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코치 욕하면 250, 심판 비판은 500? '규정에 맞는 징계'에 축구팬들은 왜 분노하는가

김희준 기자 2025. 7. 1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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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FC 박동진이 인천유나이티드 아벨 모우렐로 코치에게 손가락 욕을 하는 장면. 인천유나이티드 유튜브 캡처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모든 법과 규정은 어떠한 집단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이를테면 축구에서 옐로카드와 레드카드, 경고 누적에 따른 징계가 있는 건 득점을 해서 승리하는 축구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난 악의적인 반칙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부분 스포츠에서 심판 혹은 판정에 대한 비위행위에 보다 엄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K리그에서도 승부조작이나 입시비리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심판의 권위를 부정하는 행위'보다 높은 징계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제6차 상벌위원회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8일 광주FC와 K리그1 21라운드 후 기자회견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낸 FC안양 유병훈 감독이 제재금 500만 원 처분을 받은 반면, 지난달 29일 인천유나이티드와 K리그2 18라운드에서 상대 코치에게 손가락 욕과 욕설을 한 김포FC 박동진이 제재금 250만 원에 그쳤다.


K리그 상벌규정의 '유형별 징계 기준'에서 유 감독이 해당되는 2-가* 사안에는 5경기 이상 10경기 이하 출장 정지 혹은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 제재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박동진이 해당되는 3-다-③** 사안에는 2경기 이상 5경기 이하 출장 정지 혹은 200만 원 이상 제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두 사안 모두 규정대로 처리됐다.


유병훈 감독(FC안양). 서형권 기자

하지만 축구팬들은 이러한 결정을 쉽사리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선은 언행의 수위가 박동진 쪽이 심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심판은 존중한다. 3경기 째, 선수들에게 심판 존중하라고 말하기 미안한 상황이 반복된다. 나도 선수를 했는데 흐름을 끊는다든지 불합리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라며 에둘러 심판 판정에 아쉬움을 드러낸 뒤 "퇴장 상황에서 접촉이 있었다면 당연히 퇴장"이라고 오심이 아님을 인정하기까지 했다. 박동진이 인천 코칭스태프에게 손가락 욕과 욕설을 한 것보다는 훨씬 유한 언행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심판의 권위 의식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유 감독 이전에는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심판 관련 발언으로 징계를 받았다. 이 감독은 울산HD와 K리그1 16라운드 후 기자회견에서 변준수의 부상에 대해 "우리 팀과 박병진 주심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박 주심이 맡은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다친다"라며 농담했다. 프로연맹 상벌위원회는 이를 2-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300만 원 제재금을 부과했다.


이정효 감독(광주FC). 서형권 기자

유 감독과 이 감독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건 심판이 오심을 저질렀다는 게 아니다. 두 감독은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심판의 역할이라는 점을 짚은 것이다. 두 감독뿐 아니라 K리그 여러 감독들이 심판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비판하는 바와 일치한다. 유 감독은 문제가 된 발언 이후 "이런 것조차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K리그의 규정"이라며 10명 중 7명이 심판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는 말로 현 상황을 전했다.


해당 문제는 심판 자질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진다. 한국 심판은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 부심으로 나선 정해상 이후 15년 넘게 FIFA 주관 대회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번 FIFA 클럽 월드컵에서도 아시아 출신 심판이 10명 배정됐지만 한국 심판은 1명도 없었다. K리그에서도 심판 자질에 대한 우려는 닳고 닳은 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한국 심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의심의 눈초리를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는 소통이다. 하지만 심판계는 2020년대 들어 오히려 폐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2020년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됐던 심판평가소위원회에 따른 판정 오심 여부도 어느 순간 비공개가 됐다. 판정 번복 사유나 해당 심판의 징계 여부 등은 당연히 확인하기 어렵다. 사후에도 판정 번복으로 공개적인 징계를 받는 선수와 대비된다.


대한축구협회 심판 판정 해설 콘텐츠 'VAR ON: 그 판정 다시보기'. 'KFATV official' 유튜브 캡처

최근 심판 판정에 대한 의구심 해소를 위해 축구협회 차원에서 기획돼 축구협회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VAR ON: 그 판정 다시보기'도 자칫 심판들의 면피용이 될까 우려된다. 유 감독의 불만이 터져나왔던 안양과 광주 경기에 대한 세 가지 주요 판정들이 모두 정심이었다며 "심판의 판정은 지극히 공정한 판정"이라고 평가했다. 안양과 광주 경기에서 왜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나왔는지 핵심을 교묘하게 비껴갔다.


제6차 상벌위원회에서 내린 징계가 규정에 따른 합리적인 판단임은 분명하다. 이를 부정하는 축구팬은 없다. 이번 징계에 대한 축구팬들의 불만은 규정의 잘못된 적용이 아닌 심판 자체에 대한 불신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축구협회는 판정 논란을 줄이기 위해 비디오 판독 결과를 심판이 경기장에서 직접 말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13일 안산그리너스와 서울이랜드 경기에서 시범운영하려 한다. 상기한 영상 콘텐츠도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을 바로잡기 위한 일환이다. 심판에 대한 불만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것이 축구팬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심판의 권위의식이 아닌 진정한 권위를 세우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 K리그 상벌규정 별표1 '유형별 징계 기준' 항목 (괄호 안은 징계 수위) >


* 2. 심판의 권위를 부정하는 행위 - 가. 경기 직후 인터뷰 또는 SNS 등의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는 매체를 통한 심판 판정에 대한 부정적 언급 (ㆍ5경기 이상 10경기 이하의 출장 정지 ㆍ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제재금 부과)


** 3. 폭력 행위 - 다. 폭언, 모욕 및 협박하는 행위 - ③ 선수 (ㆍ2경기 이상 5경기 이하의 출장 정지 ㆍ2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 2. 심판의 권위를 부정하는 행위 - 나. 사후 심판 및 판정을 비방하는 행위 (ㆍ3경기 이상 10경기 이하의 출장 정지 ㆍ3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사진= 인천유나이티드, 'KFATV official' 유튜브 캡처,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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