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대표 중원 테크니션' 이승기, 15년 프로 생활 마무리

곽성호 2025. 7. 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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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광주·전북·부산 거쳐 현역 은퇴 선언한 이승기

[곽성호 기자]

 현역 은퇴식을 가지는 부산아이파크 MF 이승기
ⓒ 부산아이파크 공식 SNS
K리그를 대표했던 중원 테크니션 이승기가 현역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조성환 감독이 이끄는 부산 아이파크는 12일 오후 7시 구덕운동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2 2025' 20라운드서 전경준 감독의 성남FC와 격돌한다. 현재 부산은 8승 6무 5패 승점 30점으로 5위에, 성남은 5승 7무 7패 승점 22점으로 9위에 자리하고 있다.

성남은 플레이오프권 진입을 위해, 부산은 상위권 추격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경기 시작 전에는 한 선수의 은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바로 K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미드필더 이승기의 은퇴식을 부산 구단 측에서 준비한 것.

'광주서 꽃피워 전주성서 만개한' 특급 재능

1988년생인 이승기는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았던 특급 재능이었다. 광양제철중-금호고를 거치며 호남 지역에서 이름을 날렸던 이승기는 울산대학교를 거쳐 2011년 광주FC에 입단하며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창단팀이자, 리그 최약체로 평가됐던 광주서 입단하자마자 압도적인 실력으로 K리그를 지배하는 데 성공했다.

광주FC 초대 사령탑이었던 최만희 감독의 굳건한 신뢰를 받으며 데뷔 첫해 28경기서 8골 2도움을 기록, 2011년 K리그 신인상(현 영플레이어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또 당시 대표팀 사령탑을 이끌었던 조광래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대표팀에 승선하는 등 확실하게 주가를 올렸다. 이듬해에도 팀이 강등되는 상황 속에서도 홀로 4골 12도움이라는 미친 활약을 선보였다. 이처럼 데뷔 2년 차에 K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자원으로 발돋움한 가운데 2013시즌을 앞두고, 리그 내 최강 팀으로 군림하던 전북 현대에 합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승기는 리그 최강팀에서도 본인의 가치를 증명했다. 입단 첫 해 준주전급으로 활약하며 30경기서 7골 3도움으로 흔들리던 팀 상황 속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고, 이듬해에도 괴물 신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재성을 비롯해 정혁, 신형민, 김남일로 이어지는 베테랑들과의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리그에서는 10도움으로 생애 첫 도움왕을 수상했다.

2015시즌을 앞두고 상무로 입대한 이승기는 2부에서 5골 5도움으로 제 몫을 해내며, 팀의 다이렉트 승격을 이끌었고 베스트 11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출전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전역 후 전북도 리그 준우승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2017년을 앞두고 다시 몸만들기에 나선 이승기는 이름값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시즌 초반 심각한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재활 이후 복귀해 압도적인 클래스를 선보였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주축으로 활약했던 김보경이 J리그로 이적하며 공백이 발생했으나 이승기는 확실한 실력으로 전북의 고공 행진의 중심에 섰다. 특히 제주와의 36라운드 맞대결서는 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골을 터뜨리며 생애 세 번째 우승 타이틀에 입을 맞췄다.
 2017시즌 K리그 베스트 11 수상한 이승기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후에도 꾸준한 모습으로 2018, 2019시즌 리그 우승을 이끈 이승기는 2020시즌에는 미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모라이스 감독 체제 아래 꾸준하게 경기에 나섰던 가운데 시즌 중반에는 4경기 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펄펄 날았고, FA컵(현 코리아컵) 결승전서는 울산을 상대로 홀로 2골을 퍼부으며 팀의 첫 더블 주역으로 이름을 날렸다.

2021시즌에도 김상식 감독 체제 아래 꾸준하게 경기에 나섰던 이승기는 34경기서 5골 4도움으로 전북의 리그 5연패 주역으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듬해 입지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전북은 김진규를 영입하며, 세대교체를 시도했고 이승기는 변화의 소용돌이 아래 출전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2023년을 앞두고 이승기는 전북 B팀(현 N팀)서 연을 맺었던 박진섭 감독의 부름을 받아 정들었던 녹색 유니폼을 벗고,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을 택했다. 전북에서 클래스를 꾸준하게 보여줬던 이승기였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입단 첫해 8경기 출전에 그쳤고, 지난 시즌에는 10경기서 1도움에 그치며 아쉬운 활약상을 보여줬다.

K리그를 뒤흔들었던 '독보적 테크니션'
 현역 생활 마침표를 찍는 이승기
ⓒ 한국프로축구연맹
결국 이번 시즌, 부산 출전 명단에서 이승기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만 37세의 나이도 분명 발목을 잡았으나 선수 생활 내내 고질병처럼 따라붙었던 부상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낼 수 없었다. 이승기라는 이름값에 맞지 않게 다소 쓸쓸하게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됐지만, 분명 K리그와 한국 축구 역사에 거대한 발자국을 남긴 부분은 부정할 수 없다.

미드필더로서 177cm의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와 양발을 이용한 놀라운 테크닉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또 중요한 경기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클러치 능력도 겸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승기는 프로 통산(K리그 기준) 323경기에 나와 52골 56도움으로, K리그 통산 11번째 50-50 클럽으로 레전드 반열에 오르는 기록을 작성했다. 특히 프로 생활 중 가장 찬란했던 시간을 보냈던 전북 소속으로는 33골 35도움을 올렸고, K리그1 우승 6회, 코리아컵 우승 2회, 도움왕 1회, 베스트 11 2회, 코리아컵 MVP 1회로 녹색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었다.

비록 선수 생활 말년에는 부상으로 인해 출전하는 빈도가 줄었지만, 그가 K리그 무대서 보여준 화려한 테크닉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15년간 녹색 잔디 위를 누비며 꿈을 펼쳤던 이승기, 그는 진정한 'K리그의 숨은 테크니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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