근 부회장으로 근무했다.
은퇴했지만 럭비를 한 번도 떠난 적은 없었고, 어떻게든 럭비에 관여하고 기여하는 활동들을 계속해왔다. 럭비의 무리를 벗어나는 순간 사회에서는 특이한 이력의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낙인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고, 럭비로 돌아와 관여할 때는 완전히 수용되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4년간 협회에서 일하면서 '공공의 일'을 하는 것이 '공공의 적'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이 된 것 같다.
김세훈 기자: 대한럭비협회 전 회장이 럭비를 인기 스포츠로 만들겠다고 했고, 최 부회장도 열심히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떨어졌다. 이것이 이른바 기득권 경기인들이 자기네가 모든 걸 혼자 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경기인들의 시각이 럭비인을 넘어 국민의 시선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돌아오기 위해 떠났다는 말도, 사실은 그 섬에 가서 그 괴물을 물리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가갈수록 괴물은 없었다. 실체가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구조적인 한계다.
최재섭: 스포츠 협회가 우리나라 사회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거나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저도 선수 생활할 때는 뭔가 저쪽 섬에는 괴물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돌아오기 위해 떠났다는 말도, 사실은 그 섬에 가서 그 괴물을 물리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가갈수록 괴물은 없었다. 실체가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구조적인 한계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스포츠가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인데, 그 좋은 제도가 우리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경우도 매우 많다. 제도가 설정한 한계 만큼만 성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참여해서 당사자가 돼 책임과 의무를 짊어져야 하는데, 권리 주장만 존재하는 불균형이 있다.
사회자: 대한럭비협회 행정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겠다.
최재섭: 아시아럭비연맹 집행위원을 두 번 정도 하면서 느낀 점이다. 시작할 때 조직이나 거버넌스 자체 또는 임원의 역할이나 임기를 명확히 규정한다. 가령 '아시아럭비연맹의 주인은 누구입니까?'부터 시작한다. 회원국이라고 답하면, '의사결정 권한은 누구에게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집행위원회에 있다고 하면, '결정에 대한 법적 재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습니까?'라고 이어간다. 집행위원회에 있다고 하면, '집행위원회가 짊어져야 하는 금전적 법적 책임을 보완하는 장치는 무엇입니까?'라고 자꾸 정의를 내린다. 이렇게 목적과 방향을 이해하고 시작하는데, 우리나라 스포츠 협회나 연맹의 구조는 목적이나 가치를 정의하거나 설정하지 않은 채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자: 지금 최 부회장님이 매우 중요한 말을 했다. 비판적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 온 탁민혁 교수의 생각은 어떤가?
국가가 짠 스포츠 프레임은 대한체육회 등을 통해 돈 나눠주고, 체육인들을 묶어서 뭔가를 통제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이에 비해 어떻게 하든 자기 종목을 발전시키고, 참여 기반을 만들고, 이어지도록 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진짜 경기인들의 역할이다.
탁민혁 교수: 부회장님의 글이 좋아 페이스북에서 팔로우하고 있다. 색다른 시각이 있고, 오늘 모임 전에 보내주신 글도 읽어보고 재미있는 점이 많다고 느꼈다. 질문일 수도 있고, 논평일 수도 있는데, 저는 럭비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경기인(집단)이라는 것이 있다.
사실 경기를 하는 사람들, 러거(럭비인)들이 모인 것이니 좋은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경기인, 체육인이라고 하면 보통 국가대표를 했거나, 엘리트 체육인들끼리 모인 것을 지칭한다. 어떻게 보면 이들이 좋은 역할을 많이 할 수 있지만, 그동안 저해해 온 것 같다.
국가가 짠 스포츠 프레임은 대한체육회 등을 통해 돈 나눠주고, 체육인들을 묶어서 뭔가를 통제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이에 비해 어떻게 하든 자기 종목을 발전시키고, 참여 기반을 만들고, 이어지도록 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진짜 경기인들의 역할이다. 뉴질랜드와 영국 사회를 봐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회자: 한국의 문화가 책임과 의무보다는 권리만 주장한다는 최 부회장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아예 불모지에서 시작한다면, 맨땅에서 뭐라도 차라리 그냥 피어나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관할 아래 들어오면 갑자기 그걸 통해 혜택을 보려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러면서 진정한 스포츠 육성의 길로부터 멀어진다.
