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세력 규제 주장했더니, 그들이 내게 다가왔다

박성우 2025. 7. 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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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어게인' 커뮤니티의 조직적 혐오 댓글 공격 받아... 법적 제재 두렵기 때문에 벌인 망동

[박성우 기자]

지난 7일, 저는 윤석열의 정치적 복귀를 외치는 소위 '윤어게인' 시위대가 대구화교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인종차별적인 혐오 발언을 외친 것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습니다(관련기사: "이젠 초교 앞에서 "짱X 꺼져"... 위험한 '윤어게인 시위', 일본처럼 하자" https://omn.kr/2efvm).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해야 하는 초등학교조차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을 규탄하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사실상 폭력을 행사하는 극우 세력에 맞서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그들을 향한 법적 규제를 주장한 해당 기사는 다행히도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혐오 세력에 법적 제재 필요하다'는 기사에 어느 순간 가득 찬 혐오 댓글들
 그런데 어느 순간 댓글 흐름이 깜빡 전환되었습니다. "화짱조(화교, 짱X, 조선족을 통칭하는 비하발언)는 혐오해도 된다 ㅋㅋ"라는 댓글이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이 되었고 그 뒤를 이어 "짱X는 바퀴벌레다", "오마이뉴스 짱X냐"와 같은 노골적인 혐오 발언들이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에 올랐습니다.
ⓒ 네이버 갈무리
그런데 예상치 못한 풍경이 포털사이트 댓글 창에 펼쳐졌습니다. 처음에는 기사 본래 의도에 맞는 독자들의 의견이 주류였습니다. 7일 오전 10시 52분에 네이버에 올라온 해당 기사는 오후 5시 이전까지만 해도 극우 시위대를 비판하는 댓글이 대다수였습니다.

"온갖 혐오에 가득 차서 저러고 다니는 꼴을 보면 참 불쌍하다", "민주 사회에도 선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해줘야 한다" 등 우리 사회에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에게는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기사 주장에 공감하는 댓글들이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로 자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댓글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화짱조(화교, 짱X, 조선족을 통칭하는 비하발언)는 혐오해도 된다"라는 댓글이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이 되었고 그 뒤를 이어 "짱X는 바퀴벌레다", "오마이뉴스 짱X냐"와 같은 노골적인 혐오 발언들이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에 올랐습니다.

반면 기사 주장에 공감하던 기존의 댓글들은 150개에 달하는 비추천을 받으며 공감순 댓글에서 내려갔습니다. 그 결과 기사 내용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아닌, 순전히 혐오 발언만 가득한 악플들이 단숨에 제 기사의 공감순 댓글 상단을 차지한 것입니다. 해당 댓글들은 모두 7일 오후 5시 이후에 작성되었습니다.

'윤어게인' 극우 커뮤니티에 올라온 링크 하나에 정반대로 뒤바뀐 댓글창
 한참 인터넷을 살펴보니 해당 댓글들의 출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미국정치갤러리'의 한 게시글이 제 기사 링크를 첨부하며 '언론이 이렇게 비판적으로 나오니 화교를 더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4백 개 넘는 추천과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시간은 갑작스런 혐오 발언들이 댓글로 쏟아진 시간과 일치했습니다.
ⓒ 미국정치갤러리 갈무리
그 순간, 저는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혐오 세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여론을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행동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한참 인터넷을 살펴보니 해당 댓글들의 출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미국정치갤러리'의 한 게시물에서 제 기사 링크를 첨부하며 '언론이 이렇게 비판적으로 나오니 화교를 더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4백 개 넘는 추천과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시간은 갑작스런 혐오 발언 댓글이 쏟아진 시간과 일치했습니다.

디시인사이드 내 미국정치갤러리는 여전히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입니다. 지난 1월 서부지법 폭동 당시 난입 경로를 모의한 바 있고, 2월에는 아예 헌법재판소를 난입하기 위해 내부 평면도까지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중국 공안이 한국 경찰로 일하고 있다', '산불을 중국인이 냈다' 등 혐중 음모론 역시 해당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었습니다.

그랬던 이들이 혐오 세력을 규제하자는 저의 기사에 찾아와 혐오 댓글을 일제히 추천해 온라인상 여론이 바뀐 것처럼 조작했습니다. 언론과 독자의 신뢰를 갉아먹는 이 행동은 단순한 반대 의견 표출을 넘어, 상식적인 목소리를 억압하고 왜곡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익명성 뒤에 숨어 혐오를 되풀이하는 자들은 자신들을 향한 비판에 날카로운 반박을 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들이 믿는 건 논리와 이성이 아니라 가짜뉴스에 매몰된 반지성주의적 광기와 결합한 집단적 결속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혐오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집단행동을 통해 마치 온라인상에서 혐오가 만연한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합니다. 그들에게는 '추천' 버튼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기인 셈입니다.

언론이 제시하는 사실 위에 독자의 반응이 더해져 여론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제가 겪은 것과 같은 극우 세력의 조직적 댓글 조작이 일상화 되면 온라인상 여론은 왜곡된 채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신뢰가 무너집니다.

또한 혐오 발언이 상단에 노출될수록 약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위축되고,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두려워집니다. 지금처럼 온라인 공간이 누구에게나 발언권을 보장하는 공론장이 아니라 혐오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하는 순간, 온라인에서의 민주적인 여론 형성은 요원해집니다. 학생들에게 반민주적 극우 사상을 전파한 '리박스쿨'이 오프라인 공간인 학교뿐만 아니라 '맘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활동하는 장기적 전략을 세운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법적 책임 안 진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혐오 세력의 행동들, 이젠 멈춰야 한다
 미국정치갤러리의 한 댓글은 제 실명을 거론하면서 "관타나모 당첨ㅋㅋㅋㅋㅋ"라고 웃었습니다. 미국에 반대하는 한국인들은 조만간 미군이 운영하는 관타나모 수용소로 수감된다는 허무맹랑한 음모론을 믿은 것입니다.
ⓒ 미국정치갤러리 갈무리
미국정치갤러리의 한 익명 댓글은 기사를 쓴 제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 X끼 관타나모 당첨"이라며 비웃었습니다. 미국에 반대하는 한국인들은 조만간 미군이 운영하는 관타나모 수용소로 수감된다는 허무맹랑한 음모론에 기반한 것입니다.

혐오세력에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기사의 주장이 어딜 봐서 '반미적'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 더 허망함을 느낀 건, 혐오 전파에 나서는 그들 스스로 법적 처벌에 대한 어떠한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오히려 타인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음모론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온라인 공간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이러한 집단행동을 눈감고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혐오가 스며들지 못하도록 경계를 세울 것인가. 이들이 버젓이 댓글 집단 행동을 감행하는 배경에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깔려 있습니다.

현행법이 혐오 표현에 대해 처벌하지 않다 보니, 이들에게 온라인 공간은 무제한의 발언권이 주어진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혐오가 증오로, 증오가 폭력으로 비화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방관은 불가능합니다.

댓글 추천 등 온라인상 집단 동원 행위에 대한 구체적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하고, 네이버 등 플랫폼과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커뮤니티에도 관련한 실질적 규제가 절실합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온라인 기업들이 혐오 세력 근절에 하루빨리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이들의 망동이 멈추는 그날까지, 저는 시민기자로서 이들과 맞서 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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