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 또 한 번의 죽음, 다시 원청은 무죄인가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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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3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고 김충현 노동자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대해 대책위는 서부발전과 한전kps 원청의 책임을 묻는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 ⓒ 대책위 |
고발장에는 고 김충현씨가 소속된 한국파워O&M과 원청업체 한국서부발전, 한전KPS이 적시됐다. 서부발전은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회사이고, 한전KPS는 서부발전으로부터 발전소정비를 위탁받은 회사이다. 한전KPS는 발전소로부터 위탁받은 경정비 일을 다시 한국 파워O&M에 위탁했다.
발전소 정비 일을 하는 1명의 노동자를 세 개의 회사가 각각 다른 목적으로 함께 사용한 것이다. 발전소는 비용과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서 다단계 하청구조를 만들었고, 2차 하청 사업장 사업주는 안전보다는 비용을 줄이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영세한 2차 하청업체는 안전관리시스템을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실질적 권한과 힘이 있는 원청은 일을 시킬 때는 최선을 다했지만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고 김충현 사망사고에서 원청의 책임
고 김충현노동자가 사용한 선반기계는 산업재해의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7조 제6항에 '사업주는 선반 등으로부터 돌출하여 회전하고 있는 가공물이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해놓았다. 그러나 김충현이 사용한 선반기계에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었다.
문제는 이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느냐이다. 1년 마다 바뀌는 2차 하청업체가 김충현이 작업했던 발전소내 종합정비동과 선반을 소유할리 없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를 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실제 김충현이 일한 공장과 작업에 사용한 선반의 실제 소유주는 서부발전이었다. 한전KPS가 서부발전으로부터 이를 임차하고, 다시 한국파워O&M에 제공하는 형태다. 작업장과 작업도구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이 서부발전과 한전KPS에 있는 것이다. 고 김충현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서부발전 직원들이 종합정비동을 방문해 정비동 내 안전망을 보수하라는 지시를 김충현에게 하였고, 이를 한전KPS직원에게 보고하는 내용이 발견된다. 실질적으로 원청들이 시설을 관리 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원·하청 회사와 그 관리자들은 업무절차에 따른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에 대한 점검 및 필요한 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
문제는 원청인 서부발전과 한전KPS가 하청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걸 인지하고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는 여부다. 여기서 김용균이 다시 소환된다. 태안화력발전소는 2018. 12. 10. 고 김용균 노동자의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사업장으로 당시 국무총리 산하로 구성된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에서 '2차 하청을 포함한 경상정비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노동안전을 위한 필요인력 충원', '안전보건 관련 집단적 노사관계 개선' 등 을 한국서부발전에 권고했다. 그러나 서부발전은 이를 이행하지 않아 하청 노동자들인 경상정비 노동자들을 작업현장에서의 위험에 그대로 방치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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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7일, 대책위는 고 김충현 노동자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고발장을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접수했다. |
| ⓒ 대책위 |
일명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 58조는 '생명·신체에 위험을 줄 수 있는 22개 유해·위험 작업은 도급을 금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37조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험작업 대상에 '전기사업법에 따른 발전설비의 운전·정비'는 포함되지 못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김용균법이라 불렸지만, 김용균이 일했던 발전소는 법적용이 제외되어 김용균법이 아니게 되었다. 태안화력발전소의 위험은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지만, 여의도로 전달된 발전소의 위험은 어떤 국회의원도 위협하지 못했다.
기업을 망하게 한다던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실제로는 어떠한 기업도 무너뜨리지 못했다.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에 따르면, 2024년 9월 까지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수사를 한 사건은 총 866건이었고 이 중 160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중 검찰이 2025년 1월 21일까지 기소한 사건은 74건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중 재판부가 1심 이상 선고 판결을 내린 사건은 35건이었고 실형은 5건에 불과하다. 결국 886건의 중대재해사건 중 단 5건만이 재판을 통해 실형을 받았는데, 대부분 징역 2년 이하의 경미한 판결을 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게 해주는 로펌만 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권한이 있는 원청의 책임을 묻는다는 법 취지가 무너지고 있다.
고발장을 접수한 대책위 법률대리인 김병도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안전사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도급인의 의무를 강화하였고,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도급인에게 무거운 형사책임을 부과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고 김용균 사망사건이 있었던 태안발전소에서 6년만에 다시 사망사고가 재발하였습니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서부발전 및 한전KPS 경영책임자가 철저히 책임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원청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노동자의 법이 아니라 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사용자의 매뉴얼이 될 것이다.
지난 6일에도 맨홀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하청의 하청의 하청. 다단계 구조 하청 노동자였다. 이번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또 반복된다면, 다단계 하청구조의 맨 밑으로 들어가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번 글은 김용균재단 이사이자 공공운수노조 노안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박정훈 님이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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