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 한국 여자 축구, 아시아 최강 일본과 투혼의 무승부
[박시인 기자]
한국 여자 축구가 아시아 최강 일본을 상대로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며 동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을 살렸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대표팀은 13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2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일본과 1-1로 비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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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다빈 2005년생 신예 공격수 정다빈이 일본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 ⓒ 대한축구협회 |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민정이 골키퍼 장갑을 낀 가운데 장슬기-노진영-고유진-김혜리가 포백을 맡았다. 미드필드는 정민영-이금민-지소연-강채림, 전방에는 문은주-김민지가 포진했다.
한국은 전반 4분 강채림이 정민영의 후방 패스를 받아 빠르게 치고 나간 뒤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옆그물을 때렸다. 전반 13분에는 지소연이 중앙 공간에서 왼발 슈팅을 날리며 일본 수비를 위협했다.
일본도 공격의 박차를 가했다. 전반 19분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리코 요시다의 오른발 슈팅이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한국은 전반 20분 다시 한 번 기회를 창출했다. 지소연의 패스가 튀어나온 이후 골키퍼가 처리하지 못하자 공이 뒤로 흘렀다. 이어 김민지의 왼발 슈팅이 골문 위로 떠올랐다. 전반 24분에도 김민지의 왼발슛은 골문 왼쪽으로 빛나갔다.
한국은 빠른 공수 전환과 일본의 후방을 노리는 패스로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선제골을 일본에게 내주고 말았다. 전반 36분 유이 나루미야가 하루나 아이카와의 스루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오른쪽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켰다. 전반은 일본이 1-0으로 앞선 채 종료됐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신상우 감독은 이금민, 노진영 대신 김미연, 추효주를 교체 투입했다. 일본은 마미 우에노 대신 유즈호 시오코시를 넣었다.
후반에도 한국의 페이스로 경기가 진행됐다. 장슬기가 공격의 높은 지점으로 전진하면서 더 많은 기회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후반 5분 문은주의 패스를 받은 장슬기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11분에는 지소연이 중앙에서 왼쪽의 장슬기에게 패스를 내줬다. 장슬기가 접어놓고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골키퍼 품에 안겼다.
후반 21분 추효주가 오른쪽에서 시도한 슈팅이 골문 위로 떠올랐고, 후반 24분 세트 피스 기회에서 김미연희 헤더가 골문 밖으로 향했다. 신상우 감독은 앞선 후반 19분 김민재 대신 김신지를 투입한데 이어 후반 26분 강채림 대신 정다빈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은 지속적으로 일본의 골문을 열기 위해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후반 36분 문은주가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에서 시도한 슈팅이 골포스트 오른쪽을 팅겨나오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일본은 남은 시간을 버티기 위해 수비 위주의 전술로 변화를 가져갔다.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41분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오른쪽에서 문은주가 낮게 크로스를 보냈고, 정다빈이 방향을 바꾸는 감각적인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까지 일본의 파상공세에 다소 흔들렸지만 수비진의 투혼으로 실점하지 않고 지켜냈다.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종료됐다.
9개월 전 일본전 대패 이후 한 단계 성장
한국은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20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2005년 초대 대회 우승 이후 줄곧 중국과 일본에 밀리며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다. 특히 한국의 이번 동아시안컵 우승 전망은 밝지 않았다. 이영주, 최유리, 전유경 등 유럽파들이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최근 20년 동안 아시아 여자 축구 판도는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2011 FIFA 여자 월드컵 우승국이자 동아시안컵에서 역대 최다 우승(4회·2008·2010·2019·2022)을 차지할만큼 강력한 전력을 자랑한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 21위로 일본(7위), 중국(17위)보다 낮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는 지소연의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거뒀다.
우승으로 가려면 결국 일본을 넘어서야 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한 수위의 기량을 가진 팀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은 일본과 상대전적에서 4승 11무 19패로 크게 열세였다.
특히 한국은 가장 최근 맞대결인 지난해 10월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0-4 대패를 당했다. 당시 일본전은 신상우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9개월 뒤 열린 안방 리턴 매치에서 한국은 한 단계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아시아 최강 일본을 상대로 0-4에서 1-1로 결과를 바꾼 것은 희망적인 요소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경기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고강도의 움직임으로 공수 양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선제 실점 이후 끈질기게 추격하며 동점골을 만들었는데, 2경기 연속 패배를 무승부로 바꾼 뒷심이 빛났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축구는 극심한 체력 저하로 뒷심 부족을 드러내는 약점을 보였기에 이번 무승부는 의미가 크다.
신상우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당시 일본전에서는 WK리그에서 경험이 많은 선수들 위주로 소집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세대교체가 되는 상황이고, 젊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뛰는 양이 좋았다. 비록 이기지 못했지만 끝까지 따라갈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전 무승부를 이끈 정다빈은 2005년생의 신예 골잡이다. 올해 2월 핑크레이디스컵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태국과의 2차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정다빈은 이번 일본전에서 2호골을 쏘아올렸다. 정다빈은 지난 8일 노르웨이 여자축구 1부리그 팀 스타베크 포트발과 계약하면서 유럽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한국의 우승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승점 4로 동률인 일본과 중국은 오는 16일 오후 4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최종전을 치른다. 만약 두 팀이 비길 경우 한국은 같은 날 오후 7시 30분 최하위 대만(승점 0)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5골차 이상으로 승리해야만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2025 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2차전
(화성종합경기타운, 2025년 7월 13일)
한국 1 - 정다빈(도움:문은주) 86'
일본 1 - 나루미야 유이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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