탁민혁: 일단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면, 종목 특성과 상관없더라도 혜택을 받으려 하고, 항상 목말라하고, 그것만을 따라가다 보니까 본래 해야 하는 일, 정작 스포츠 육성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씨를 뿌리는' 파종을 못 하는 것 같다. 경기인들이 자발적으로 꾸준히 해내야 하는 것들이 오히려 간당간당해지는 상황이다. 아예 불모지에서 시작한다면, 맨땅에서 뭐라도 차라리 그냥 피어나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넷볼이나 플로어 볼 같은 스포츠는 올림픽 종목도 아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자발적으로 무언가 해낸다. 그런데 그런 종목들이 정부의 관할 아래 들어오면 갑자기 그걸 통해 혜택을 보려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러면서 진정한 스포츠 육성의 길로부터 멀어진다. 그 관성 때문에 럭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스포츠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자: 직접 협회 행정을 했던 최 부회장의 답변을 듣고 싶다.
우리나라의 엘리트 스포츠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구조다. 결국 맨 마지막엔 소수의 사람만 남는다.
최재섭: 제가 말했던 것과도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경기인, 스포츠인, 럭비인이라는 정의가 너무 협소하거나 규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럭비인이라고 하면 어디까지가 럭비인인가. 국가대표까지 한 사람들이냐, 아니면 연대·고대·경희대·단대 등 엘리트 스포츠를 했던 사람들까지냐. 규정 짓기 어렵고 각자의 처지에 따라 정의하기 때문에 구분이 생기고, 외연 확장이 어려울 때가 있다. 럭비협회 이사회를 구성할 때도 미국에서 럭비를 한 변호사를 영입했더니 이사회에 럭비인들이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제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 올림픽 메달리스트나 태릉선수촌을 경험한 다른 종목 국가대표 출신들은 '너는 나만큼 안 했잖아! 그러니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거야'라고 한다. 학계에서도 제가 어떤 주장을 하면, 엘리트 스포츠 선수 출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최 박사가 한 것은 생활체육이었지'라고 얘기한다.
|
|
| ▲ 월드컵 예선전을 보기 위해 모인 관중. 한국 축구대표팀의 인기를 보여준다. |
| ⓒ 김창금 |
비인기 스포츠는 당연히 서러운 것이다. 그런데 설움이라고 말하는 것은 뭘 더 달라는 것 아닌가. 여기엔 스포츠가 모두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영국, 뉴질랜드를 가도 어디나 집중과 투자를 하는 종목은 있다.
탁민혁: 비인기 종목이라는 말도 그렇다. 저는 비인기 종목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다. 이제 그런 부분에 공감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저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말에 매우 비정한 관점을 갖고 있다. 개별 스포츠가 관중을 끌어낼 수 있는 쇼나 퍼포먼스를 할 수 없으면 인기가 없는 게 당연하다.
재정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것을 국가가 부양하는 것이 이상하다. 기본적인 보급과 육성의 기회를 주고, 균등하게 발전하기 위해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균등한 기회라는 게 결국은 올림픽 종목이기 때문에 주는 것이다. 그런 것이 과도해지게 되고, 결국엔 경기 단체가 스스로 '내 스포츠를 키워야겠다'라는 주도권이나 자발성을 자꾸 잃게 된다.
비인기 스포츠의 설움이라는 말 자체도 맥락을 봐야 한다. 비인기 스포츠는 당연히 서러운 것이다. 그런데 설움이라고 말하는 것은 뭘 더 달라는 것 아닌가. 여기엔 스포츠가 모두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영국, 뉴질랜드를 가도 어디나 집중과 투자를 하는 종목은 있다. 나머지 종목은 다른 수요를 찾아 움직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어떤 플랫폼으로 종목을 확장할 것이냐의 문제다. 럭비는 제가 해본 적은 없지만 정말 존경하는 종목이다. 이것을 직업으로 삼고 메달을 따겠다고 하면 힘들고 비전을 찾기 어렵다. 반면 교육적 효과가 정말 엄청나다. 영국이나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통해 보급하는 가장 좋은 스포츠다. 이런 측면이 홍보되면 많은 이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이라는 환경에서는 학부모조차도 관심이 많지 않다. 균형적인 발전보다는 좋은 대학에 가고, 미래를 담보하길 원하니까 공부를 하든지, 아니면 가능성 있는 운동에 집중한다.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럭비가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 하더라도 확장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설움이라는 감정 자체가 수긍하기 어려웠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서러워만 한다는 것 자체를 옳지 않다고 봤다.
