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다큐 아이템으로 최고 난이도... 아주 귀한 작업이었죠"

이영광 2025. 7. 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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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362 ] EBS 창사특집 SF 자연 다큐 <꿀벌> 연출한 문동현 PD

[이영광 기자]

지난 6월 EBS에서는 창사특집으로 SF 자연 다큐 <꿀벌> 3부작을 방송했다. 배우 전소민이 내레이션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던 <꿀벌>은 기존 자연 다큐 포맷과 달리 스토리텔링을 통해 꿀벌의 생태와 역할, 인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까지 심층적으로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SF 자연 다큐 <꿀벌>은 어떻게 기획된 건지 제작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2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EBS에서 다큐 연출한 문동현 PD를 만났다.
 EBS 창사특집 SF 자연 다큐 <꿀벌> 의 포스터
ⓒ EBS
다음은 문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다큐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아이템을 정하기까지 여러 인연이 이어진 것 같아요. 제가 20년 전에 야생 말벌을 촬영했어요. 그때 야생 말벌이 사냥하러 가는 꿀벌 집을 한 번 찍은 적이 있어요. 그다음에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꿀벌 가문 족보 제작 프로젝트>라고 외국 사람이 쓴 만화책을 보고 거의 콘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계속 간직하고 있었죠. 그게 한 10년 넘었어요. 그 외에 발도르프 학교 창안하신 루돌프 슈타이너가 쓴 책에도 꿀벌에 관한 굉장히 신비한 얘기들이 많아요. 책 혹은 영상 자료들 보고 계속 한번 도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 다큐 아이템으로 꿀벌은 난이도가 상당했을 것 같아요.
"자연 다큐 아이템으로는 난이도가 높은 아이템 중의 하나예요. 곤충 자체는 크기가 굉장히 작아서 일단 렌즈로 접근하기 어려워요. 또 꿀벌은 사회성 곤충이다 보니 공동체의 조건에서만 특정 행동을 해요. 예를 들면 여왕이 알을 낳는 경우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그 행동을 안 하는 거예요. 일벌들이 완벽하게 보호돼 있고 알방이 다 만들어져 있고, 온도 습도가 다 맞고 어둡고 여왕 자체도 충분히 건강하고 안전하다고 판단됐을 때 알을 낳는 거예요.

또 피사체가 워낙 작다 보니까 저희가 단렌즈를 썼거든요. 단렌즈를 써도 피사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최대 한 2cm까지는 붙여줘야 포커스가 나와요. 1부에서 나오는 응애(꿀벌에 기생하는 벌 해중-기자주)같은 건 1~2mm거든요. 그걸 정지 상태로 찍는 게 아니고 응애가 어떤 행동하는 걸 포착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조명도 많이 쳐줘야 돼요. 또 개미나 바퀴벌레는 필요한 위치에 놓고 다시 찍을 수가 있는데 벌은 침이 있잖아요. 침을 쏘기 때문에 손으로 함부로 만질 수도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상황을 놓고 거기에 이 피사체가 와서 자연스럽게 행동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사전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최고 난의도였죠. 사실 '꿀벌 다큐를 왜 안 할까'란 의문이 있었어요. 그 의문을 확인해 가는 과정이 2년었던거죠."

- 왜 일반 자연 다큐가 아닌 SF 다큐로 했나요?
"아주 오래된 얘기예요. 저의 작업관하고도 같은 건데 20년 전에 인터뷰할 때 제가 거의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했어요. 저는 방송의 기본 역할이 어떤 대상에 대한 정보를 100% 전달하는 게 아니라고 봐요. 그건 방송의 한계죠. 이게 책이나 글 같은 공간 매체가 아니고 시간 매체잖아요. 정보의 전달 면에서는 굉장히 불리한 도구인 거죠. 시간도 짧고 그 안에 영상과 사운드, 정보와 내레이션 등 모든 걸 다 넣어야 되죠. 책은 다시 돌아보고 사람이 생각하면서 읽어갈 수 있는데 시간 매체는 그냥 흘러가기 때문에 아주 즉자적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죠. 어떤 정보를 100% 전달하는 게 아니고 이 정보에 대해서 이런 게 있다는 걸 제시하는 것까지가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자연 다큐 할 때도 꿀벌에 대해서 아주 정확한 정보들을 풍부하게 말이든 글이든 써서 할 수 있겠죠. 근데 약간 동영상 같아지겠죠. 다큐와 동영상의 차이점이 뭘지 고민해야 하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과연 그걸 볼 것인가예요. 특히 지금처럼 OTT 등이 나오면서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데) 열심히 꿀벌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면 양봉하시는 분 몇 분 빼고는 누가 이걸 보겠어요? 그 고민이 있어요. 채널 몇 개 없던 때는 '이렇게 유익한 걸 보네!' 하는 시절도 있었지만 이미 그런 시대는 끝났죠. 지금은 UFC처럼 무한 체급 경쟁인 거예요. 헤비급과 경량급이 함께 무대에서 싸우는 시대이기 때문에 제가 꿀벌에 관한 유익한 정보와 좋은 메시지를 담아도 그걸 봐 주지 않는 거죠. 그래서 무한 경쟁 시대에 자연 다큐 정보가 어떻게 시청자들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받을 것인가 고민한 결합물인거죠."

