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이사', 매일 처음 만나는 너에게 [D:헬로스테이지]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가 무대 위에서 다시 태어났다.

2019년 전격소설대상에서 4607:1의 경쟁률을 뚫고 미디어워크문고상을 수상한 소설은 2022년 영화화되어 나니와 단시의 미치에다 슌스케 주연으로 개봉했다. 국내에서도 2021년 출간 이후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영화는 2022년 국내 개봉 당시 121만 관객을 동원하며 최근 10년간 개봉한 일본 실사 영화 가운데 흥행 1위에 올랐다.
'오세이사'는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거짓 고백을 하게 된 도루가, 매일 아침 전날의 기억을 잃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마오리와 가짜 연애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룻밤이 지나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기억 속에서도, 사랑을 시도해보려는 이 낯선 관계는 오히려 두 사람을 빠르게 가까워지게 만든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쌓이며 마침내 진짜 사랑이 된 지금, 마오리의 곁엔 도루가 없다.
기억을 잃은 마오리가 마주한 것은 도루가 아닌, 친구 이즈미와 켄토와 함께한 기록들 뿐이다. 마오리가 다시 상실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도루와의 모든 흔적을 지워낸 까닭이다. 일기와 사진까지 마오리의 기억은 도루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로 재구성된다.
더 이상 도루는 마오리의 기억 속 없는 사람이 됐고, 그 공백을 아는 건 마오리를 사랑했던 친구와 도루 가족의 몫이 된다. 하지만 도루의 흔적을 모두 지웠음에도 불구하고, 마오리는 이유 없이 한 사람의 얼굴만을 떠올리고 그린다.

뮤지컬은 "오늘은 오늘만 오늘이니까"라는 대사처럼, 마오리에게 이 사랑은 찰나에 머물지만, 그 짧은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려는 감정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도록 연출한 점이 인상적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병이라는 비극적인 설정은 단지 눈물을 유도하는 장치가 아니라, 오늘이라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살아내게 만드는 동력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감정의 밀도는 뮤지컬이라는 형식 안에서 더욱 또렷하게 살아난다. 인물의 마음을 멈추지 않고 흐르게 하는 음악, 서사의 순간을 감정의 파동으로 끌어올리는 노래와 장면 전환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시간의 감각을 더욱 체험하게 만든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시간은 마오리의 현재와 도루의 과거와 가족 간의 갈등, 마오리의 미래가 포개지며, 사랑이란 결국 시간을 쌓고, 기억을 나누는 일임을 보여준다.
시간과 감정의 흐름은 시각적으로도 섬세하게 번역된다. 봄날의 공원, 여름밤의 불꽃놀이, 마오리가 그리던 수채화 같은 장면들은 원작 속에서 독자의 상상에 머물렀던 풍경이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세트, LED 영상 장치를 활용해 구체적 이미지로 구현된다. 이러한 장면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이 머무는 공간이 된다.
넘버는 모던록, 인디팝, 포크, 신스팝, 발라드, 엠비언트, 스윙, 펑키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르는 장면의 분위기와 등장인물의 감정선에 맞춰 유기적으로 배치되며, 이야기의 리듬과 정서를 뒷받침한다.
도루 역은 아이돌 그룹 엠블랙 출신의 이준과 윤소호, 김인성이 맡았으며, 마오리 역은 장민제와 라붐 출신 솔빈이 맡았다.
이번 무대에서 김인성은 일상의 재미를 못 느끼는 회식 세상에서 마오리를 만나 수채화 같은 세계를 접한 도루의 변화를 그려낸다. 후반부에서는 감정을 삼키며 홀로 이별을 준비하는 순간까지, 인물이 겪는 내면의 복잡한 결을 깊은 여운으로 남긴다.
장민제 역시 마오리의 불안과 애틋함을 담담하게 표현하면서도,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선 감정선을 유지해 설득력을 더한다. 두 배우의 호흡은 이야기의 중심축을 흔들림 없이 이끌며, 감정의 설득력을 강화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원작에는 없었던 인물 켄토의 등장은 평가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마오리, 도루, 이즈미와 함께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인물로 새롭게 추가된 그는, 마오리의 상실을 홀로 감당하던 이즈미의 감정선을 분산시키려는 장치로 보이지만, 원작의 정서를 섬세하게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공연은 오는 8월 24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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