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를 읽고 지나온 삶을 반추하다
[김용찬 기자]
동양사상에서 장자는 노자와 더불어 이른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주장하며, 순리에 맞게 살아가는 자세를 강조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이 강조하는 '무위(無爲)'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순리를 거스르며 무언가를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의 사상은 도덕으로써 그릇된 새상을 바로잡겠다는 유가(儒家)와는 다를 수밖에 없으며, 장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유가는 인위적인 관념을 사람들에게 지키도록 하는 '유위(有爲)'의 사상일 뿐이다.
사상가 장자의 언행을 모아서 엮었다는 책 <장자>는 아마도 그를 추종하던 인물들이 장자 사후에 편찬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내편과 외편 그리고 잡편으로 구성된 체계에서, '내편(內篇)'은 장자가 직접 저술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어떠한 생각의 집착 없이 세상을 떠돌며 즐기는 경지를 일컫는 '소요유(逍遙遊)'라는 개념은 장자의 자유로운 사상의 일단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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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십에 읽는 장자 - 복잡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시간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김범준 (지은이) |
| ⓒ 유노북스 |
나 역시 <장자>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던 무렵 동학들과 더불어 강독을 했고, 그 이후 다른 책들에 밀려 깊이 있게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조금씩 떠오르고,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삼 깨닫기도 하였다. 그 가운데 이 책에서 저자가 주목했던 '좌치(坐馳)'와 '좌망(坐忘)'이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도 온갖 생각에 휘둘려 우왕좌왕하는 상태가 '좌치'라면, '좌망'은 모든 잡념을 잊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세를 일컫는 표현이라고 하겠다. 예컨대 야외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이른바 '불멍'에 빠져들어, 아무런 생각 없이 편안해지는 상태도 역시 '좌망'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람들은 '불멍'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회귀하여 온갖 근심에 사로잡히게 되지만, '좌망'은 그러한 자세를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겠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장자>에 대해 체계적인 설명을 제시하기보다, 그저 저자가 그 책을 읽으면서 주목했던 구절들을 인용하고 그에 관한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독자들은 어떤 구절에서는 저자의 의견에 깊이 공감할 수 있겠지만, 처한 입장이 다르기에 어떤 설명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돈과 명예를 추구했던 조급함에서 벗어나 '이제 치열함은 내려놓아도 좋다'라고 생각한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오십의 근심과 괴로움을 비우는 장자의 28가지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저자는 '복잡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들어가며'의 제목을 '장자를 읽고 오십의 여유를 되찾다'라고 제시하고 있으며, 본문은 모두 5개 항목으로 나누어 <장자>에서 취한 28개의 구절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항목들에 제시된 표현을 통해서, 저자가 생각하는 <장자>의 핵심 요소들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욕심 대신 자유'(1장)라든가 '후회 대신 준비'(2장), '외로움 대신 성찰'(3장)과 '공허함 대신 배움'(4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기 대신 활기'(5장)라는 항목의 표현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각 장의 제목으로 선정된 단어들 중에 '욕심'과 '후회' 등의 표현은 과거 저자가 살아가면서 느꼈던 조급함을 드러내는 감정들이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여기에 앞선 단어들에 대비되는 '자유'와 '준비' 등의 표현들은, 아마도 저자가 <장자>를 읽으면서 새롭게 찾은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파악된다.
저자에게 <장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책이었다면, 아마도 독자들에게는 <장자>를 비롯한 또 다른 책이나 경험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하겠다. 또한 나이 오십에 접어들어 이러한 고민을 진지하게 했을 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책을 읽는 지금의 시점이 인생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무엇을 읽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갈지를 생각하는 것은 각자에게 달려있다. 지극히 당연한 관점일 수 있겠지만, 각자의 삶을 보다 깊고 윤택하는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결국 자기의 몫일 뿐이라고 하겠다. 나로서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장자>의 원문을 진지하게 다시 읽어볼 생각을 품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이 책의 독서가 던져준 하나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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