최재섭: 저는 20년 전 현역 선수 시절부터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라는 단어가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지만, 설움이라는 감정 자체가 수긍하기 어려웠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서러워만 한다는 것 자체를 옳지 않다고 봤다. 최근에 제가 쓴 글에도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누군가 뒤로 숨으려고 했던 관념이라고 했다.
럭비는 사실 과거에 대단한 분들이 했다. 다작 시인으로 유명하신 조병화도 럭비를 했고, 김종열 전 대한체육회 회장도 럭비를 했다. 노태우 대통령도, 현대의 정몽구 회장, 삼성 이건희 회장, 포스코의 박태준 회장도 럭비를 했다. 박태준 회장은 일본 총리이며 일본 럭비협회장을 지낸 모리 요시로와도 가까웠다. 그런 유산으로 럭비가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 단국대 장충식 이사장님도 럭비를 했고, 그래서 단대·경희대·연대·고대에서 럭비 선수들을 체육 특기자로 뽑고 팀을 운영하고 있다. 실업팀으로 현대글로비스, 한국전력, 포스코E&C, OK금융그룹이 있고 상무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런 유산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라고 하기보다는, 굉장히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고, 뒤로 숨으려 하는 것으로 쓰이는 것 같아 동의할 수 없었다.
말씀하신 대로 럭비는 교육적으로 정말 좋은 스포츠다.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사회의 리더들을 육성해 내는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좋은 것은, 즉 본질은 사라지고, 스포츠 자체가 수단이 돼버렸다.
사회자: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정의하지도 않은 채, 사람을 잃어가는 한국 스포츠의 구조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라는 언어에서 다시 만나는 것 같다. 스포츠의 본질은 사라지고, 책임지지 않은 채, 숨으려고 하는 부정적인 면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라는 담론 속에 깔렸다는 것이 놀랍다.
협회들이 국가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 스스로 비인기화 하는 경향도 있다. 이것이 한국의 스포츠가, 특히 비인기 스포츠가 발전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장익영 교수: 뉴질랜드에서 공부해서 럭비는 좋아한다. 한국 럭비는 잘 모르지만, 말씀에 동의한다. 저도 비인기 종목의 선수를 했는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비인기라는 것이 비인기 종목 단체들이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것 같다.
비인기라는 것은 보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비올림픽 종목을 말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생활체육의 저변이 약한 종목을 비인기라고 말할 수 있다. 누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비인기 종목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협회들이 국가로부터의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 스스로 비인기화 하는 경향도 있다. 이것이 한국의 스포츠가, 특히 비인기 스포츠가 발전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
|
| ▲ 오케이읏맨 럭비 선수들이 학생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다. |
| ⓒ 김창금 |
비인기 종목의 개념 규정을 '자본주의의 때가 덜 묻은 종목'이라고 말하고 싶다. 상업화가 덜 된 종목이기 때문에 극단화한 스포츠 상업주의 환경에서 오히려 개인의 완성과 인간주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비인기 종목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오태규: 일본에서는 럭비 인기가 높다. 전임 대한럭비협회 회장도 일본에서 럭비를 했고, 또 일본의 조선학교가 전국 고교 대회에 나가서 항상 우승권에 들기도 한다. 지금 비인기 종목이라는 개념을 얘기하는데, 저는 비인기 종목의 개념 규정을 '자본주의의 때가 덜 묻은 종목'이라고 말하고 싶다. 상업화가 덜 된 종목이기 때문에 극단화한 스포츠 상업주의 환경에서 오히려 개인의 완성과 인간주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비인기 종목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
|
| ▲ 대한럭비협회와 프로스펙스의 후원 협약식 사진 |
| ⓒ 대한럭비협회 |
'우리는 불쌍하니까 도와주세요'라는 식의 소년·소녀 가장의 스토리, 우생순 스토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예를 들면 후원이라는 것도 받으려는 사람들은 무엇을 돌려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는 순간 저는 나쁜 사람이 된다.
