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자리에 임원 있어도 요즘엔 '엔빵'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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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이 기자]
10여 년 전만 해도 직장에서의 식사 문화는 사뭇 달랐습니다. 선배들과 어울려 점심과 저녁을 함께하면 지갑을 열 일이 거의 없었죠. 한 번은 선배에게 매번 얻어먹는 게 미안해 술자리에서 먼저 계산하려다 혼이 난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 네 후배들한테나 사."
이뿐만 아니라 점심이나 저녁 자리에서 얼굴을 아는 팀장이나 임원을 만나면 자연스레 계산을 해주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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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지난 5년간 전체 소비자 물가가 10%대 상승하는 동안 먹거리 물가는 2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 품목 대부분이 급등하며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점심값 상승)이 심화됐다. 6월 15일 서울 중구 명동 한 음식점에 점심 특선 메뉴 안내판이 놓여 있다 |
| ⓒ 연합뉴스 |
특히, 39개 외식 품목 중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항목은 김밥(38%)과 햄버거(37%)였으며, 떡볶이, 짜장면, 생선회, 도시락, 라면, 갈비탕 등도 30% 이상 올랐습니다. 짬뽕, 돈가스, 칼국수, 비빔밥, 치킨, 설렁탕 등 직장인이 자주 먹는 점심 메뉴도 30%에 근접하게 올랐고, 구내식당 식사비 역시 24%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직장인의 실질 임금 상승률은 2020년 0.5%, 2021년 2%, 2022년 -0.2%, 2023년 -1.1%, 2024년 0.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임금이 점점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식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월급은 그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팀은 임원이랑도 점심 먹고 1/N 해요."
IT회사에 다니는 후배는 부서원들이 임원과 점심을 자주 먹는데, 최근에는 각자 계산을 한다고 했습니다. 임원의 부담이 크다는 걸 알기에 부서원들이 그렇게 하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임원들이 법인카드를 자주 활용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기업들은 법인카드 한도를 줄이고 사용 규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임원이라 해도 사비로 매번 지갑을 열기는 버거운 게 사실입니다.
관리자급이 되었을 때, 과거를 회상하며 후배들에게 점심, 저녁을 자주 샀습니다. '과거 선배들한테 받은 혜택을 지금의 후배들에게 돌려주자'라는 마음에서였죠. 그런데 몇 년 전 팀장이 된 후부터는 부담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점심 한 끼에 만원 한 장은 우스운 시대입니다. 심지어 회사가 강남에 위치해 체감 온도는 더욱 높았습니다. 관리할 인원도 늘고, 물가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계를 느꼈습니다.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팀원들이나 후배들에게 선언한 건 아니지만, 저를 제외하고 두 명 정도까지는 제가 사고, 세 명 이상이면 각자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식후의 커피는 제가 쏘고 있습니다.
교육비, 전기요금, 가스비, 교통비까지 쉴 새 없이 오르는 통에 주머니 사정이 예전 같지 않아, 후배들한테 식사 한번 사기도 부담이 됩니다. 고물가는 누구나 체감하는 현실이지만, 직장인의 월급은 오히려 뒤로 가고 있는 형국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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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 역주행 시대 직장인들의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으면. |
| ⓒ 연합뉴스=OGQ |
당장 직장인의 월급이 드라마틱하게 오르는 건 불가능합니다. 경기가 어려우니 회사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용을 점점 줄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각박한 현실에만 기대어 선후배 관계마저 점점 소원해진다면, 직장은 정말 일만 하는 회색빛 공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직속 기구로 '월급방위대'가 있었습니다. 월급 받는 직장인들에게 불리한 조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 등을 발굴하는 비상설특별위원회였죠. 지난 2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직장인 비과세 식대 한도를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계획'과 '물가가 오른 만큼 소득세 과세표준을 올려 직장인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나옵니다. 또 '부양가족 공제 기준을 20세에서 25세로 상향하는 '청년자녀부양 크레파스 지원법', 자녀 교육비의 세액 공제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고요. 이것이 현실화 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또한 교통비 환급 제도가 운영되고는 있지만, 7월에 지하철 요금이 올랐고, 버스 요금도 인상될 여지가 있음을 감안할 때, 공제 범위나 지원 폭이 확대되어 직장인들의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카카오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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