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그저 기우가 되기를… [편집장 레터]
# “자문 결과를 존중하여…”라고 함으로써 책임 전가 구조를 만들어라. 이사회가 판단한 것이 아니라 외부 독립 자문단(ESG위원회, 법률자문단 등)의 권고에 따랐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합리적 판단이었음을 어필하라. 주주 소송 방어의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 “전자총회 시스템에 일부 기술적 제약이 있어…” 등의 말로 전자주주총회에서 실시간 반응을 제한할 명분을 만들어라. 전자주주총회 도입은 의무지만 프로세스는 설계가 가능한 만큼 질문을 사전 마감하는 식으로 질의응답을 최소화하라. 절차는 준수하면서 실시간 반영으로 인한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
# 3% 룰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대주주가 감사위원을 마음대로 못 뽑게 막기 위한 장치다. 3% 룰이 적용되면 대주주는 감사위원 임명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감사의 경영 개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경영권 분쟁 리스크 기업에는 치명적이다. 전략 목표는 실질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법적으로는 3% 룰 적용을 피하는 구조 만들기다.
7월 3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기업들 발걸음이 바빠졌습니다. 이렇게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는 ‘상법 개정안 대응책’도 돌아다닙니다. 그뿐인가요.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강력한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일 태세입니다. 상법 개정안 2차 파고에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외에 ‘자사주 취득 1년 내 소각 의무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온 상법 개정안이 드디어 통과되고 기대도 우려도 큽니다. 이미 통과된 법안을 두고 언제까지 “문제 많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려나요. 금방 하늘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호들갑스러운 우려가 그저 기우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국 개미투자자들은 단기차익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기업의 단기적 이익에 천착한다. 경영진이 기업의 장기적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릴 경우 주주 이익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걸면 어찌할 텐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것과 관련, 가장 많이 들리는 얘기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한국에서 장기투자자는 바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장기투자를 해봤자 이익은커녕 손해만 보기 일쑤였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단기투자에 매달리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상법 개정안이 안착하고 경영진이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회사와 주주에게 모두 이익이 될 결정을 내리는 문화가 정착돼, 이제 한국인 투자자도 단기투자가 아닌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될 거라 믿어봅니다. 혹여 주주에게 소송당할 것이 무서우면 IR을 통해 “왜 이 결정이 회사와 주주에 장기적인 이익이 되는지” 설명하고 설득하고 해야겠죠. 그런 노력을 해본 적이 없기에 막연히 두려워했을지도요. 어쩌면 “우리(내)가 주인인데 왜 그런 노력까지 하면서 회사를 경영해야 하나”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진 상법 개정안을 환영합니다. 아~ 물론 기업들은 살길 찾느라 쬐끔 바빠질 테지만요(p.52~57).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8호 (2025.07.16~07.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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