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였던 목소리로 여우주연상 받기까지... 스칼릿 조핸슨의 고백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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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퀴즈 스칼릿 조핸슨 |
| ⓒ tvN |
7월 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한국인들이 사랑한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조핸슨이 출연했다.
스칼릿은 2025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 100인' 중 한 명이며, 마블 유니버스 영화 시리즈에 '블랙 위도우' 역할로 11년간 출연하며 전 세계 흥행수익 배우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톱스타다.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의 홍보를 위하여 최근 8년 만에 다시 내한했다는 스칼릿은 "한국에 와서 정말 신난다. 서울에 온 지 3일째인데 (시간이) 진짜 너무 짧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 팬들이 그녀의 이름을 현지화하여 붙여준 '조한순'라는 애칭에 만족감을 드러낸 스칼릿은 앞으로 "제 남편에게도 '한순이'라고 부르라고 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쥬라기 공원>의 엄청난 팬, 어릴 적 꿈이 현실로"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쥬라기 시리즈의 7번째 작품이다.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흥행작 <쥬라기 공원>으로 시작된 시리즈는 어느덧 30여 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흥행작이자 '공룡'이라는 소재를 대중화시킨 걸작으로 꼽힌다. 여기서 스칼릿은 극비 미션을 이끄는 특수요원 조라 베넷 역할로 출연했다.
"저도 <쥬라기 공원>의 엄청난 팬이었다. 9살에 가족들과 영화관에서 봤는데 정말 큰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30년 동안 회사(소속사)에 쥬라기 시리즈에 출연하고 싶다고 계속 말해왔다. '아무 역할이나 괜찮다. 공룡 간식(?)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쥬라기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 게 믿기지 않는다. 어릴 적 꿈이 현실이 됐다."
스칼릿은 자신이 쥬라기 시리즈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가장 실감한 순간으로, 쌍둥이 남동생과 시사회에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어린 시절 스칼릿과 함께 극장에서 <쥬라기공원>을 함께 감상했던 남동생은, 누나가 주연을 맡은 <쥬라기월드>를 보고난 후, 크게 감동하여 "오 마이 갓, 누나가 해냈어"라고 응원했다고 한다. 당시를 떠올리며 스칼릿은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바로 이 순간을 위한 거였다고 느꼈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쥬라기월드>는 개봉 첫째주부터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전 세계 72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의 흥행소식을 들은 스칼릿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행복한 방긋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쥬라기월드>는 1억 8000만 달러(한화 2400억 원)가 투입된 대작으로 전작들에 비하여 더욱 화려해진 스케일과 진일보한 그래픽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의 투자 규모를 알게 된 스칼릿은 "놀랍다. 그 정도면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의 결혼식 비용(약 760억)이랑 비슷한 거 아닌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만큼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흥행을 책임져야 하는 주인공으로서 느끼는 부담감은 없을까. 스칼릿은 "100% 부담된다. 많이 긴장한다. 예산이 큰 영화는 책임감도 커지지 않나. 대규모 예산일수록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면서도 "제 생각엔 공룡들 출연료가 비싸서 제작비가 많이 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8살 때부터 아역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한 스칼릿은 <어벤져스> 시리즈를 비롯하여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 HER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할리우드 여배우 중 한 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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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퀴즈 스칼릿조핸슨 |
| ⓒ TVN |
"어릴 때부터 목소리가 허스키했다. 10살 때 참여했던 오디션에서 면접관이 '목감기 걸렸냐'고 묻길래, '아니오, 원래 이런 목소리예요'라고 답하곤 했다."
어린 시절의 스칼릿은 한때 자신의 목소리를 싫어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가면서 허스키하면서도 강인하고 성숙한 독보적인 목소리와 음색은, 어느덧 스칼릿만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으며 그녀의 연기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역 때 출연작을 보면 목소리가 지금보다 더 낮고 깊다. 나이가 들면서 부드러워졌는데 어릴 때는 더 거칠었다. 하지만 이 목소리가 나중에는 '저만의 강점'이 됐다."
특히 목소리로만 출연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2013년작 SF 멜로 영화 < HER >에서는 인공지능 '사만다' 역할을 맡아, 인간인 테오도르(호아퀸 피닉스)를 사랑에 빠지게 하는 섬세한 감정연기를 잘 표현해냈다는 극찬을 받았다.
