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에 침묵하지 말자"는 외침, 테러리스트 낙인 찍는 영국

이준영 2025. 7. 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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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영국 사회는 표현의 자유와 국가 권력이 정면충돌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학살에 항의하며 무기 수출 반대를 외친 시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에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을 찍기에 급급하다.

지난 6월에는 RAF 브리즈 노튼 공군기지에 침입해 군 수송기에 빨간 페인트를 뿌리며 가자 학살에 연루된 영국 정부를 규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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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 '팔레스타인 액션' 테러 단체 지정 논란... 노동당 내각까지 이를 승인할 것으로 보여

[이준영 기자]

2025년 여름 영국 사회는 표현의 자유와 국가 권력이 정면충돌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학살에 항의하며 무기 수출 반대를 외친 시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에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을 찍기에 급급하다.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급진적 직접행동 단체인 '팔레스타인 행동(Palestine Action)'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 행동은 지난 2020년 설립된 이후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 등 이스라엘과 관련된 방산 기업의 영국 내 시설에 대한 상징적 파괴행위(점거, 스프레이 도포 등)를 이어온 단체다. 지난 6월에는 RAF 브리즈 노튼 공군기지에 침입해 군 수송기에 빨간 페인트를 뿌리며 가자 학살에 연루된 영국 정부를 규탄하기도 했다.

문제는 영국 정부가 이 같은 행동에 대해 1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테러방지법을 적용하려는 데 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는 시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다. 지난 4일 영국 고등법원 역시 팔레스타인 행동 금지 법안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보수당뿐 아니라 노동당 내각도 이를 승인할 것으로 보여, 진보 정치권 내에서도 분열이 감지되고 있다.

"무기 수출을 중단하라"는 다수의 시민들

그러나 이러한 강경 대응은 민심과 정반대다. 지난 6월 5일(현지 시각) 영국 여론조사 업체 'Yonder Consulting'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시민의 65%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고, 62%는 "경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지난 6월 18일 리서치 업체 YouGov가 Action for Humanity와 국제 팔레스타인 정의센터(ICJP)의 의뢰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에 반대했으며 그 중 82%는 이를 '학살(genocide)'로 규정했다. 특히 노동당 지지자 중 68%는 공격에 반대했고, 무려 87%의 응답자가 학살이라고 답했다. 이는 도덕적·법적 책임을 정부에 요구하는 다수 시민의 분명한 목소리다.

'국가 안보'의 탈을 쓴 억압

현행 영국 테러방지법은 본래 대량살상과 무차별 민간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비폭력 직접행동을 벌인 단체에까지 이 법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조차 "퍼포먼스에 가까운 항의 행동까지 테러로 규정하는 건 위험한 선례"라며 경고했다.

정보기관의 감시 권한이 강화되어 SNS상의 지지 게시물로도 테러방지법 위반으로 기소 가능성이 열린다. 팔레스타인 액션의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 착용 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법 집행이 아니라, 정치적 검열과 표현 억압이다. 팔레스타인 연대를 외친다는 이유로 학자, 예술가, 활동가들이 '극단주의자'로 몰리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학살에 침묵하지 말자'는 외침에 국가가 재갈을 물리는 사회

지금 영국은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서 있다. 시민들은 말한다. 무기 수출을 중단하라고, 학살에 침묵하지 말자고. 그러나 국가는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으로 시민을 위협한다. 팔레스타인 액션의 활동이 모두 정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던진 메세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학살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단지 영국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역시 '안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목소리를 묵살해왔는가. 팔레스타인 액션을 둘러싼 영국의 풍경은, 우리 사회가 침묵과 연대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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