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포비아’ 그만…실버 웨이브 즐겨라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지유진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jyujin1115@korea.ac.kr) 2025. 7. 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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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한 韓…위기일까 기회일까]
외로워도 자산·소비 탄탄한 시니어

“TV를 틀어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것도 질려요. 집에서 할 게 없으니 탑골공원 와요. 그래도 여기는 사람들이 왔다갔다 해서 외롭지 않네요.”

탑골공원에서 만난 박 모 씨(80)는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다. 집에서 혼자 있기 지루해서다. 그렇다고 집 근처 노인정을 찾거나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그런 곳은 ‘끼리끼리’ 어울리기 때문에 가봐야 어울릴 수가 없다고 했다.

개인택시를 몰다 은퇴한 70대 유 모 씨도 거의 매일 탑골공원에 온다. 택시를 정리한 뒤 마땅한 수입원도 연금도 없다. 유일한 낙이라면 공짜 지하철을 타고 탑골공원을 찾는 일이다. 고령자 일자리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는 “3~4시간 일하고 몇 시간 사람 만나는 일거리가 있으면 좋을 텐데 사실상 없다”며 “80세 넘으면 고령자 일자리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동에 사는 이 모 씨((79)의 일과는 딱 2가지다. 일주일에 2~3번 여러 공원을 찾거나 유튜브를 보는 일. 공원을 찾아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그는 “구청 행사는 비슷한 걸 반복해서 재미가 없다”며 “지하철을 타고 경동시장, 노량진시장에 다니는 게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25 S/F 설영희 패션쇼’에서 시니어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서 가장 빠른 ‘조로(早老)’

빠른 성장만큼 위험해 보이는 노년세대

“인구 통계 효과는 슬로모션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가 한 말이다. 매우 느리게 변화하지만 계속 움직인다는 의미를 담은 얘기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은 슬로모션 영화처럼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만 65세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다. 불과 20년 뒤인 2045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37%까지 높아져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한국의 고령화는 슬로모션은 아니었다. ‘2배속’으로 유튜브를 보듯 속도가 빨랐다.

1970년대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당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03만명으로 3%대에 그쳤다. 30년 뒤인 2000년 337만명으로 전체 인구 7%를 차지했다. 급격히 늘어난 건 그 이후다. 20년이 지난 2010년 11%대로 올라섰고, 2020년 15%대로 급증했다. 올해는 10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 21%까지 노인이 채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20%)까지는 7년이면 충분했다. OECD 주요국 중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전환에 걸린 기간은 ▲일본 10년 ▲미국 15년 ▲독일 36년 ▲영국 50년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다.

이렇게 빨리 늙어갈 때 발생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노년층 외로움은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직면할 대표적인 현상이다. 미국 노인복지 전문가 데이비드 버넷 버지니아커먼웰스대 교수는 한국을 급속한 인구·사회·경제 변화를 겪는 국가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전쟁 이후 분단과 갈등을 넘어 경제 강국으로 급격하게 전환하는 동안, 한국인은 불확실성과 트라우마 등에 시달린다고 했다.

노인 우울증 증가 역시 초고령사회를 설명하는 지표다. 한국인의 우울증 유병률은 65세 이상이 10~20%, 85세 이상 17~27%로 OECD 최고 수준이다(2024년 기준). 노인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사망 수) 역시 65세 이상 24.6명(OECD 평균은 11.2), 80세 이상 59.4명으로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초고령사회가 진행할수록 독거노인은 늘고 치매 유병률은 높아진다. 한국은 초고령화 속도만큼이나 그 증가율이 높다.

빠르게 늙어가는 동안 ‘노노(老老)케어’ 문제도 심각하다. 노노케어는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일을 말한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714만명)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 606만명)를 합치면 전체 인구의 26%다. 1차 세대는 2년 전 법정 정년을 넘겼고, 2차 세대도 은퇴를 앞뒀다.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고 수입도 줄었는데 이들은 여전히 부모세대를 모셔야 한다.

경제 영향도 크다. 고령화가 진행하면 가계와 사회의 돌봄 부담이 커지고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진다. 한국은행은 초고령화로 경제성장률이 2040년대 1%를 밑돌며 0%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저성장이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수축사회 진입으로의 예고다.

