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매출은 인정, 원가는 부인? 중고폰 법인세 판결이 던진 과제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중고 휴대전화 매매업체에 대해 과세당국이 매출은 인정하면서 매입비용은 전면 부인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관악세무서는 해당 업체가 허위 매입세금계산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매입원가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약 6억 5,000만 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법원은 “매출이 인정된다면 그에 대응하는 매입비용도 실제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매입증빙 서류가 부족해도 과세당국이 추계 등의 방법으로 산정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매입비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중고품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다. 중고품 거래는 거래증빙서류 확보가 쉽지 않고, 개인 간의 거래가 많아 매입원가 산정이 불명확하다. 그 결과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25년 기준 43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사업자들은 증빙서류 미비로 인해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에서 소외되어 왔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제108조는 재활용 폐자원과 중고자동차에 한해 세금계산서 없이도 부가가치세 의제매입세액공제를 허용한다. 동 제도 도입 후 중고자동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 지난해 중소기업의 자동차 수출액은 50억8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대비 3배 가까이로 늘어난 수치이다. 즉 조세특례가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중고폰 등 기타 중고품은 적격 증빙서류 미비로 정상적으로 환급 받아야 할 부가가치세를 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중고 자동차와 기타 중고품 시장 간의 조세 형평성 문제와 경제성장 격차가 크게 발생한다.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의 핵심은 과세당국이 매출을 인정했다면 매입비용도 실질에 맞게 추계해 인정해야 하며, 이는 부가가치세 환급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고품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감안, 과세당국은 실질적인 방법으로 매입세액을 산정, 환급하는 것이 조세평등원칙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모든 중고품 거래에 부가세 의제매입제도 확대 적용이 현실적 대안이다.
국가가 매입세액 공제범위를 넓힌다면 K중고품 산업도 새로운 수출 분야로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의 빈티드, 일본의 메루카리 같은 해외 중고거래 플랫폼은 연 매출 10억 달러를 넘기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합리적인 세제개선과 세정지원이 뒷받침된다면 K중고품 산업도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을 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한국중고수출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중고시장 규모가 2020년 1300억 달러를 넘어 수년안에 3천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EU, 일본, 중국 등도 수천억 달러를 상회하는 규모로 성장중이다. 글로벌 중고거래가 주목받는 시장인 이유이다.
이재명 정부는 중고시장의 성장과 투명한 과세, 그리고 자원순환과 친환경소비의 확립에 맞게 공정한 부가가치세 환급이 조화를 이루도록하여 조세제도 전반에 걸쳐 불합리한 세제의 재점검을 통해 중고품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의 내용은 서희열 교수의 견해이며 중앙일보사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사)한국조세법학회 이사장 서희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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