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와서 혐중 쏟아낸 극우 시위대에, 동네 고교생이 한 말

박성우 2025. 7. 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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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어게인' 행진 소식에 시민들 모여 '혐오 규탄' 집회, 지역 주민들 "왜 법원 아닌 여기서..." 어리둥절

[박성우 기자]

 한편 혐오를 반대하는 이들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윤어게인' 손팻말을 든 이들이 30~40명 정도 모여 있었다.
ⓒ 박성우
아직 한낮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11일 오후 7시, 평소였다면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이들만 서 있을 서울 2호선 대림역 9번 출구 앞이 발 디딜 곳 없이 인파로 북적였다.

'이 거리는 환대와 공존의 거리입니다', '혐중을 거부하는 모두의 민주주의', '이주민 혐오하는 극우세력 나가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우리 사회에 혐오세력보다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혐오세력 행진 소식 이틀 만에... 시민 200명, '규탄' 위해 모였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11일 '윤어게인'을 외치는 극우 시위대가 중국계 이주민이 밀집한 대림동을 행진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알게 된 건 불과 이틀 전이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이들은 기자회견을 조직하고, 혐오세력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대림동 곳곳에 내걸었다. 진보당·민주노동당·녹색당·노동당 등 진보정당들이 혐오세력을 막고자 동참했고 대림동에서 살아가는 지역민들도 나섰다.

그렇게 이틀 만에 조직된 '내란 종식! 혐오선동 규탄! 차별금지!' 기자회견에는 시민사회단체 70개가 공동주최 단위로 모였고 기자회견 현장에는 시민 200명(주최 쪽 추산)이 함께 했다.

중국 동포 당사자와 시민사회·노조 활동가, 진보정당 정치인, 대림동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교사가 모여 극우 시위대의 혐오와 차별을 규탄하고 나섰다. 1시간가량 이어진 연대 발언의 마지막 차례는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 연구소 소장이었다.

박 소장은 "오늘의 기자회견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이 뜨거운 연대의 기운을 모아서 하루속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이주민도, 이주 노동자도 한국 사회의 존엄한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극우 시위대에 혐오 선동을 중단하고 이주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 등 혐오 세력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와 혐오 방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틀 만에 조직된 '내란 종식! 혐오선동 규탄! 차별금지!' 기자회견에는 시민사회단체 70개가 공동주최 단위로 모였고 기자회견 현장에는 다수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 박성우
혐중 발언 서슴지 않은 '윤어게인' 시위대, 어리둥절한 대림동 주민들

혐오를 반대하는 이들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윤어게인' 손팻말을 든 이들이 30~40명 정도 모여 있었다.

한 유튜버는 "이 정도 모였으면 성공이다. 한줌이 아니다"라며 "여기는 중국 공산당 지시받는 주민들이 사는 곳이니 조심하자"라며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혐오 내용이 담긴 노래를 제창했다.

한 참가자는 행진 도중 양꼬치 식당 안의 종업원들을 향해 "저것들 다 중국X들이냐", "중국X들 다 꺼져라"라며 깃발을 휘두르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윤 어게인', 'CCP(중국 공산당) OUT', '부정선거 척결' 등을 계속해서 외쳤다.

대림동 주민들은 극우 시위대가 왜 여길 왔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에게 "저 사람들 왜 저러는 건가"라고 물은 한국 생활 28년차 주민은 기자의 설명을 듣더니 "윤석열씨 투쟁을 왜 여기서..."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주민도 "거길(법원에) 가야 실력행사가 되는 거지, 왜 애꿎은 여기 와서 동네 시끄럽게 난리인가"라고 푸념했다.

대림동에서 산 지 25년이 다 넘었다는 여성 노인은 "경제가 살고 그래야 우리 장사도 잘 되니 항상 한국이 잘 되길 바란다"면서 "우리가 우리 손으로 벌어먹고 살면서 세금 꼬박꼬박 내는 게 무슨 잘못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혐오 세력에 반대하는 집회에 대해 "상식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와줘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혐오 반대 집회 도중 일부 주민들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대림동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한 고등학생은 이날 혐오 반대 집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혐오에 침묵하면 차별은 더 확장되고 우리 사회의 병이 돼 버립니다. 혐오에 맞서는 건 거창한 운동도, 정치적 입장도 아닙니다. 나의 곁에 있는 이웃을 지키는 당연한 행동일 뿐입니다."
 증오로 가득한 그들의 목소리 대신, 수백 명의 시민과 지역민의 "혐오세력 물러가라"라는 외침이 이 거리의 진짜 울림이 됐다.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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