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배움 포기 않도록 하겠다'던 이 대통령, 1년 뒤 성남에서 한 일
[이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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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수상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밭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인사 초청 행사에서 조수미 성악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엘 시스테마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걸로 위대한 예술가가 되진 않겠지만 기회를 한 번 주는 거다. 자기가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 모르고 평생 살다가 그냥 갈 수도 있지 않나. 기회를 만들어줘서 내 안에 가능성을 탐색해 볼 기회를 주는 게 대한민국 예술 교육에 꼭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성남시에선 그걸 몇 군데 해 봤다. 돈이 좀 들긴 하더라. 악기나 교육 비용이 상당히 들긴 하는데, 그런 것들을 국가 차원에서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엘 시스테마의 성남형 이름인 '어울리오 오케스트라'를 신도심인 분당과 구도심인 수정구 등 두 곳에서 운영했다.
어울리오 오케스트라를 직접 운영한 성남아트센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성남시는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던 2011년에서 2017년까지 12억 2200여만 원(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원금 2억 7천만 원 포함)을 지원했다. 지원 액수는 연도별로 차이가 있는데, 가장 지원 규모가 큰 해는 2015년으로 2억 5천여만 원이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원금에 성남시 지원금을 보탰고, 2014년부터는 성남시 자체 지원금만으로 운영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원금은 2011년 7천만 원,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1억 원이다. 이 대통령은 2010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성남시장을 지냈다.
당시 어울리오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지도한 김경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오케스트라' 수석 강사는 "파격적인 지원을 해 주셔서 저도 깜짝 놀랐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국가 차원에서 해 봤으면"이라는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언급하며 "기대감이 든다"고도 했다.
김경수 수석 강사는 엘 시스테마와 인연이 깊다. 성남아트센터에서 강사에 이어 음악 감독을 역임했고, 엘 시스테마 안양 버전인 '안양 브라보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 및 수석 강사로 활동했다.
지난 8일 오후 성남아트센터에서 그를 만나 성남에서 운영하던 엘 시스테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국과 독일 대학에서 기악을 전공한 음악가다. 현재 성남시립교향악단 상임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김 수석 강사와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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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오케스트라 수석 강사(현재성남시립교향악단 상임 단원) |
| ⓒ 이민선 |
"마약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베네수엘라 빈민가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과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기적적인 일 아닌가?"
- 한국에는 언제 도입됐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했나?
"엘 시스테마의 한국 이름은 정부 지원 사업인 '꿈의 오케스트라'(El Sistema Korea)로, 지난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운영했다. 문화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외 계층의 아동들에게 오케스트라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연습실, 악기 대여, 교육, 정기 공연 등 모든 과정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어울리오 오케스트라를 지원했다고 한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이) 2011년께 어울리오 오케스트라 발대식에서 '가난 때문에 배움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실제로 그 다음 해부터인가, 1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편성했다. 많을 때는 2억 5천만 원 정도를 지원했는데, 당시로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모였다. 엘 시스테마를 운영하는 다른 지역(지방자체단체) 부러움을 살 정도의 파격적인 지원이었다. 성남시장을 오래 하셨으면 어울리오 오케스트라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을 텐데,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아 정말 아쉽다."
- 성남형 엘시스테마 '어울리오 오케스트라'를 통해 음악가로 성장한 제자가 있나?
"구체적으로 파악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음악 전공으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도 있고, 열심히 노력해서 버클리 음대에 유학한 아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많은 아이들에게 음악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 줬다는 점이다."
- 현재 엘 시스테마를 운영하는 곳은 어디인가?
"지금도 서울 성북구·영등포구·은평구, 경기도에서는 안산시와 군포시 등 전국 50여 개 (54개)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중 40여 개(43개) 지자체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산 지원 없이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는 지원금을 받고 있다."
- 우리에게 엘 시스테마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엘 시스테마 교육은 한마디로 협동 교육이다.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악기로 이루어져 있어 서로 배려하고 호흡해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단원들은 무조건 협력해야 한다. 또 그 안에서 개인적 역량도 발휘해야 한다. 사회성을 기르기에 탁월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음악 자체가 주는 힐링 효과가 있어, 경쟁 교육 시스템에 지친 아이들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
- 한국형 엘 시스테마의 발전 방안이 있다면?
"우리 사회 행정과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이 엘 시스테마를 이해하고, 또 필요함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경제적 지원도 중요한데, 중요도로 따지면 경제는 세 번째나 네 번째 정도다. 정말 중요한 것은 참고 기다려 주는 자세다. 아시다시피 단기간에 효과를 보려고 하면 안 되는 게 교육이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심정으로 끊임없이 투자하고 기다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장담하건대 인내심을 가지고 교육하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오는 10월 한국을 방문하는 구스타보 두다멜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예술감독도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10살 때부터 엘 시스테마에서 바이올린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스타보 두다멜의 성장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음악 교육으로 성과를 보려면 1~2년 가지고는 안 된다. 최소한 초등학교 2~3학년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해야 한다. 지원하고 기다리면 제2의 두다멜, 또는 제2의 정명훈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아니,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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