지난 6월 30일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시민들이 공원 벤치에 앉아 더위를 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유진 인턴기자)
초고령사회, 위기가 기회

노인이 달라졌다…건강하고 자산 보유

그러나 초고령사회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 없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노인포비아(Gerontophobia)’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실현되지 않을 디스토피아’에 대한 불안감이 지나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1867년 영국 정부는 런던 인구가 빠르게 늘어날 걸 예상했다. 정부는 과학자에게 100년 뒤 런던을 예측하라고 시켰다. 과학자들은 마차와 말이 증가해 말 배설물이 길거리에 1.8m가 쌓일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100년 뒤인 1967년,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영국 도로에는 말 대신 자동차가 달렸다. 엄청나게 비관적인 미래는 실현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초고령사회를 맞은 2025년의 대한민국이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인구 감소는 ‘정해진 미래’지만 사회에 끼칠 영향은 고정값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박 대표는 노인 빈곤율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노인 빈곤율은 한국이 40%다. 미국(22%), 일본(20%), 영국(13%)의 2배가 넘는다(2020년 76세 이상). 이 통계만 보면 얼추 노인 2명 중 1명은 빈곤층이어야 한다. 하지만 오류가 있다. OECD 노인 빈곤율은 ‘중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50% 미만 비율’이다. 쉽게 말해 중간 소득 이하 비율이다. 우리가 떠올리는 빈곤층과 맞지 않다. 처분가능소득은 ‘수입’인데 자산을 포함하지 않아서다.

한국 시니어는 다른 국가 동년배 대비 자산이 많은 편이다. 65세 이상 자가주택 비율은 75%다. 대한민국 집값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시니어를 가난하다고 폄하하기 어렵다. 65세 이상 노인가구 소득은 연 3749만원으로 전체 평균 60%대 수준이다. 반면 순자산은 4억5000만원대로 40대와 비슷했다(한국은행 조사). 이들 보유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면 실제 빈곤율은 낮아진다. 주택 보유 고령층이 모두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경우를 시뮬레이션하면, 노인 빈곤율은 10%포인트 낮아진다. 박 대표는 “1300만명 넘는 베이비붐 세대에서 ‘젊은’ 노인 빈곤율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한국 시니어가 돈이 없어 노후에 힘든 삶을 산다는 전제는 다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고령자 취업도 늘었다는 점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704만명을 기록했다. 노인 취업 인구가 700만명을 넘어선 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청년 취업난이 여전하고, 생계를 위해 취업전선에 나서는 노년층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고령자 취업 인구 증가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그러나 일본에서 ‘평생 현역’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노년 노동자를 ‘함께 일하기 힘든’ 근로자가 아닌 ‘노련한’ 근로자로 인식한다. 한국이 배워야 할 ‘초고령사회를 슬기롭게 사는 법’이기도 하다.

경기도 하남종합운동장 제2체육관에서 열린 2025 하남시 일자리박람회에서 고령 구직자가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노인 기준부터 상향해야

정년제 바꾸고 ‘어우러짐’에 초점

게다가 ‘실버사회’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60~75세는 과거와 달리 건강하고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지적·육체적 능력을 갖췄다. 이들이 좀 더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 심각한 저출생 때문에 우려되는 노동력 부족을 메울 수 있다. 또한 기술을 활용한 돌봄(에이지테크·AgeTech) 산업을 육성해 정보기술(IT)·자동차·방위 산업을 잇는 또 하나의 신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정에도 힘이 실린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노인 기준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노인 기준 연령 만 65세는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이후 44년째 바뀌지 않았다. 당시 66.7세였던 기대수명은 올해 기준 84.5세까지 늘었다. 환갑은 물론 칠순 잔치도 거의 의미 없는 시대가 됐다. 지난해 대한노인회가 노인 연령 상향을 제안했다. 이어 MZ세대에서도 같은 의견이 힘을 얻는다. 매일경제와 어피티가 지난 3월 20~40대 남녀 37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8%가 노인 기준 연령 상향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응답자 81%는 ‘만 70세 이상’을 적정 노인 나이로 꼽았다.

노인 기준 나이가 중요한 이유는 복지와 정년 등과 연관돼 있어서다. 예컨대 65세가 되면 지하철 요금이 무료다. 또한 노인 기초연금 지급,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 등 10여개 복지 제도 혜택을 받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지난해 기준 7조67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인 연령 상향을 실행하고, 절감한 재정으로 취약 노년계층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정년 연장을 선택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기도 하남시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는 59세 바리스타는 국내 스타벅스 최고령 직원이다. 20여년 전 자녀를 학교에 보낸 다음 소일거리로 시작한 이 일은 그에게 천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잘 맞았다. 하지만 내년이면 60세 정년 제한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한다. 한국과 달리 일본 스타벅스 매장에선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 일본 법적 정년은 60세다. 그러나 2006년 일을 원하는 고령자는 기업이 65세까지 고용하도록 ‘고용 확보 조치’를 의무화했다. 기업은 정년 연장·정년 폐지·재고용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도 일본처럼 기업에 정년 연장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 능력과 체력을 갖춘 시니어들을 경제활동인구로 편입시켜야 한다.