최재섭: 제가 경험한 협회나 스포츠에서,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그 본질이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제도와 조건들이 있어도 스포츠가 수단화되고, 그런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구조다. 생활체육이냐 엘리트냐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용어들도 경계를 만들고 구분 짓기를 한다. 생활체육이나 보급을 강조하면, 엘리트 스포츠가 무너질 것이고, 공부하면 스포츠에 방해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이분법적인 사고다.
아까 장 교수님도 말했지만, '우리는 불쌍하니까 도와주세요'라는 식의 소년·소녀 가장의 스토리, 우생순 스토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예를 들면 후원이라는 것도 받으려는 사람들은 무엇을 돌려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는 순간 저는 나쁜 사람이 된다.
실제 기업에서도 비인기 스포츠 팀을 운영하면서도 전혀 관심이 없는 곳도 있다. 그냥 사회공헌 정도의 느낌이다. 보육원에 주나 스포츠에 주나 정도의 수준에서 운영하는 측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외부에서나 회장이 많은 기여를 해주기를 바라면서도 국가에서 받은 지원은 '경기인의 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몇십 퍼센트 기여하면서,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 열심히 무엇인가 하고 투자도 하는 사람들이 실망하게 되는 구조다.
사회자: 프로구단을 운영한 김완태 단장의 시각도 궁금하다.
김완태 단장: 미리 보낸 글을 읽으면서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최재섭 부회장이 엘리트 선수로부터 시작해서 스포츠 행정을 했다면, 저는 회사 경영 이런 쪽에서 일했다. 마지막에 5년 프로스포츠 구단을 경영했다. 저도 당시 회사 마케팅이나 인사 쪽에서 있다가 가니까 '뭘 하겠어'라는 인식이 많았던 것 같다. 제가 어떤 자세로 구단을 운영할지 엄청난 부담이 됐다. 그럼에도 가장 먼저 한 것은 프로 스포츠의 본질, 왜 프로 스포츠 구단이 존재하는지 그 본질을 보려고 했다. 스태프들하고 협의해 만든 '비욘드 빅토리'(beyond victory)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는데, 프로 구단이 꼭 승리만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보다도 더 큰 가치를 찾아 나가기 위해서였다. 결국은 창단 15년 동안 한 번도 못 했던 1위를 차지하는 기회가 왔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제대로 개혁하려면 적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그것을 돌파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미움을 받을 용기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 부회장은 나름 용기는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용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최재섭: 말씀에 공감한다. 스포츠가 결국은 사람이 모여서 하는 곳인데, 스포츠를 확장하고 인기를 얻자고 하지만, 사실은 그 안에는 굉장한 배타성이 존재한다. 배타성을 내려놓지 않고 혹은 사람들이 모이는 걸 원치 않고, 다양한 의견이나 불편함을 이겨내려 하지 않으면서 인기를 얻자는 것은 모순적이다.
'이건 우리 거야! 너는 이만큼만 해' '너는 탁구인 아니야' '너는 럭비인 아니야' 등등의 구분 짓기를 내려놔야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스포츠 발전의 목표가 아닌가 싶다.
- ②편 <경쟁력 외면하는 비인기 종목, 한국 스포츠의 불편한 진실>로 이어집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란 특검, 이상민 전 장관 구속영장... "단전·단수 미수 아니다"
- 이재명 대통령의 '추측'에 싱가포르가 답하다
- "열매가 안 맺힌다, 15년 자두 농사 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
- 휴대폰 성지 가보니..."단통법 폐지? 소문난 잔치, 달라진게 없다"
- 특검 출석한 '키맨', 채해병 질문에 "국군장병 자랑스럽다" 동문서답
- "38살은 불가능" 소리 들었지만 86세에도 그림 그리는 화가
- 코스피 3000 돌파... 기쁜 날인데 개미는 배가 아프다
- 경쟁력 외면하는 비인기 종목, 한국 스포츠의 불편한 진실
- 취임식 못 한 이 대통령, 광복절 광화문광장에서 임명식 연다
- [오마이포토2025] 청년·학생 단체 "국민연금 개혁, 청년 배제 안 돼...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