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실사화'의 시대, 이 시리즈가 애니메이션화 고집한 이유
[최해린 기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시원시원한 액션 영화나 등골 오싹해지는 스릴러 영화만큼 유혹적인 장르도 없을 것이다. 지난 6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프레데터: 킬러 오브 킬러스>는 지난한 여름에 숨통을 트이게 해 줄 신선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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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프레데터: 킬러 오브 킬러스> 스틸컷 |
| ⓒ 디즈니플러스 |
<프레데터> 시리즈는 본래 외계인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외계인이라는 장르적 장치를 이용해 인간의 특성, 특히 유독한 남성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 왔다. '마초남'의 전형인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내세운 1편은 정글에서 외계인에게 사냥당하는 최정예 부대라는 소재를 통해 타국에서의 전쟁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확장 정책을 비판한 바 있었고, 그것이 고평가의 원인이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코멘터리는 2편과 3편에서 힘을 잃었다가 4편에서 돌아왔으나, 그마저도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혹평의 대상이 되었다.
프랜차이즈가 확장됨에 따라 초기작의 주제 의식이 희석되거나 변형되는 것은 제법 흔한 일이다. 당장 <에이리언> 시리즈도 우주 공간에서의 고립감과 신체적 호러 모티프를 통해 인기를 몰았으나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대대적인 분위기 변경과 환기를 감행한 적 있다. 이러한 시도가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와 상관없이, 변화는 장수 프랜차이즈의 생명 연장에 있어 필수 불가결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부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사회적 문제의식을 담은 1편과 '팝콘 무비'로서 탄생한 후속작들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적어도 댄 트랙턴버그 감독은 이 질문에 '양립 가능하다'라고 답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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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프레데터: 킬러 오브 킬러스> 스틸컷 |
| ⓒ 디즈니플러스 |
꼭 <프레데터>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미국은 2020년대 들어 제2의 '애니메이션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즈니와 픽사가 애니메이션의 공식처럼 정립한 전형적 2D·3D 애니메이션의 틀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다. '스파이더버스' 시리즈로 잘 알려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초당 프레임 속도를 과감하게 조절하는가 하면 코믹스에서나 나올 법한 삽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장르의 혁신을 이뤄냈고,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를 필두로 점토를 이용한 클레이메이션(Claymation)도 귀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프레데터: 킬러 오브 킬러스> 역시 이러한 기조에 올라타 개성적인 아트 스타일을 보여준다. 3D 모델을 이용해 동작을 설계한 다음 2D 프레임을 덧붙이는 방법은 넷플릭스 시리즈 <아케인>과 유사하지만 앤디 푼(Andy Poon) 미술감독의 방향성은 영화의 매 프레임을 그림처럼 보이게 만든다. 북유럽의 바이킹 문화권부터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들까지,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도 유지되는 일관된 스타일이 백미다.
이처럼, <프레데터: 킬러 오브 킬러스>는 작품성과 오락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프레데터> 시리즈의 용기 있는 방향 전환인 동시에, 눈의 만찬을 제공해 감상할 맛이 나게 만드는 시각적 잔치이기도 하다. 물론 등장인물들을 가차 없이 사냥하는 '프레데터'의 강인함이나 은밀함 역시 강화되었다면 강화되었지 약해지지 않아, 스릴러·액션 장르의 쾌감 역시 거침없이 이어진다.
무더운 여름, 모두가 '애니메이션 실사화'를 이어가는 시대에 '실사영화 애니메이션화'라는 승부수를 둔 <프레데터: 킬러 오브 킬러스>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예상치 못한 재미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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