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을 구하는 지중해 구조대, 그 처절한 이야기
[문종필 기자]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떠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떠나야 하는 곳은 가까운 곳에 있지 않다. 인천과 부산을, 인천과 강원도를, 인천과 제주도를, 인천과 전라도를, 오갈 수 있는 적당한 거리도 아니다.
절박함을 지닌 이들은, 모든 것을 걸고 배를 타거나 트럭을 탄 채 국경을 넘는다. 이 역경이 운 좋게 성공하는 때도 있지만, 처참한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쟁, 빈곤, 박해, 기후 위기 등의 이유로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이들을 우리는 '난민'이라고 부르거나 강제적 '이주민'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난민'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식민지 시기 중국이나 러시아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가야만 했던 역사를 떠올린다면, 익숙한 존재가 '난민'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때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시간에 황해도 은율 태생인 시인 김종삼은 <민간인>이라는 작품으로 난민의 심정을 안타깝게 표현해내기도 했다.
나아가 우리에게 탈북민은 '난민'이 아니지만, 유엔이 탈북민을 난민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난민'의 처절함은 이곳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수많은 '난민'들의 처지도 이와 같다.
이들이 새로운 곳을 향했다고 해서 어려운 상황이 단숨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난민을 너그럽게 수용해 줄 수 있는 분위기는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이들은 고향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수많은 장벽에 부딪힌다. 브로커에게 막대한 돈을 지급하지 못해 떠날 용기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떠나야만 하는 그곳으로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무에게나 주어진 권한이 아니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허무하고 씁쓸하다.
|
|
| ▲ <지중해의 끝, 파랑> 표지 |
| ⓒ 바람북스 |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기자인 이폴리트가 오션바이킹 호에 올라타 동료들과 난민을 구하는 여정을 다룬다. 저자는 르포 기자이기도 하지만 글과 그림을 그리는 만화가이기도 하다. 영상이나 언어가 아닌, 만화의 형식으로 정성껏 난민 구조 과정을 담아낸다. 이 여정 속에서 일어났던 매 순간의 절박함과 혼란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만화의 형식으로 애틋하게 녹여낸다.
하지만 이 텍스트는 이런 선한 의도만을 연출하지 않는다. 절박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를 고려해 우리가 '난민'을 대하는 자세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절박한 상황은 '코로나'라는 무서운(?) 바이러스와 연관이 있다. 이 바이러스가 어디서 발생 되었는지, 기원을 따져 묻는 것보다도 이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흔들렸던 기억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은 감기의 한 종류로 치부될 만큼 평범한 바이러스로 간주되고 있지만, 낯선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장되던 시기에 감염자들은 혐오의 대상이 되거나 위험한 존재로 각인되었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기에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횡단해 국경을 넘어야 했던 '난민'들은 어떤 대우를 받았겠는가. 힘들게 상상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난민을 구하러 가는 여정을 <지중해의 끝, 파랑>은 구조자의 입장에서 무게 있게 기록한다.
구조팀 'SOS 메디테라네'의 임무는 단순하다. "바다에 나가서, 구조하고, 하선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법적인 절차도 까다롭지만, 첫 임무를 맡은 사람들은 임무가 끝난 후, "감정적으로 회복하는 데 거의 6개월"이 걸린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난민을 구하는 과정은 힘겨울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혹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SOS 메디테라네에서 4년 동안 근무한 '바티스트'는 "현실을 제대로 목격하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해요"라고 말한다. 직선으로 흘러가는 시간이 '이전'과 '이후'의 시간으로 바뀐다는 것은 예술적 사건을 경험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경험과 마주했을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여기서 충격적인 경험은 "삶을 향해 발버둥 치는 그들"을 구조하는 것이다. 'SOS 메디테라네'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탕기 루프'는 또 이런 말을 남긴다.
2018년 1월, 구조 작업의 지휘권이 이탈리아에서 리비아 해안경비대로 넘어간 적이 있어요… 리비아 쪽이랑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우리는 리비아 경비대가 도착할 때가지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두 시간, 세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상황이 복잡했어요.
아직 캄캄한 새벽 다섯 시였는데, 배 하나가 우리 바로 옆을 스쳐지나가더군요.
정말이지, 가까스로 충돌을 피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 배의 누구도 구조할 수 없었죠. 리비아 경비대는 도착하자마자, 우리더러 이 구역을 벗어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고 위협했어요.
조금 뒤 해가 떴을 때,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난파선이 한두 척 보였어요. 이탈리아 순찰선 하나도 우리 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그냥 방향을 돌려 가버리더라고요.
우리는 구조보트를 내리고 가까이 접근했어요. 정말이지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파도는 1.5, 2미터 가까이 높게 몰아쳤고 바람도 초속 30노트는 됐을 거예요. 악천후였습니다. 반쯤 파손되고 이미 물이 가득 찬 배에 가까이 갔는데 사람 형체가… 둥둥 떠다녔어요. 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불간할 수 없었어요.
아수라장이었어요. 말도 안 되는…
그래도 좋은 기억은, 우리가 아이들과 아기 여섯 명을 구했다는 거예요. 살려냈다고 하는 게 맞겠어요. 어쨌든 그 아이들은 전부 살아남았습니다. 좋은 하루였어요. 더럽고 지랄맞았지만, 좋은 하루였죠. - 〈지중해의 끝, 파랑〉, 99~100쪽.
SOS 메디테라네 대원들은 악천후의 환경 속에서 바다 위를 배회하는 아이들과 아기 여섯 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하지만 이렇게 발견되지 않는 난민들은 어떤 운명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
|
| ▲ 〈지중해의 끝, 파랑〉 170~171쪽. 난민들에게 머무를 수 있는 안전한 항구가 확보되었다는 소식이 전달되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장면이다. |
| ⓒ 바람북스 |
이 '부끄러움'이 단단한 법의 형태로 난민들을 구할 수 있다면 예술가로서 더는 바랄 것이 없겠다. 무엇보다도 난민들이 낯선 이국땅에 정착해 안전하게 그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으면 좋겠다. '부끄러움'이 무모함을 가능한 것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 독자들에게 이 텍스트를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문종필은 평론가이며 지은 책으로 문학평론집 〈싸움〉(2022)이 있습니다. 이 평론집으로 2023년 5회 [죽비 문화 多 평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밖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집에 「그래픽 노블의 역습」(2021)과 「좋은 곳」(2022)과 「무제」(2023)를 발표하면서 만화평론을 시작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힘 지지' 엄마에게 쏘아붙인 한마디... 후회한 뒤 내가 한 일
- [속보] 윤석열 강제구인 나선 특검 "3시반까지 조사실 인치 협조공문"
- 해명 도중 울컥한 강선우...국민의힘 "저 봐라, 감정 잡는다"
- '가난 때문에 배움 포기 않도록 하겠다'던 이 대통령, 1년 뒤 성남에서 한 일
- 못 씻고 못 자고 못 먹고, 소개팅도 취소... PD는 이렇게 삽니다
- 폭염경보인데 냉기로 가득한 지장재 고갯마루
-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 64.6%...TK 하락 국힘, 5년 만에 최저치
- 의문사로 남은 '60만 마리' 떼죽음과 국립환경과학원의 '이중성'
- 민주당 비판에 '고발장 대응' 나선 국힘 "우린 해수부 이전 찬성"
- 4000원도 안 되는 한 끼 밥값... 충북소방관들이 갹출까지 하는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