셋째, 노후를 대비한 자산관리가 중요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인구소멸의 위기를 기회로-일본 경제 대전환’이라는 저서를 통해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자산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사례를 보면 그렇다. 일본에서는 장수 우려로 고령층의 자금 순환 속도가 느려졌다. 일본 정부는 장롱 속에서 잠자던 노인의 쌈짓돈을 꺼내는 방안을 고민했다. 원화로 1000조원에 가까운 큰 자금이었다. 현금이 자본 시장으로 들어와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개인은 자산을 늘리는 선순환을 노렸다. 일본 정부는 NISA(소액투자비과세계좌)와 iDeCO(개인형확정거출연금)를 자산관리 도구로 활용했다. NISA는 가계의 꾸준한 투자자산 축적을 통한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 iDeCo는 장기 투자를 통한 노후 자산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넷째, 일본 사례에서 봤듯 초고령사회가 안착하려면 ‘어우러짐’이 화두가 돼야 한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신오렌지 플랜을 발표하며 지자체 중심으로 돌봄 정책을 전환했다. 지자체에 노인 대책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다행히 한국에는 노년을 위한 공간이 있다. 전국에 7만곳에 이르는 경로당은 거대한 복지 인프라다.

현재 경로당 활용률은 낮고 신(新)노년 세대가 외면하는 공간이 됐다. 서울시의 경우 노인 인구 대비 실제 이용 인원은 7%에 불과하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정부가 노인 복지 최일선 창구인 경로당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실버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인구 감소, 부의 대전환’ 저자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소비 시장에 진출해 ‘자기다움’을 실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력이 높고 여행 자유화를 거쳐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들이 노후에도 경험 소비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미래 신산업인 로봇 산업 테스트베드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인 돌봄에서 사람의 관여를 줄이고 로봇 역할을 늘리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서다.

영포티 넘어 영피프티·영식스티
‘젊어진’ 시니어, 나답게 일하고 소비한다
박정희정부의 경제 개발 실무를 담당하고 노태우정부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이용만 씨가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올린 소개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이용만 해주세요’ 캡처)
화장품 업계에선 ‘영포티(young forty)’보다 ‘영피프티(young fifty)’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40대를 넘어 50대가 소비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실제 산업계는 만 55~64세(1960~1969년생) ‘영시니어’를 새로운 고객군으로 주목한다. 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인 이들 86세대는 젊고 활력 넘치며 구매력까지 갖춘 소비자로 떠올랐다. 86세대 영시니어와 이전 시니어의 차이는 필요한 물건을 직접 구매한다는 점이다. 영시니어가 30대였던 1990년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된 시기다. 첫 인터넷 세대인 이들이 사회 요직을 거쳐 은퇴하다 보니 과거 고령층과 다르게 경제력과 함께 디지털 수용성을 갖췄다. 이전 세대보다 자녀 의존도가 낮다. 버니스 뉴가튼 미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는 은퇴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는 여행과 취미 생활을 즐기는 50·60대를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 정의했다.

특히 사회 생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5월 1933년생, 올해 92세인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이 유튜브 채널 ‘이용만 해주세요’를 개설해 화제를 모았다. 자칭·타칭 ‘국내 최고령 현역 유튜버’다. 자신이 졸업한 고려대 교정에서 20대 후배들에게 신조어를 배우는가 하면 6·25 전쟁 때 월남해 어렵게 대학에 진학했던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박정희정부 당시 재무부 과장으로 일하며 경제개발 실무를 담당했던 일화도 소개한다. 그는 이후 1980년대 신한은행·외환은행 행장을 각각 지냈고, 1991~1993년 노태우정부에서 제35대 재무부 장관으로 일했다. 구독자 수는 한 달여 만에 2만명을 넘겼다. 시청자 중 18~34세 젊은 층 비율이 70%에 육박했다. 90대 나이가 믿기지 않는 꼿꼿한 몸의 자세와 또렷한 눈빛, 명료한 발음과 기억력 등이 시청자들 호기심을 자극했다. 댓글엔 ‘유튜브도 이제 레드오션’ ‘피난민 출신 전직 재무부 장관 92세 선생님을 어떻게 이기나’라는 반응도 잇따랐다. 이미 일반인 할머니 박막례(78), 패션 디자이너 출신 ‘밀라논나’ 장명숙(73) 등이 유튜브를 통해 소통하며 10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등으로 유명한 배우 선우용여(80)는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순풍 선우용여’를 개설했다. 두 달간 동영상 28개를 올렸다. 구독자는 30만명에 육박한다. 거침없는 입담, 자유롭게 누리는 호텔 조식, 아침 운동, 해외여행을 즐기는 이상적인 노년 라이프가 주요 콘텐츠다. 50년 지기 배우 전원주(86)와의 근교 여행, 10년 전 사별한 남편과의 추억, 남편이 잘못해서 진 빚 보증을 해결하느라 다사다난했던 시절 등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현재까지 올라온 영상은 전부 100만 조회 수를 넘겼다. 특히 가장 인기를 끈 영상 ‘매일 벤츠 몰고 호텔 가서 조식뷔페 먹는 81세 선우용여’엔 젊은 세대의 감상평 댓글 4400여개가 도배됐다. .

