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아저씨에게 헌사 보낸 이 책, 분해를 사유하다

김용찬 2025. 7. 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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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하라 다쓰시의 <분해의 철학>을 읽고

[김용찬 기자]

플라스틱처럼 좀처럼 썩지 않는 물질도 있지만, 대부분의 물건은 부패의 과정을 거쳐 전혀 다른 상태로 분해되기 마련이다. 만약 썩지 않는 물건들만 존재한다면, 사용하고 남은 폐기물 때문에 우리의 일상은 쓰레기 더미에서 지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라는 부제를 단 <분해의 철학>(2022년 12월 출간)은 분해라는 주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해서 분석하는 내용이다. 부패와 발효의 공통점은 모두 '썩어간다' 혹은 '상해간다'는 과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패의 결과는 모양이 변하고 쓸모 없어져 버려지게 된다면, 발효를 거친 것들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다르다.
 책표지
ⓒ 사월의책
'분해'라는 표현도 그 결과물이 나뉘어진 조각으로 존재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의 효용이 다하면, 대부분 부패 혹은 발효의 귀결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물의 활용 결과로 표현되는 부패와 발효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따지겠다는 저자의 관점이 책의 부제를 통해서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책의 속 표지에는 '청소 아저씨에게'라는 헌사가 제시되어 있는데,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살았던 공동주택의 청소 아저씨와 인연을 맺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공동주택의 청소를 담당하며 버려진 물건들을 재활용하며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물건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청소 아저씨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청소아저씨의 작업은 흔히 '재활용' 차원에서 권장되고 있는 방법이지만, 저자는 더 나아가 재활용품 역시 용도를 다하면 다시 폐기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하고 있다. 이러한 예시를 통해 '모든 존재는 결국 분해된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분해의 면모를 철학적으로 규명하기 시작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른바 생태학 혹은 생태철학의 근원이 독일의 나치 치하에서 시작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1장에서는 네그리와 하트의 논의를 통해 '제국의 형태'라는 문제를 사유하는 것으로 논의를 이끌고 있다. 2장에서는 '나무블럭의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쉽게 분해되고 재조립될 수 있는 나무블럭을 활용해 아이들 교육으로 착안했던 프뢰벨의 유치원 교육 방식이 논의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인류의 임계'라는 제목의 3장에서는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진 체코의 문인 카렐 차페크의 작품을 대상으로, '인간의 불멸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결국 인간의 절멸로 이끌어갈 수도 있음을 예견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앞선 내용들이 주로 이론적 차원의 논의였다고 한다면, 이어지는 4장에서는 흔히 '양아치'로 번역되는 일본의 넝마주이 집단의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이 활동은 결국 버려진 물건의 재활용이라는 역할을 하였음을 강조하면서, '넝마주이와 마리아'라는 제목으로 그들의 구체적인 활동 양상과 사회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떠들썩한 장례식'이라는 제목의 5장에서는 배설된 동물들의 분뇨를 수거하여 활용하는 소똥구리의 행태에 주목하면서, 파브르의 성과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학과 생태학의 이론들을 통해 분해의 문제를 접목해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깨진 그릇을 수선하는 일본의 수리 문화를 소개하는 '수리의 미학'이라는 주제는 6장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프롤로그에서는 '분해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이질적으로 여길 수도 있는 분야들을 '분해'라는 주제로 엮어낼 수 있었던 상황들을 저자의 관점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도 언급하고 있듯이, 분해라는 주제가 아니라면 각 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들은 어찌 보면 전혀 상관이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매일 버려지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에 대해서 무관심하면서, 갈수록 악화되는 지구 환경에 대한 추상적인 고민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였다. 그렇지만 모든 물건은 활용 가치를 다하면, 언젠가 분해되고야 말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끝내 부패되어 사라지느냐, 혹은 발효되거나 재활용되어 그 생명을 이어가느냐의 선택일 따름이다. 책을 읽으면서, 분해라는 문제에 대해 소개하는 다음의 구절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하나의 전체를 위한 기능을 부여 받고 있던 요소들을, 잠재적으로 모든 존재들을 위해 미칠 수 있는 작용을 가진 요소들로 변화시키는 존재들이 모여드는 것, 나는 이를 분해의 향연이라 부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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