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땅장사' 언급한 이 대통령, 지금껏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남기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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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비공개회의를 통해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5.6.19 |
| ⓒ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회의 석상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놀랍다. 이런 발언, 이런 의문을 던진 대통령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 반가웠던 까닭은, 그동안 필자와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토지+자유연구소'가 오래전부터 대통령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발간한 책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 체제론>(개마고원, 2021)과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이상북스, 2023, 공저)과 수행한 연구과제에서 대안에 관한 기본 구상을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 원인, 대통령의 인식을 엿보다
필자의 연구 주제여서만 반가운 건 아니다. 대통령의 위 발언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건, 그 발언에서 주거 및 부동산 문제의 진원지가 건물이 아니라 토지라는 걸 대통령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사람들은 수십 억 원에 이르는 비싼 고층 아파트와 빌딩을 올려다 보면서 건물에 압도되다 보니, 또 건물 평당 얼마로 아파트거래가 이루어지다 보니 건물 아래 있는 토지의 중요성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사실 건물은 어디에 짓나 가격이 똑같다. 건축자재와 건축기술이 똑같으면 말이다. 부동산 가격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원인은 바로 토지다. 집값이 투기적으로 상승하는 원인도 건물이 아니라 땅에 있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낡아져 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나 토지는 위치가 좋아지면 가격이 오르고 오를 걸 내다보고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급등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강남 아파트가 평당 2억 원이 넘어가는 것은 건물가격이 비싼 것이 아니라 건물이 깔고 있는 땅값이 비싸기 때문인데, 이것을 대통령이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이 의문을 제기했듯이 공공 개발회사의 대표인 LH는 그동안 조성한 택지를 왜 처분한 것일까?- 물론 모든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건 아니다. 택지 중에 도로와 공원 같은 기반시설과 공공임대주택 용지는 매각하지 않고 공공이 보유한다- 지금까지 매각해서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LH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운영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는데, 거기에선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공공임대주택 세입자에게 시장임대료에 크게 못 미치는 임대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더 저렴할수록 적자는 더 커진다. 그러면 적자는 어디서 메워야 하나? 지금까지 택지의 매각가와 조성원가의 차익으로 메워왔는데, LH가 땅장사한다는 비난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LH로선 이 비난이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업 방식은 두 가지 중대한 문제를 낳는다. 우선은 헌법 정신에 위배한다는 것이다. LH가 민간의 땅을 수용- 사실 말이 좋아서 '수용'이지 수용의 본질은 민간의 재산권 제한이다- 하는 헌법적 근거는 헌법 제23조 3항에서 말하는 "공공 필요"이고 여기서 말하는 공공 필요는 국민의 주거 안정이나 산업 발전이다. 그런데 공공이 민간 토지를 수용해서 조성한 택지를 다시 민간에 매각하면 그 토지 수용의 헌법적 근거인 '공공 필요'는 즉시 사라진다. 택지를 분양받은 건설사가 그 위에 집을 지어 팔든 상가를 지어 팔든 일단 분양된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 되어 계속 가격이 오르고 그 이익은 국민 일반이 아니라 건설사와 최초 분양자 및 그 이후의 소유자가 누리게 된다. 매각형 택지공급 방식이 국민 주거 안정에 이바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토지를 수용당한 사람은 항상 억울할 수밖에 없다. 왜 내 땅을 헐값에 강제로 사들여서 엉뚱한 사람 돈 벌게 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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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진주혁신도시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
| ⓒ 윤성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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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영업이익 :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go.kr) 집값변동률·땅값변동률 :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bok.or.kr) |
| ⓒ 남기업 |
실상이 이런데 LH가 집값 안정과 땅값 안정을 바랄까? 겉으론 그렇다고 하겠지만 속으론 아닐 것이다. 경영을 위해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 땅값과 집값이 올라가는 걸 바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바로 LH의 근본적 딜레마다. 결과적으로 LH는 집값과 땅값이 올라가 국민들의 주거 불안이 심해지고 자기 소득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계층, 즉 주거복지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 LH는 민간건설사와 별 차이가 없다. 다만 공공주택을 민간건설사보다 좀 더 싸게 분양하고 택지를 매각해서 번 돈을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운영에서 발생하는 적자 메우는 데 사용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LH 역시 민간건설사와 마찬가지로 투기가 일어나 집값이 오르고 땅값도 올라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개발 수요도 높아지고 사업 기회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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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아파트와 주택 |
| ⓒ 이정민 |
집값 안정, 땅값 안정을 지향해야 할 당위를 가진 공기업 LH가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는 걸 바랄 수밖에 없는 딜레마는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택지를 매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성한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임대하면 어떻게 될까?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그래도 운영이 괜찮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왜냐하면 제대로 설계·운영하면 임대된 택지의 임대료는 대개 택지 조성에 투입된 자금의 이자를 상회하고, 게다가 시간이 경과할수록 토지임대료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토지임대료는 땅값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이 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토지의 교환가치인 땅값은 이자율과 은행의 대출 규모와 경제 분위기 등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이것을 '지가의 문제'라고 부른다- 토지의 사용가치를 나타내는 임대가격은 이자율과 무관하고 경제 분위기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LH의 임대수입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LH(공공)가 보유·임대한 택지 위에 공급한 주택과 상가 오피스는 투기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택지를 매각하지 않으면 결국 건물만 분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가 보유 장벽, 상가·오피스 보유 장벽도 낮아진다. 부채를 크게 일으키지 않고도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LH도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택지를 개발하는 문화가 정착된다. 매각 방식은 아무래도 단기적 시야를 갖게 된다. 처분 즉시 관리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용·조성한 택지를 계속 보유·임대하는 제도가 정착되면 신중하게 개발한다. 관리의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LH 업무도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임대된 토지를 관리하는 업무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LH도 개발할 토지를 찾아야 하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LH가 땅장사·집장사한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LH가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되는 명실상부한 공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LH가 사업 방식을 매각형에서 임대형으로 전환하려면 택지공급 방식에 대한 제도 '다발' 전체를 바꿔야 한다. 공기업 평가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자금 조달 방식과 운용의 단계적 계획도 세워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정의 지속가능성(self-financing)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전환 프로젝트는 LH와 국토교통부의 결단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택지 매각에 근본적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이 LH 사장이 되고 국토부 장관이 된다고 해도 어렵다. 무엇보다 택지공급 방식 전환에 자금 공급과 배분에 권한을 가진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거대한 전환'은 내각 전체에, 국가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이 결단해야 비로소 가능한 프로젝트다.
그래서 필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발언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를 계기로 택지공급과 주택공급의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져 투기가 차단되고 전 국민 주거권 실현이 앞당겨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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