"제게는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였다. 촬영 과정이 정말 복잡했다. 녹음도 1년에 걸쳐서 했다. 때로는 호아퀸과 함께 녹음하기도 하고, 영화 속 장면에 맞춰 녹음해야 할 때도 있었다. 배우는 보통 '목소리와 몸' 두 가지로 연기하는데 < HER >에서는 오직 목소리만으로 연기해야 하는 게 어려웠지만 동시에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이 작품을 통하여 스칼릿은 목소리 연기만으로 이탈리아 로마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낸다. 스칼릿이 본인 커리어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순간 중 하나이자, 어린 시절부터 따라다니던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를 완전히 극복한 순간이기도 했다.
스칼릿의 다양한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캐릭터는 역시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맡은 붉은 머리의 섹시한 스파이 '블랙 위도우'를 빼놓을 수 없다. 스칼릿은 <아이언맨2>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 블랙 위도우 역할로 무려 8편의 마블 영화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올라섰다.
스칼릿은 "저도 나타샤(블랙 위도우의 본명)를 정말 좋아한다. 같은 인물을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배우들과도 가까워지면서 '마블 가족'이 됐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어벤져스> 시리즈 오디션 때 스칼릿이 극중 블랙 위도우처럼 실제로 머리를 붉은 색으로 염색하고 오디션장에 나타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머리를 염색한 상태로 오디션을 보고, 감독님과 캐릭터 이야기도 했다. 사실 처음엔 오디션에 합격하지 못 해서 굉장히 실망했다. 그런데 캐스팅된 배우의 출연이 불발되면서 다시 연락이 와서 블랙 위도우 역할을 제안받았다. 지금까지 받은 전화 중 제일 기분 좋은 전화였다.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연락보다, 따지 못 했던 역할을 다시 맡게 되는 게 훨씬 기분이 좋으니까."
의외로 오늘날 스칼릿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블랙위도우나 < HER >의 사만다 등은 모두 그녀가 처음부터 캐스팅 1순위 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스칼릿은 이를 쿨하게 인정하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았다.
"사실이다. 모든 기회의 문을 열어둬야만 한다. 하지만 제가 캐스팅 2순위라는 사실에 속상했던 적은 한번도 없다. (캐스팅에 밀렸다는) 울분을 갖지 않는 게 중요하다. 어쩌면 저에게 도전하고 실망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기회가 다시 나타난다면 그저 감사할 수 있도록."
스칼릿에게 11년간 연기한 블랙 위도우는 어떤 의미일까. 스칼릿은 "솔직히 처음 캐스팅되었을 때 사람들이 제가 연기하는 블랙 위도우를 어떻게 봐줄까 싶었다. 다행히 많이 좋아해주셨고 <어벤져스>에도 출연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어벤져스>를 촬영할 때는 배우 모두 성공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캐릭터가 모여있으니 이상할 것 같기도 했다. 처음하는 시도니까 저희로서는 결과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역대 가장 성공한 영화 중 하나가 됐다. 저에게도 정말 큰 기회였고 배우 모두의 인생을 바꾼 영화가 됐다"며 <어벤져스> 시리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편으로 스칼릿은 배우로서 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남모를 고충도 전했다. 스칼릿은 "작품을 할 때마다 모든 것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 매번 마지막 영화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한 바 있다.
"불안한 게 너무 많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굉장히 불안해진다. <쥬라기월드>를 찍을 때도 처음 2주간은 존재론적인 고민까지 했다. '내가 이 역할에 맞는 사람인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더라. 캐릭터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 해서 그랬나보다. 촬영을 계속하고 작품에 대하여 잘 알게되니 불안감이 사라졌다. 하지만 어쨌든 저는 늘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한국 방문을 끝으로 <쥬라기 월드>의 월드투어 홍보를 마치는 스칼릿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투어가 끝나면 해변에서 누워있고 싶다. 지금도 계속 해변을 상상하고 있다. 해변에 가면 '비치보이즈'의 노래를 듣고 있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배우로서의 삶을 벗어나면, 두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로 돌아간다며 "일을 안 할 때는 그냥 엄마다. 아이들과 수영하거나 박물관과 영화관에 가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 생일파티에도 간다"는 소소한 일상을 털어놓았다.
유쾌한 친화력의 스칼릿은 MC 유재석과 조세호에게도 "뉴욕에 오시게 되면 연락하시라. 함께 공룡영화를 만들자. 제 남편(SNL 작가 콜린 조스트)이 출연하는 SNL 쇼도 볼 수 있다"고 제안하며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스칼릿은 "제가 어릴 적 팬이었던 쥬라기 시리즈에 출연하게 된 것처럼, 한국 어린이들도 자신의 꿈을 키우고 이루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전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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