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어촌계장이 '하천기본계획'에 화가 난 까닭

노현기 2025. 7. 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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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없이 홍수와 가뭄대책을 세울 수 없는 '남북공유하천' 임진강

[노현기 기자]

지난 8일, 한강유역환경청 주최로 경기도 연천 백학자유로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임진강 하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공청회' 자리. 장석진 파주어촌계장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임진강 하천기본계획을 작성할 능력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임진강에서 고기를 잡는 장 계장는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있는 감조하천인 임진강 파주구간의 특성이 홍수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임진강은 백중사리와 조금 때 수위차가 7미터가 넘는데 수위자료 없이 제방 잔뜩 높이겠다는 공사계획만 있다"고 비판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공동의장으로, 임진강대책위 집행위원장으로 2012년부터 농민들과 때로는 어민들과 국토부에 맞서 임진강지키기 활동을 했던 필자 또한 이날 공청회에 참석했다. 앞서 파주환경운동연합과 임진강~DMZ생태보전시민대책위(임진강대책위)는 파주와 연천 합동 공청회를 인정할 수 없으며 파주공청회를 별도로 열라고 요구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나눠준 요약된 PPT에는 하천기본계획의 핵심인 홍수위 자료가 없었다. '민물하천'인 임진강 연천과 '감조하천(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아 수위와 염도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하천)'인 임진강 파주구간 주민공청회를 합동으로 열었으니, 자료도 공청회 발제도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장 계장은 하천기본계획의 핵심인 홍수위 자료가 없는 것을 지적했다.

사실 이번 임진강 하천기본계획 전략환경평가(초안)은 내용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공청회 절차와 형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장소만 놓고 보면 파주시는 서울시와 안양시를 합쳐놓은 면적이다. 내가 살고 있는 파주 서쪽 끝인 문산 마정리에서 공청회가 열리는 연천 백학까지 승용차나 택시로 한 시간이 걸린다. 대중교통은 몇 번 갈아탈 생각을 해도 방법이 없다. 파주 운정부터는 승용차로도 1시간 30분은 걸린다. 연천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파주사람들은 파주어촌계장과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 안됐다.

임진강은 파주와 연천이 마주보는 임진강 고랑포여울을 기준으로 상류인 연천구간과 하류인 파주구간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DMZ남방한계선을 통과한 필승교부터 고랑포여울까지는 민물만 흐르는 하천이다. 고랑포여울부터 한강과 만나는 오두산통일전망대 아래 교하(交河)까지는 하루 두 번씩 바닷물이 들어오는 감조하천이며 전 구간 민간인통제구역 철조망 안에 갇혀 흐르는 하천이다.

그동안 철책선 안에 갇혀 흐르면서 행복한 임진강, 분단 때문에 하구가 막히지 않아 밀물과 썰물이 자유로이 드나드는 임진강에 대해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됐다. 임진강 하천기본계획의 문제점을 꿰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밀물이 들어오는 파주와 연천이 생태도 다르고, 하천의 형태도 다르다. 따라서 하천기본계획 쟁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 필자는 한강유역환경청에 절차와 형식의 문제를 지적했다.

"저는 오늘 파주공청회가 아니라 연천공청회에 온 것을 분명히 밝히고 말하겠습니다. 여기에 오는데 2만8만원 요금을 주고 택시를 임대해 왔습니다. 파주와 연천 공청회를 합동으로 하면 안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파주시민들은 오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는 공청회입니다. 합동공청회가 안되는 더 중요한 이유는 파주구간은 감조하천이고 민물하천인 연천구간과 완전히 다른 성격의 하천이고 쟁점도 다릅니다. 두 구간을 합동으로 (공청회를)한다는 것은 하나마나한 요식행위 아닙니까?"

이에 대해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하천기본계획은 유역개념으로 접근하는 데다가 임진강은 큰 강 아닙니까? 그걸 어떻게 쪼개서 합니까?"라고 말했고, 필자가 "그럼 한강 하천기본계획 작성 때도 한 번에 했나요? 임진강보다 몇 배 큰 강인데 쪼개서 했잖아요?"라고 다시 물었지만, 그는 명확하게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임진강 파주권역 공청회를 별도로 열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못 밖았다.

이와 관련 지난 2일 '임진강·한강하구 시민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임진강 하천기본계획 작성에 앞서 환경부의 하천설계기준을 지키지 않은 한강 하천기본계획(2020, 문재인정부 시절 완성)부터 수정하라고 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한강 하천기본계획은 수도권과 접경지역의 하천 관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계획이다. 그러나 2020년 수립된 본 계획은 심각한 잘못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강 본류뿐 아니라 임진강 등 접경지역 주요 지천에서의 불필요한 하천정비사업을 예고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한강기본계획이 계획홍수위를 산정할 때 2018년 개정된 하천설계기준을 반영하지 않고, 과거 기준을 적용하여 실제보다 과도하게 높은 홍수위가 산출됐다'고 지적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통해 "임진강이 잘못됐으니 문산대교에서 임진강으로 합류하는 문산천도 기점 수위가 틀릴 수밖에 없고 눌노천 등 경기도 관할 하천의 기본계획 수립시에도 홍수위 산정이 틀리게 될 수밖에 없는 '오류의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임진강은 274㎞ 중 상류 약 2/3는 북한에서 흘러온다. 연천에서 DMZ넘어 파주에서 남북이 마주보는 중립구역수역인 '교하'에서 한강으로 합류한다. 임진강 유역인 연천과 파주는 북쪽의 홍수량에 달려있다. 파주에 쏟아지는 비는 썰물 때 내려가는데 상류에서 오는 물은 밀물과 만나면 대홍수로 이어진다. 파주의 하늘은 맑고 화창한데 북한에서 비가 많이 오면 황강댐을 방류한다. 이때 임진강은 물이 갑자기 불어나 어부들이 큰 피해를 본다. 남북이 협력하지 않으면 임진강유역의 홍수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하천기본계획을 작성하는 한강유역환경청은 이에 대한 위험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이날 공청회가 끝난 뒤 김경도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 이사는 "임진강 하천기본계획은 소용이 없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임진강을 남북이 공동관리하지 않으면 다 소용이 없다. 그런데 이런 태도로 제대로 된 하천기본계획이 어떻게 나오나"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협동조합 '파주에서'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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