- 내레이션으로 배우 정인기씨와 전소민씨가 참여했는데요.
"일단 정보를 최대한 이야기 안에 녹이고 그걸 옛날 얘기 혹은 SF 소설 읽듯이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글도 구어체로 주로 썼고요. 일반 성우보다는 조금 더 감성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배우를 섭외한 거예요."

- 꿀벌 응애의 시점으로 다큐가 시작되는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SF자연 다큐라는 걸 맨 앞에 타이틀로 내세웠죠. 저는 SF의 본질이 꼭 공상과학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개는 과학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이겠죠. 꿀벌 다큐인데 당연히 첫 편은 꿀벌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할 거 아니에요. 두 번째는 응애의 생태에 있어요. 자기가 먹고 스스로 번식하는 게 아니고 성공한 다른 종에 기생해서 번식하는 기생 전략으로 성공한 거죠. 기생충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 벌통안 생태계는 어떻게 찍은 건가요?
"일단 벌통은 뚜껑이 덮여 있는 상자예요. 양봉하시는 분이 필요할 때만 뚜껑을 열어서 안의 상태를 보고 먹이도 넣어주고 죽은 애들도 치워주는 거죠. 촬영 여건으로서는 최악이죠. 안을 찍어야 하는데 밖에서는 상자만 보이니까요. 그리고 통 안이 빽빽해요. 카메라 들어갈 자리도 없어요. 그래서 특수 제작한 촬영용 벌통을 이용했어요. 얘네들이 정상적으로 행동을 하고 있을 때 예를 들어 왼쪽 첫 번째 방 벽면이 열리는 거예요. 거기로 들여다보면서 찍는 거죠. 계속 그렇게 해 놓으면 얘들이 눈치를 채고 거길 막아요. 그러니 벌들이 눈치채기 전에 빨리 찍어야 하는 거죠."

"아주 귀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느꼈죠"
 문동현 PD
ⓒ EBS 홍보부 제공
- 응애가 벌 입장에서는 안 좋은 건가요?
"응애로 인한 피해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데 자연의 종들 관계는 다 이유가 있는 거지 그렇게 일방적인 기생 관계는 아닐 거라는 연구들도 있어요. 이건 경험론이기 때문에 아직 정식으로 나온 건 아니고 연구가 돼야 되겠죠. 응애가 많으면 여왕벌이 알을 더 많이 낳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수조에 메기와 미꾸라지를 같이 넣어주면 걔네들이 긴장해서 폐사율이 적은 것처럼 적절한 양의 천적이 안에 들어와 있을 때 위기감을 느끼면서 알을 평소보다 더 많이 낳으려는 방어 행동을 하는 거죠. 너무 많으면 안 되는 거고 적정한 양이 됐을 때 상호 간에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해요."

- 응애가 벌 입장에서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건 어쩌면 인간적인 시각으로만 해석한 게 아닐까요?
"맞아요. 그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사람이 꿀벌을 키움으로써 여러 수익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자꾸 꿀벌을 죽게 만드는 응애나 장수말벌이 나쁘나고 말하죠. 하지만 실제로 '장수말벌이나 응애가 없어지면 꿀벌이 건강하게 많이 번성할 것이냐' 하는 건 다른 문제죠. 그런데 인간이 개입해서 수익을 내려고 하고 그 기준으로만 보니까 자꾸 해충 천적을 만드는 거죠. 만약 장수말벌이 다 없어지면 우리가 해충이라고 부르는 온갖 곤충들이 산에 창궐할 거예요."

- 다큐를 제작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아주 귀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스태프들이 힘들어할 때 제가 항상 '지금 전 세계에서 현재 우리만큼 꿀벌에 대해 고민 많이 하고 매일 같이 들여다보면서 찍고 연구하는 사람은 없다. 전 세계 어느 팀도 이걸 하고 있지 않다'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니까 신나는 거죠. 아주 중요한 작업인 거고 이런 작업을 계속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꿀벌 마야의 모험>이라고 혹시 아시나요? 꿀벌이 일만 하는 걸 거부하고 밖으로 나가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와 자기 왕국을 구하는 이야기예요. 작가 발데바르가 100년 전 쓴 작품인데 지금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원형이 되고 있어요. 그런데 동양은 그렇지 않죠. 전체 속에 내가 있는 거고 내가 잘나서 성장해 전체를 구하는 게 아니죠. 우리 전체가 하나가 돼서 (왕국을) 구하는 거죠. 완전히 다른 철학인 거예요.

특히 꿀벌은 그래요. 꿀벌은 하나하나의 세포일 뿐이지 그 하나하나가 독립된 개체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거든요. 아이템으로 꿀벌을 선정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 였어요. 꿀벌을 동화처럼 보지 말자. 꿀벌이 사는 생태가 전해주는 본질이 뭘까 고민했죠. 연대, 협력, 희생, 배려, 양보 등이 모여야 전체가 되는 거죠. 꿀벌한테 민주주의를 배웠다는 얘기가 왜 나왔겠어요.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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