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메타젠 “건강한 대변 5000엔에 삽니다” [JAPAN NOW]

2025. 7.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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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약 원료로 이것까지?
일본 바이오 업체 메타젠테라퓨틱스가 쓰루오카시에 조성한 헌변 시설 내 휴게 공간. 기증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메타젠테라퓨틱스 제공)
“건강한 대변 5000엔에 삽니다.”

농담 같지만 실화다. 일본 혼슈 북부에 있는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에 지난 4월 건강한 대변을 구입하는 시설이 들어왔다. 미생물과 관련 유전 정보를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는 회사인 일본의 ‘메타젠테라퓨틱스(이하 메타젠)’가 건강한 대변을 구하기 위해 만들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헌혈’이 아닌 ‘헌변’을 받는 이곳을 최근 집중 조명했다. 이곳은 매주 월~수요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대변을 수집한다.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사전 예약은 필요 없다. 대변이 마려우면 이곳에 와서 일을 보면 되는 방식이다.

아무나 기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이는 18~65세여야 하고 대변이 건강하다고 확인된 사람만 가능하다. 까다로운 검사를 거쳐 지원자의 5~10% 정도만 기증 자격이 주어진다.

이곳 시설은 ‘다니고 싶어지는 화장실’을 콘셉트로 지어졌다. 넓은 창과 대형 거울을 곳곳에 설치해 화장실이지만 밝은 느낌이 들도록 했다. 화장실 내에 대변을 수집하는 공간은 총 3곳이다.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스피커에서 물소리 등도 나오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대변을 모으는 곳은 일본 바이오 스타트업인 메타젠이다. 회사는 난치병으로 꼽히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완치가 되지 않더라도 장내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부터 미국과 일본에서 임상 시험을 시작해 2032년에 신약을 판매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일본 국부펀드인 일본투자공사(JIC)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장내세균총 추출

신약 개발에 꼭 필요한 것이 건강한 대변이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 포함된 장내세균총을 환자의 장에 이식해 균형 잡힌 장내세균총을 재구축하는 방식이다. 장내세균총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다양한 미생물 군집 중에서도 소화기관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현재 연 2000개 이상의 건강한 대변이 필요하다. 헌변 기증자 모집에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헌변을 원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이트에 기증자 등록을 하면 된다. 온라인 건강 체크를 먼저 받은 뒤 쓰루오카시립병원에서 혈액과 변, 타액 등 추가 검사를 받으면 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의사가 적격성 판단을 내리면 정식 기증자로 인정돼 헌변이 가능해진다.

헌변을 한 기증자에게는 회사가 회당 3000엔의 사례비를 지급한다. 또 2~3개월마다 변이나 혈액 재검사를 받아 합격하면 그사이 냉동 보관 중이던 전체 대변에 대해 건당 2000엔을 추가로 지급해준다. 반대로 불합격하면 기증자 대변은 전량 폐기 처분된다.

전용 화장실은 물로 대변을 흘려보내지 않고 전용 상자에 담기도록 한 구조다. 이곳에 담긴 대변은 옆방 설비로 옮겨져 장내세균이 추출된다.

쓰루오카는 인구 10만명의 작은 도시인데도 기증자 열기가 뜨겁다고 전해진다. 벌써 온라인으로 건강 체크 신청을 한 사람이 400명이 넘는다. 쓰루오카에서 모인 대변이 약으로 바뀌어 세계의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건강한 대변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먼저 챙기는 움직임도 커지는 모습이다. 닛케이는 “장은 암이나 우울증과도 관련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관”이라며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의 예방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lee.seungh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7호 (2025.07.09~07.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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