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할인’으로 물가 잡기?…식품업계 “구조적 대책 없인 역효과”

임유정 2025. 7. 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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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50% 할인 추진…정부 “체감 물가 낮추기 속도”
식품 기업 “원가 부담은 그대로, 기업 부담만 주는 꼴”
유통업체도 불만…“소비쿠폰 제외된 마트에 책임 전가”
“할당관세도 중간상 이익”…전문가, 구조 개선 시급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살펴보는 모습.ⓒ뉴시스

정부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가공식품 최대 50% 할인 행사를 추진한 가운데, 현장에선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원가 부담은 여전한데 가격만 통제해 업계에 부담을 지우는 데다, 장기적으로 봐도 국민 체감 물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가공식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품·유통업계와 함께 할인행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일 업계와 간담회에서 7~8월 여름휴가 기간 중 할인 계획을 논의한 결과다.

참여 업체는 농심‧오뚜기‧팔도 라면 업체를 비롯해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매일유업 등 모두 15개 업체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GS리테일·농협 하나로마트 등이다. ▲라면 2~50% ▲빵 10~50% ▲커피·음료 5~50% ▲김치 10~35% ▲아이스크림 13~40%를 할인한다.

하지만 물가 안정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2%대를 기록하고, 커피와 김치 등 필수 식품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일회성 할인 행사’에만 의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평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 할인 행사 만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정부가 책임 있는 가격 정책을 펼치지 않고 기업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할인 이후엔 더 높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역효과’ 우려도 있다. 일시적인 할인 행사로 가격 인하 효과가 과장되면, 이후 정상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느껴져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할인에 참여한 기업들이 행사 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을 재인상하거나, 향후 할인 여력을 줄이게 되면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는 사라지고 소비자 체감 물가는 더 악화될 수 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라면을 살펴보는 모습.ⓒ뉴시스

유통업계도 불만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제외된 가운데, 정부 지원 없이 7~8월 대규모 할인 행사를 떠안게 돼서다. 소비 진작 효과는 제한적인데 부담은 기업 몫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소비자 접근성이 높고 유통 비중도 큰데,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빠지면서 실질적인 소비 진작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가공식품 대부분이 대형마트를 통해 팔리는 구조인데, 쿠폰 혜택이 적용되지 않으면 식품업체들도 매출 증가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 없이 유통업체에만 대규모 할인 책임을 지우는 건 사실상 ‘팔 비틀기’에 가깝다”며 “유통업체와 제조사 모두 마진은 줄고 부담만 커진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할인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가공식품 물가를 모니터링하며 업계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개선되기까지는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업들은 식품의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에서 가격을 조정했으나 아직도 원료 가격 인상 압박이 크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할당관세 제도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일부 원재료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더라도, 선착순 방식으로 배정되다 보니 정작 이를 직접 사용하는 식품 제조업체보다 중간 도매상이 먼저 확보해 중간 마진만 붙이는 구조가 반복돼서다.

현재 식품의 원재료를 수입하는 도매상이 먼저 할당 물량을 확보한 뒤 여기에 중간 마진을 붙여 식품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이 경우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시중가와 큰 차이 없는 가격으로 원재료를 구매하게 돼 실질적인 원가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할당관세 물량이 도매상에 먼저 돌아가면, 제조업체는 결국 시중가에 원재료를 구입해야 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원가 절감 효과를 보려면 배정 방식부터 제조사 중심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 할인 행사보다 원가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유통 단계별 마진 구조 개선, 원재료 수입선 다변화, 납품단가 현실화 등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펼치고 있는 정책은 ‘이벤트’에 불과할 뿐 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지금 손해를 본 기업들이 이후 가격을 올리거나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등의 꼼수를 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추경을 통해 시장에 돈을 풀어서도 안 되는데 정책을 거꾸로 가져가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장기적으로 유가와 환율이 관건이기 때문에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사실상 할 수 있는 카드가 많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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