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라"-"환영한다"... 과잉 관광에 두 쪽 난 바르셀로나

백진우 2025. 7. 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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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관광수입, 바르셀로나 GDP의 14% 차지... 대규모 시위 열어 관광객에 물총 쏘기도

[백진우 기자]

 2025년 6월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르멜 벙커(Bunkers del Carmel) 인근 한 건물 외벽에 '관광객은 집에 가라(Tourist Go Home)'는 영어 문구가 써있다.
ⓒ 백진우
"매일 이용하는 버스에 관광객이 많아 힘들어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평생 살아온 에스테르 토레스(Esther Torres·57)는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저녁 산책을 나와 이처럼 말했다. 그녀가 나온 건물 외벽에는 누군가 적은 '관광객은 집에 가라(Tourist Go Home)'는 영어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녀 옆으로는 산 위에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카르멜 벙커(Bunkers del Carmel)에서 관광객들이 하산하고 있었다. 시가 문화재 보호와 소음 방지를 위해 2023년 5월부터 해당 시설 야간 출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날에도 저녁이 되자 현지 경찰이 벙커를 찾아 관광객을 내보냈다.

바르셀로나가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관광객이 몰려 현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무작정 관광객을 배척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25년 6월 30일 오후 8시 20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르멜 벙커(Bunkers del Carmel)에서 카탈루냐 광장(Placa de Catalunya)으로 향하는 24번 버스 안에 사람이 가득 찼다.
ⓒ 백진우
비싼 입장료에도 '매진'... 대중교통 '마비'

이날 오후 8시 20분 카르멜 벙커에서 도심지로 향하는 버스도 북적였다. 앉을 자리는커녕 손잡이조차 마땅치 않았다. 차 안에서는 현지 언어가 아닌 한국어, 중국어, 영어 대화가 많이 들렸다.

전날 교외에서 시내로 향하는 만석 열차에도 큰 가방과 여권을 지닌 관광객이 많았다. 도난 우려로 가방을 선반 위에 올리지 않고 직접 소지해 자리는 더 비좁았다. 도심지 역에 도착해 개찰구로 나가는 줄이 길어지자, 역무원이 예비 문을 개방해 표 검사 없이 승객을 내보내기도 했다.

시내 주요 관광지는 사람 수를 조절하기 위해 예약제를 도입했다. 대표적 관광지인 성가정 성당(Sagrada Família)의 경우, 24유로(약 3만 9천 원)의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7월 1일(현지시간) 기준 약 2주 후부터 예약할 수 있었다. 이날 입구에 총 6개의 보안검색대가 운영됐지만 예약자들은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관광버스도 많아 관광지 주변은 정차 위치를 확보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이에 일부 관광버스는 앞선 버스에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2025년 7월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정 성당(Sagrada Familia)에 관광객이 성당 내부를 구경하고 있다.
ⓒ 백진우
집값 상승 야기... 관광객에 물총 공격도

일부 주민은 오버 투어리즘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15일(현지시간)에는 수천 명의 시위자가 바르셀로나 주요 호텔 인근 및 광장에 모여 과잉 관광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생활 불편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도 겪는다고 지적한다. 시위를 주도한 '관광 축소를 위한 지역 연합체(Assemblea de Barris pel Decreixement Turístic, ABDT)'는 '관광 산업이 우리에게서 빵도, 집도, 미래도 빼앗아 간다(El turisme ens roba pa, sostre i futur)'고 적힌 포스터로 집회를 홍보했다.

그들은 성명문에서 북부의 발카르카 지구를 예로 제시했다. 이곳에 100곳 이상의 관광 숙소가 주거 공간을 잠식하고 있다며 개발계획으로 퇴거된 주민들은 1200 유로(약 193만 원)를 넘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갈 곳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임대인 입장에서 월세보다 숙박비를 받는 게 더 유리해 과잉 관광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6월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한 부동산 사무실 외벽에 부동산 정보가 걸려있다.
ⓒ 백진우
현지 매체에 따르면 작년 바르셀로나 평균 아파트 가격은 10년 전보다 약 60% 상승했다. 2014년에는 평균 21만 2000 유로(약 3억 4천만 원)였으나, 2024년 말에는 33만 6000 유로(약 5억 4천만 원)였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자가 바르셀로나 내 부동산 업체를 방문해 책자를 받아보니 21만 유로(약 3억 4천만 원)부터 67만 5천(약 10억 8천만 원) 유로까지의 부동산이 있었다. 35만 유로(약 5억 6천만 원)로는 방 2개가 있는 66m²(약 20평) 크기의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다.

15일 대규모 시위에서 일부는 관광객에게 물총을 쏘기도 했다. 작년 7월 시위에서 물총이 관광객에 향해 화제가 된 후 물총은 오버 투어리즘 시위의 상징이 됐다.
 2025년 6월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 보케리아 시장(Mercat de la Boqueria)에 관광객이 가득하다.
ⓒ 백진우
하지만 관광객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크다. 관광업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관광업은 시 경제(GDP)의 약 14%를 차지하고 약 15만 5천개의 직업을 제공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2년 가까이 에어비엔비 숙소를 운영한 엠마(Emma·58)는 29일(현지시간) "우리의 물가는 프랑스, 독일, 영국에 비해 매우 낮다"며 "관광객으로 인한 피해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밤늦게까지 술에 취해 떠드는 관광객은 원하지 않지만 상대를 존중할 줄 안다면 언제나 환영한다"고 했다.

에스테르는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바르셀로나를 보러 오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주민들이 생활할 공간이 남지 않을 정도로 관광객이 많아지지 않게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2025년 6월 30일 오후 7시 47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르멜 벙커(Bunkers del Carmel)에서 경찰이 관광객을 내보내고 있다.
ⓒ 백진우
바르셀로나시는 과잉 관광 대책를 마련하고 있다. 우선 시내에서 숙박하는 관광객에 부과하는 세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기자도 일행 한 명과 함께 6월 30일부터 시내 호스텔에 2박 머물러 총 22유로(약 3만 5천 원)의 관광 세금을 냈다. 관광 관련 세금은 바르셀로나 시의회 재정에서 세 번째로 큰 수입원이다.

또한 시 당국은 불법 숙박 영업을 근절하기 위해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시의회는 에어비앤비에 새로운 협약안을 제시하며, 게시된 숙소 정보와 함께 숙박비가 입금되는 계좌의 계좌주 정보까지 포함한 데이터를 시에 무제한으로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5월 관광 숙박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약 6만 6천 건의 숙소를 삭제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기자와 일행 1명이 함께 6월 30일부터 시내 호스텔에 2박 머물러 총 22유로(약 3만 5천 원)의 관광 세금을 내고 발급받은 영수증
ⓒ 백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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