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최대의 문제작, 그녀는 왜 태극기집회 단상에 올랐나
[김성호 평론가]
수많은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상영코자 하는 영화제에서 어떤 작품은 선택을 받고 어떤 작품은 그렇지가 못하다.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이하 반다페)과 같은 비경쟁영화제라 하더라도 좁은 문을 통과해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은 선정작이라면 영화제로부터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증명을 얻은 것과 같다. 반면 그보다 훨씬 많은 작품은 선택받지 못하게 마련이다. 자연히 영화제 상영작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궁금증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반다페는 매해 운영을 책임지는 운영위원들이 머리를 모아 작품을 선정한다. 감독과 작품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외부인인 평론가에게 끝끝내 밝히지는 않았으나 몇몇 영화의 경우엔 소수 운영위원이 강한 의지를 품고서 동료 운영위원들을 설득해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아마도 서너 작품쯤이 첨예한 대립을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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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코리아 스틸컷 |
| ⓒ 반짝다큐페스티발 |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 섹션8에서 상영된 <위드코리아>는 강채연 감독의 다큐다. 45분으로 단편치곤 상당히 긴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로, 감독 본인을 중심 인물 삼아 고등학교 학창시절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수 년 간의 기록을 편집해 한 편의 다큐로 묶어냈다.
어떤 이는 이 작품이 '이번 영화제 최대 문제작'이라 했고, '좋았다'거나 '불쾌했다'는 서로 엇갈리는 평가를 내놓는 이가 여럿이었다. 혹자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표현하기도 했고, 또 누구는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거나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채연 감독은 연출의도를 통해 "우리 사회에는 애국심이라는 것이 아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며 "누군가에겐 국가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자신과 같은 국가에 속한 구성원에 대한 사랑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며 "내가 누구와 어떤 사랑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나만의 러브스토리를 전하고 싶었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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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코리아 스틸컷 |
| ⓒ 반짝다큐페스티발 |
영화는 그로부터 강채연의 학창시절, 감수성 예민한 열일곱살 시절로 날아간다. 통상의 학교가 아닌 대안학교, 입시 일변도의 획일적 교육체제로부터 벗어난 대안학교에서 고교생활을 하고 있는 강채연이다. 그곳에서도 자주 카메라를 들었던 듯, 풍부한 분량의 촬영분은 감독이 친구들과 관계 맺고 뛰어노는 일상의 풍경부터 직접 대자보를 쓰고 가까운 이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다면적인 학교 내 풍경들로 이어진다.
대자보 사건은 감독의 학창시절에 꽤나 큰 사건이었던 듯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자보란 불특정 다수에게 고하는 선언적 외침이 아닌가. 주장하고 비판하는 문장들은 충분한 사고와 비판의식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겠다. 대안교육을 바라고 입학했음에도 입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학교 분위기, 나아가 경쟁사회의 특성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제 곁의 학생들에 대한 비판을 격렬하게 쏟아 붓는 세 장의 전지가 학생들 나다니는 복도에 그대로 나붙은 광경을 <위드코리아>는 인상적으로 포착한다.
'문제의식을 깨우치고 발현시키는 과정을 배우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우리 학년이 그저 얌전한 학년이라고 단정 짓는 거 아닌가요?'하고 교사들에게 던지는 문장 뒤로 '시발'이라 적힌 큼지막한 글씨가 열일곱 강채연 감독이 얼마만큼 분노에 차 있었는지를 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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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코리아 스틸컷 |
| ⓒ 반짝다큐페스티발 |
바쁨을 핑계로 세상사에 무관심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강채연 감독은 '이재명 구속'을 외치는 보수집회를 찾아 단상에 올라서는 "애국청년 일어나라"는 구호를 외친다. 마치 기록 활동가마냥 카메라를 들고서 보수집회의 중심에서 풍경을 기록하고, 그중에서도 '호랑이 아저씨'라 불리는 이와 각별한 관계를 맺는다. 애국하는 마음을 알고 싶었다는 강채연 감독이 보수집회를 나다니며 마주한 것이 무언지를 <위드코리아>는 얼마쯤 드러낸다. 그곳을 찾는 이들의 민낯을, 표정을, 사연을 아주 약간은 살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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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짝다큐페스티발 포스터 |
| ⓒ 반짝다큐페스티발 |
다만 영화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온 강채연 감독의 설명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강채연 감독은 "고등학생 때 다큐를 찍었는데, 학교를 욕하는 다큐였다"며 "푸티지를 그대로 성인이 되어 가져오게 됐는데, 제가 사랑하는 사람만 (영화 속에) 담는 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 (삶 가운데 겪은 많은 사람들을) 조금씩 조금씩 여러 명을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수년에 이르는 삶의 브이로그 쯤으로 보였던 작품이 급작스레 보수집회로 연결되는 건 왜일까. 강채연 감독은 이에 대한 답 또한 내놓았다. 강 감독은 "'알면 사랑하고 모르면 혐오한다'는 문장으로 영화를 시작했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문장"이라며 "그 말을 가슴속에 새기면서 살아가는데, 내가 과연 실제로 그렇게 사는가 하면 아니어서 솔직히 말하면 내가 제일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봐야겠다 싶어서 보수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요컨대 영화는 제가 싫어했던 세상으로부터 무관심한 개인이 되지 않고자 노력한 감독이 그 타개책으로 선택한 다가섬의 기록이다. 감독이 혐오했던 보수집회 참가자에게 다가서 그들을 알려 노력한 시도다. 바깥에서 보기엔 그 노력과 시도가 서툴고 어수룩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또 이룩한 성취에 비하여 감독 자신의 감정표현이 과하게 여겨질 수 있겠다. 영화 내내 가득한 화와 짜증, 저 스스로도 목적지며 현재 위치를 알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이 지극히 아마추어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위드코리아>가 잃지 않는 것은 노력과 시도라는 가치다. 제게, 또 제 주변에 카메라를 들고 어찌됐든 영화로 만들어내는 노력과 시도가 <위드코리아>를 작품으로 빚어냈다. 이것이야말로 반다페의 어느 운영위원이 이 작품을 끝끝내 고집한 이유일 것이라고 믿는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영화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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