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고 찾아올 가족의 죽음, 우리는 어떻게 이별하고 있을까?
[김성호 평론가]
한국 다큐멘터리 관계자들과 자리를 같이 하며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 다큐멘터리 그 크지 않은 장 가운데서 뚜렷한 경향성이 몇 줄기 포착된다는 이야기다. 개중 하나가 자전적 가족 다큐, 본인과 제 가족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한 편의 다큐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겠다. 누구에게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휴대폰 한 대 쯤은 있는 세상이고, 브이로그와 영상예술, 또 다큐의 경계 또한 전과 달리 희미해진 것이어서 자전적인 가족다큐며 영상에세이가 부쩍 많이 제작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영화제를 운영하는 쪽에선 이러한 경향을 더욱 두드러지게 느끼는 모양이다. 근 몇 년 해가 갈수록 저와 제 가족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어낸 다큐멘터리가 출품되는 경우를 많이 마주한다는 전언이다. 3회째를 맞이한 반짝다큐페스티발(아래 반다페)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중·단편 다큐를 출품한 한국 내 창작자 중에서도 제 삶 가까운 곳에서 이야기를 길어올린 작가가 여럿이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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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9재 스틸컷 |
| ⓒ 반짝다큐페스티발 |
제3회 반다페 마지막 날을 장식한 < 49재 >다. 마지막인 섹션9에 속한 이 영화는 정시연 감독의 13분짜리 단편으로, 감독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49재가 열린 하루의 기록이다. 정 감독은 '한 사람의 시간이 영영 멈추게 되었더라도 남겨진 자들의 시간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흐른다'면서 '어떻게 해야 떠나는 이를 잘 보내 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관객 앞에 던진다. 한국 불교의 장례의식으로 대중에 널리 퍼져 있는 죽음과 추도의 양식을 통하여 헤어짐에 대한 담론을 꺼내려는 시도라 보아야 옳겠다.
< 49재 >는 제 가족의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레 담는다는 점에서 서두에 소개한 근래 한국 다큐의 경향성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차이라면 영화가 저나 제 가족의 서사를 구구절절 풀어내는 대신 특정한 하루를 가만히 관찰한다는 점일 것이다. 색을 뺀 흑백 화면 위로 죽은 이가 머물렀을 공간들이, 그 손이 닿았을 물건들이, 죽은 이의 빈자리를 감당하는 이들의 모습이, 표정과 몸짓들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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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9재 스틸컷 |
| ⓒ 반짝다큐페스티발 |
망자가 최종적인 심판을 받고 환생하게 될 49일째에 유가족이 공들여 의식을 치르는 일이 망자에게 어떠한 효과를 미칠지에 대해선 경전 가운데서도 명확한 근거가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가 망자를 기리는 이에게 심리적 안정을, 또 추모의 기회를 준다는 건 따지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49재가 적어도 오늘날 한국인 가운데 제법 지키는 이 많은 불교적 의식으로 기능하는 건 그래서일 테다.
외할머니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다 했다. 예기치 못한 이별은 남은 이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을 터다. 그로부터 49일, 슬픔을 갈무리하고 떠난 이를 진정으로 놓아주는 일을 이 가족은 감당해야만 했을 테다. 종교가, 의식이 그를 도울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가 이어지는 동안 그 양식을 달리하면서도 49재의 전통이 이어진 건 아마도 그 역할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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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9재 스틸컷 |
| ⓒ 반짝다큐페스티발 |
정 감독은 "정신없이 장례식에 가고 할머니를 보내드리는데, 나는 어떻게 할머니를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면서 "가족들이 어떤 모습으로 할머니를 대할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촬영하게 되었다"고 작품이 출발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말했다. 그녀는 이어 "저도 모르게 장례식에 가서 어떤 방식으로라도 할머니를 기억하고 싶어져서 리본핀을 하나 집어 왔다"며 "나 말고 다른 분들은 할머니를 어떻게 보내드릴지, 49재가 지나면 완전히 떠나보내는 시기이기도 해서 관찰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정시연 감독은 다큐멘터리라는 매체에 대한 애정 또한 밝혔다. 그녀는 "원래 소통에 능하지 않고 사람들 눈치도 많이 보는 편인데, 사람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고 세상 이야기도 듣는 건 좋아한다"면서 "면대면으로 있으면 망설여질 때가 있는데, 도리어 카메라 뒤에 있으면 용서가 되는 느낌이랄까, 자신이 생기는 것 같다"고 감상을 전했다. 이어 "담고 싶은 실제 세상의 모습도 다가가서 담을 수 있고 포착하는 삶의 순간이 아름답고 행복한 것 같다"면서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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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짝다큐페스티발 포스터 |
| ⓒ 반짝다큐페스티발 |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영화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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