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韓 뮤지컬①] 토니상도 뚫었다…K-뮤지컬, K-콘텐츠 새 지평 열다

박정선 2025. 7. 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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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의 쾌거
한국 창작 뮤지컬의 무한한 가능성 열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NHN링크

최근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포함해 무려 6개 부문을 석권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한국 창작 작품이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에서 거둔 전례 없는 쾌거이자, ‘K-뮤지컬’의 무한한 글로벌 가능성을 증명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를 주요 무대로 활동했던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는 수년 전부터 세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전례 없는 독보적인 성장을 이뤘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것을 시작으로, 케이팝(K-POP)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는 물론 ‘빌보드 뮤직 어워즈’ 3관왕에 올랐다. 영화 ‘기생충’이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2020년엔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 1위를 달성했다. 또 지난해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국경을 넘어 ‘K-콘텐츠’라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 현상을 만들어 낸 사례들이다.

이러한 K-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한국 뮤지컬 역시 묵묵히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 시작점에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명성황후’가 있었다. 1997년,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 진출하며 한국 뮤지컬 사상 최초로 브로드웨이 무대를 밟았다. 상업적 성공은 얻지 못했지만, 브로드웨이에 오른 첫 한국 뮤지컬이란 상징성과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 통한다.

소극장, 대극장 할 것 없이 다양한 작품들이 그 뒤를 이어 해외 시장을 두드렸다. 소극장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소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로 중국과 일본에 동시 라이선스를 수출했고, ‘영웅’은 2011년 뉴욕 링컨센터 브로드웨이 현지 공연을 했다.

‘프랑켄슈타인’도 2016년 일본 대형 제작사에 라이선스 수출해 현지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어갔고, ‘마리퀴리’는 지난해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 장기 공연을 올렸다. 이밖에도 소극장 뮤지컬 ‘빨래’ ‘번지점프를 하다’를 비롯해 ‘팬레터’ ‘벤허’ ‘엑스칼리버’ 등 K-뮤지컬은 다양한 장르와 규모를 아우르며 꾸준히 해외 진출의 보폭을 넓혀왔다.

그러나 이번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은 그간의 해외 진출과는 확연히 다른, 기념비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실제로 한국 뮤지컬은 수차례 본고장인 브로드웨이 입성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202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케이팝’(KPOP)이 대표적 사례다. 케이팝 아이돌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었으나 개막 후 단 2주(17회 공연) 만에 극장 문을 닫아야 했다.

즉 이전의 해외 공연들이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 그 자체에 의미를 두거나 특정 시장에서의 성공에 머물렀다면, ‘어쩌면 해피엔딩’은 세계 뮤지컬의 정점이라 불리는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성, 음악성, 연출력 등을 모두 인정받아 최고 권위의 상을 휩쓸며 ‘글로벌 콘텐츠’로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역량을 비로소 완벽하게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K-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K-뮤지컬이라는 용어가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건 아니”라면서도 “다만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극장에서 관객분들이 ’한국에서 온 뮤지컬이야, 한국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야‘라는 말을 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 배우들도 대기실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민자로서 ’나의 문화’가 어느 순간 ‘사람들과 공유하는 문화’가 된 거다. ‘어쩌면 해피엔딩’도 한국이 기반이 되어 사람들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작품이 된 건데, 그럼 이제 비로소 ‘K-뮤지컬’이라고 해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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