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비상계엄 다음날 서울예술단 지방 이전 '일방 통보'
[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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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이 지난 3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분야 중장기 핵심프로젝트 발표 브리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3월 6일, 중장기 문화비전 '문화한국 2035' 브리핑에서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 역시 '2026년 6월'까지 완료하겠다는 구체적인 시한도 제시됐다. 하지만 발표 직후 단체를 비롯해 예술계 일각과 공연 관객층을 중심으로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반대 서명 운동에는 4000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했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광주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문체부와 서울예술단 측의 접촉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이를 처음으로 공식화하기 전까지 세 차례 진행됐다. 단원들과 직접 접촉은 한 차례였다. 문체부는 <전남일보> 등 지역 언론에 '수개월 전부터 협의를 지속해 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매체에 보도된 문체부의 해명은 졸속 이전 논란을 가리기 위한 '부풀리기'였던 셈이다.
비전 발표 전 단원 만난 건 단 한 번... 단순 공연 관람도 이전 추진 경과?
서울예술단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6년 설립된 국립예술단체로,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가무극 형태로 풀어내는 데 특화된 곳이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서울예술단을 포함한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은 오래 전부터 협의되어 온 사안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문체부 측은 <오마이뉴스>의 추가 질의에, 2024년 12월 4일 이전까지 서울예술단의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의 이전과 관련해 서울예술단과 정책 조율이 전혀 없었던 점을 인정했다.
<오마이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 '서울예술단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이전 추진 경과'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 3월 비전 발표 전엔 3번, 비전 발표 후 9번 서울예술단과 접촉했다.
문체부가 서울예술단 측에 처음으로 "서울예술단 전 직·단원 대상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전 추진 공지"를 한 것은 지난해 12월 4일이었다. 문체부 측 관계자와 서울예술단 사무국장의 면담 자리에서였다.
이어 올해 1월 16일, 국립예술단체 지역 이전과 관련해 장관 간담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 서울예술단에서도 1명이 참석했다. 이어 2월 10일에는 문체부 예술정책관이 서울예술단 직원 및 단원 대표와 별도의 간담회를 열었다. 결과적으로 '2035 문화한국' 비전 발표 전까지 3개월 간 3차례, 약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난 셈이다.
또한, 추진 경과 중 일부는 정책 조율 과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예컨대 5월 31일의 경우 "서울예술단, ACC 공연 <천개의 파랑>", "문화예술정책실장 참석"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취재 결과, 해당 작품의 ACC 공연은 지난해부터 계획되어 있던 것인데, 이를 관람한 것을 두고 '추진 경과' 목록에 끼워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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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예술단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전 추진경과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서울예술단과의 이전 추진 경과 자료이다. 이 중 '예산 추계 협의'와 '예산 부처안 작업'은 서울예술단과의 협의가 아니라 문체부 측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사안이다. <오마이뉴스>의 정보공개청구에 회신한 자료는 이 한 장이 전부였다. 문체부는 서울예술단 측과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
| ⓒ 문화체육관광부 |
류 사무국장은 지난 1월,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지방 이전의 구체적인 이유와 필요성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인촌 장관이 상세하게 설명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가야 한다'고 했다"라며 "당시 제가 반발하면서 내부의 반대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장관은 '안 가면 서울예술단이 어떻게 하겠어? 가야지'라는 식이었다"라고 밝혔다.
문체부가 다른 서울예술단 관계자들과 만난 건 지난 2월에 있었던 간담회가 처음이었다. 류 사무국장에 따르면 당시 간담회에서도 문체부는 "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예술단 측은 "기본적으로는 이전에 반대지만, 만약 꼭 가야 한다면 '타당성 조사와 연구 용역을 포함해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서 이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지난 3월 발표된 계획에는 서울예술단 측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심지어 '2026년 6월까지 이전 완료'라는 시한에 대해서도 "발표를 보고 처음 알았다"라며 "단 한 번도 '언제까지 이전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비전 발표회 이후 진행되고 있는 간담회에서도 "문체부에서 '여러 번 만났다'고 강조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 일방적으로 발표해 놓고 계속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다. 만나도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토로했다.
누구를 위한 지방 이전? "지역과 단체 모두에 안 좋다... 졸속 행정"
서울예술단의 경우 대학로와 교류하며 '내로라' 하는 배우들을 배출해 왔고,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 <금란방> 등 국내 관객들 사이에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창작해왔다.
이처럼 국립예술단체가 자생적으로 키우고 갖춰온 인프라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이전이 강행되는 데 대한 반발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서울예술단뿐만 아니라 국립오페라단 노동조합 역시 대구광역시 이전 계획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가장 옮기기 쉬운' 힘없는 문화예술단체가 먼저 등 떠밀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존에 자리한 단체와의 성격 구분은 어떻게 할지도 세부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예술단도 다른 국립예술단체와 마찬가지로 주무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진흥법에 규정돼 있는 단체들과 달리, 이들 단체는 구체적인 '모법'이 없어서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 이 때문에 문체부가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을 강요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연 공연예술 평론가는 <오마이뉴스>에 "(지방 이전은) 지역에도 별로 좋지 않고 서울예술단에도 좋지 않다"라며 "무작정 내려간다고 지역의 문화 생태계를 살릴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라든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살리는 게 중요하지, '서울에서 가면 될 수 있다'는 마인드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예술단이 광주로 이전해서 단순히 이름을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역사가 완전히 바뀌게 되는 문제이다.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라며 "서울과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를 병합한다면 충분히 지역의 목소리도 듣고, 정말로 합쳤을 때 시너지가 잘 일어날 수 있는지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과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서울과 지역 둘 다에 좋은 그림이 아니다. '졸속 행정'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라고도 꼬집었다.
| 정보공개청구법 무시한 문화체육관광부 |
| <오마이뉴스>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체부 주관 또는 참석으로 진행된 서울예술단 광주 이전 관련 설명회 또는 간담회 개최 내역(일시, 장소, 참석자 명단 포함) ▲해당 간담회·설명회에서 배포·사용된 자료집·회의자료·설명자료 등 일체 ▲해당 간담회·설명회의 회의록(속기록), 회의 결과 요약본, 보고서 등 기록물 일체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예술단 측에 공식적으로 전달한 공문, 협의 요청 문서, 광주 이전 관련 내부 검토 결과 등의 공개를 요구했다. 정작 문체부는 일정 일람표만 공개했을 뿐, 구체적으로 해당 일정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떤 식으로 의견이 조율됐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비공개 사유조차 적시하지 않았다. 회의록 등 관련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혹은 존재하는 데 공개할 수 없는지도 확인을 거부했다. 언론의 적법한 정보공개청구에 극히 일부 내용만 밝히면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은 실정법 위반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청구법)' 제3조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만 공개할 경우, 해당 정보가 법령 제9조에 정해져 있는 사유 중 무엇에 따른 비공개인지도 밝혀야 한다. 그러나 문체부는 비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는 물론, 비공개 사유와 적용 조항 중 어느 것도 적시하지 않았다. 정보공개청구 내역 중 대부분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문체부 측은 "내부적 판단"이라는 답만 반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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