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근영의 아는 그림] 구순의 이글, 뉴스 속 그림

얼마 전 권노갑(95) 김대중재단 이사장이 2언더파 70타를 쳐 화제였다. 특히 파4 홀에서 이글에 성공해 기념 증서를 받았는데, 그의 뒤에 걸린 그림(사진)이 눈에 띄었다. 도윤희(64)의 ‘Being-Forest’ 시리즈.

제목처럼 숲을 그린 풍경화 같지만 실은 현미경으로 본 세균이다. 1990년대 30대의 도윤희는 서울대병원 병리학실에 한 달 가까이 드나들며 현미경으로 세균의 세포분열을 들여다봤다. 끊임없이 증식하는 세포, 그 유한한 생명체에서 무한의 시간을 봤다. “햇빛 비치는 쓰레기통에서 과자 봉지가 반짝하는 순간처럼 흉한 병균에서도 나뭇잎의 성장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림에 시간을 담고 싶어 연필을 들었다. 오랜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재료다. 나무판에 배접한 딱딱한 캔버스에 4H부터 9B까지 다양한 연필로 긋고 바니시 바르기를 반복했다. 도자기처럼 표면이 매끈해질 때쯤 어두운 활엽수림을 거니는 듯 신비로운 그림이 됐다. 도자기를 사랑했던 조부 도상봉(1902~77)의 백자 그림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도상봉 사후 그의 그림 대부분은 삼성이 인수했고, 일부는 2021년 이건희컬렉션으로 기증했다. 권 이사장이 골프를 친 안양컨트리클럽도 삼성이 운영한다.
도윤희는 ‘Being-Forest’ 시리즈를 뒤로하고 베를린으로 갔다. 2007년 스위스의 명문 갤러리 바이엘러에서 아시아 미술가로는 처음 개인전을 열었다. 노 정치인의 골프 실력과 함께 30여년 만에 소환된 도윤희의 그림, 시간을 담았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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