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단비" 하루 5000명 줄섰다…민생지원금 벌써 풀린 이곳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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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000명 폭주”…10만원에 줄 선 주민들
지난 9일 충북 증평군 군청 2층 대회의실. ‘증평군 민생안정지원금’ 신청을 위해 온 주민들이 마을별로 나뉜 지원금 발급 창구에서 10만원짜리 선불카드를 받고 있었다. 두 살 아이를 안고 군청을 찾은 연모(38)씨는 “공돈이 생긴 기분”이라며 웃었다. 그는 “약국에 들러 부모님께 드릴 영양제를 사고, 남은 돈으로 생필품을 사거나 빵이나 과일을 사 먹을 계획”이라며 “요즘 물가가 올라 장보기가 무서웠는데 민생지원금이 가뭄에 만난 단비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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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물가 너무 올라, 가뭄에 단비”
증평군은 민생안정지원금 지원을 위해 자체 예산 38억원을 투입한다. 이는 증평군 한해 예산 2860억원(본예산 기준)의 1.3% 수준이다. 증평군은 이번 민생지원금에 대해 “정부의 민생경제 회복 기조에 맞춰 군 차원서 자율적으로 마련한 대응책”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영 증평군수가 군의회를 설득했고, 의회가 지난달 26일 ‘민생안정지원금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군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 민주당 3명 등 7명으로 구성됐다.
9일 기준 전체 군민(3만7181명) 중 약 80%인 3만여 명이 지원금 신청을 마쳤다. 신청 엿새째인 지난 6일 주민 5000명이 몰릴 정도로 군청이 붐볐다고 한다. 매출 30억원 이상 사업장과 대형마트·주점·사행성 업소 등을 제외한 증평군 소재 상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사용 기한은 9월 30일까지다.
신영석 증평군 경제기업과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로 인해 소상공인과 군내 기업들이 매출 감소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으로 소비 심리도 위축됐다. 민생안정지원금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평군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 미용과 의류, 외식 순으로 소비를 줄이기 마련”이라며 “민생지원금이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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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안경원·정육점·약국 등 매출 늘어
이날 증평군청 인근 도로변 상점에는‘민생지원금 사용처’라는 팻말이 대부분 붙어 있었다. 안경원 주인 이모(52)씨는 “안경원은 4~6월이 성수기인데 최근 매출은 비수기에 가까웠다”며 ”하루 평균 4~5명이 안경을 맞추러 왔다면, 민생지원금 개시 이후 일주일 동안 매출이 20~30% 늘었다. 하루에 20명이 온 적도 있다”고 했다. 한 약사는 “평소에 잘 팔리지 않던 파스와 잇몸 약, 의치 관리용 치약 등 위생용품 판매량이 유독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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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업종만 효과” 일부 상인 불만
매출이 늘지 않은 상인들 사이에선 “특정 업종만 큰 혜택을 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임모(68)씨는 “7000원~1만 원짜리 해장국은 평소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니, 공돈이 생겼다고 굳이 해장국집을 찾는 것 같지는 않다”며 “주말 내내 고깃집에만 손님이 몰리는 걸 바라볼 때마다 속상하다”고 말했다.
옷가게 주인 박모(58)씨는 “민생지원금이 풀린 이후에도 매출에 큰 차이가 없다”며 “잠시 소비 심리가 회복했지만, 잘되는 가게만 더 잘 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 이모(52)씨는 “선불카드 영향 탓인지, 카드 결제 비중이 높아졌을 뿐 전체 매출은 별 차이가 없다”며 “코로나19 때도 재난지원금이 나오면서 반짝 효과를 봤을 뿐, 그 돈을 다 쓰고나서는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생지원금이든 소비쿠폰이든 소비를 잠깐 일으키는 단기 처방에 불과한 것 같다”며 “근본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평=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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