재취업에도 적극적이다. 오창규 씨(67)는 디지털 마케팅 기업 피티코리아(PTKOREA)에서 시니어 인턴으로 일한다. 피티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시너Z’ 프로젝트를 통해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 인턴을 채용했다. 최종 선발된 시니어 인턴 11명은 짧은 교육 과정을 마친 뒤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오 씨는 30년간 IT 분야에서 일했다. 1987년 프린터·PC 제조 업체 휴렛패커드(HP)에 입사해 14년간 근무했다. 이후 국내 반도체 기업으로 이직해 이사, 상무, 전무를 거쳐 부사장까지 올랐다. 그러다 정년퇴직을 5개월 앞두고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제안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퇴직 이후 방황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오 씨는 퇴직 이후 창업 관련 교육을 수료하고,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다 지난해 피티코리아의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왔다. 그는 “옷을 차려입고 나간다는 그 자체가 감격스러웠다.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피티코리아 측은 “연령이나 세대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고 함께 협력하는 것임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실감했다”며 “시니어의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인터뷰 |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대 상생’으로 초고령사회 맞아야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제33대 한국노년학회장과 제21대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장을 역임한 사회복지 분야 권위자다. 현재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함께 만드는 노인 돌봄 사회’ 특별위원장과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장을 겸한다.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과제와 해법을 정 교수에게 들어봤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Q. 한국에서 롤모델로 삼기 좋은 일본의 초고령화 대응법은.

A. 일본의 ‘고령 친화적 지역사회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모델은 노인 존중 사회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노인 친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노인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의 사람이 불편함 없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조성한다. 한국도 모든 연령이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노후에도 지역사회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다. 그래야 미래세대 부담도 덜어진다.

Q. 한국의 고령자 일자리 정책은 어떻게 설계돼야 하나.

A. 고령자 일자리 정책은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와 고령자 신체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퇴직 후 재고용은 생산연령인구가 부족해질 때를 대비한 대안이다. 이는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고령자들은 신체 쇠퇴기로 ‘풀타임 잡’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유연한 노동 시장 정책으로 이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창업을 원하는 고령자에게는 철저한 시장조사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Q. 정부 추진 ‘한국판 은퇴자 복합단지(K-CCRC)’를 평가한다면.

A. 고령 친화 주거환경이 노인을 사회로부터 분리하는 구조로 조성해서는 안 된다. 노인과 모든 연령이 어울려 생활하는 환경 조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 입지 역시 지역사회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에 조성해야 한다. 지역사회 보건과 복지 시스템 연계도 필수다.

Q. 한국이 ‘공생형 돌봄 체계’로 나아가려면.

A. 우리 사회는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국가가 모든 책임을 떠안기에는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재정 사정도 녹록지 않다. 자기돌봄(Self-Care) 체계를 확립해 스스로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지역사회 구성원도 상호 돌봄을 실현할 수 있는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일본식 표현으로 ‘공생’이지만, 한국식 표현은 모든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세대 상생’이라고 본다. 노인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Q. 치매 환자가 보유한 금융자산 ‘치매머니’ 관리가 시급하다.

A. 치매에 걸리지 않았을 때, 유언처럼 사후 자산 처분 방식을 정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 제도가 활성화해야 한다. 이 제도는 신탁업 인가를 받은 금융기관이 위탁자가 정한 바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하도록 이끈다. 자녀나 타인의 신탁재산 부정 사용을 막을 수 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유언대용신탁 제도가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일본의 후견지원신탁 제도도 활용할 만하다. 성년후견인이 선임된 상태에서 후견인에 의한 재산 유용을 막기 위해 신탁을 활용하는 제도다. 일본에서는 이 제도로 후견인의 부정행위 건수와 피해액이 줄었다. 치매 발생 전 후견인을 미리 정해놓는 임의후견 제도와 일본 후견지원신탁을 결합한 형태가 필요하다. 조동현 기자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지유진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7호 (2025.07.09~07.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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