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하고 집으로 가는데, 계엄군이 총을
[이돈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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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기독병원에 세워져 있는 5.18사적지 조형물. 기독병원은 80년 5월 의료진과 시민이 한마음으로 부상자를 치료하고 돌보며 하나된 대동정신과 시민공동체의 상징이 됐다. |
| ⓒ 이돈삼 |
'금희가 등에, 허리 척추 있는데 정중앙 허리쯤에 총을 맞았어요. …(중간 생략)… 그런데 피가 나올 법한데 피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피는 나오지 않는데 거기에서 막 하얀 게 꽃처럼 피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뭐지?' 싶었는데, 사람들이 내장이 나오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5·18민중항쟁고등학생동지회가 펴낸 <5월, 새벽을 지킨 소년들> 62쪽에 실린 문순애씨의 증언이다. 문씨는 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총기 난사로 숨진 박금희와 헌혈 차량에 함께 탄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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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여자상업고등학교에 세워져 있는 박금희 순의비. 박금희를 가르친 교사들이 그녀의 희생과 사랑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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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피를 나누어 형제를 구하는 일이 산 세상의 제일 큰 사랑이거늘. 여기 그것도 모자라 아름답고 순결한 최후의 피 한 방울까지, 벼랑에 처한 조국의 대지 위에 수혈하고 숨진 한 소녀가 있었으니, 그리하여 천 년에 또 천 년을 지지 않는 이름의 꽃으로 다시 부활하리라.'
'팔십년 오월의 꽃' 박금희 순의비에 새겨진 추모의 노래다. 순의비는 박금희가 꿈을 키우던 모교에 세워져 있다. 박금희를 가르친 교사들이 1991년 5월 세워 그녀의 희생과 사랑을 기리고 있다. 재학생들은 해마다 추념식을 하고, 묘를 참배한다. 박금희 묘는 국립5·18민주묘지에 있다. 광주기독병원에선 5월이면 헌혈 캠페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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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5.18민주묘지에 있는 박금희 묘. 당시 춘태여상(현 전남여상) 3학년에 다니던 박금희는 부상자 치료를 위한 피가 필요하다는 가두방송을 듣고 기독병원에서 헌혈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계엄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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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기독병원 전경. 기독병원은 80년 5월 의료진과 시민이 한마음으로 부상자를 치료하고 돌보며 하나된 대동정신과 시민공동체의 상징이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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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치료를 위한 피가 부족하자, 의사와 간호사들이 먼저 팔을 걷었다. 헌혈 호소 방송을 듣고 달려온 박금희·문순애 등 학생과 시민 발길도 줄을 이었다. 피를 보관할 용기가 부족해 더 이상 헌혈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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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광주적십자병원 전경. 지금은 광주광역시가 보존·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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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광주적십자병원 내부. 광주광역시가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맞아 한시 개방한 지난 5월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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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병원에선 시민이 의료진을 도와 협업했다. 병원에선 원활한 환자 이송을 위해 의사 가운을 제공했다. 병원 앞은 헌혈하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시민들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눴다. 기독병원과 적십자병원은 하나 된 대동정신과 시민공동체의 상징이다.
광주천 일대 헬기 사격 목격담도 여기서 나왔다. 목격자는 2021년 전두환이 죽은 날, 이승과의 인연을 스스로 끊은 이광영이다. 승려 신분으로 석가탄신 행사 준비를 위해 광주를 찾은 그는 공수부대의 만행을 목격하고 항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이광영은 옛 시청사거리에서 척추에 총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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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대학교병원에 세워져 있는 5.18사적지 표지석. 80년 당시 전남대병원은 총상 환자를 가장 많이 수술한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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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립 100주년 기념탑과 어우러진 전남대학교병원 전경. 전남대병원은 올해 설립 115주년을 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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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의 무차별 폭행에 의한 부상자가 속출하고, 중상자들은 전남대병원으로 후송됐다. 20일 밤 계엄군의 광주역 발포, 21일 도청 앞 집단 발포 이후 총상환자가 밀려들었다. 부상자 치료를 위한 헌혈 행렬이 광장까지 이어졌다. 피를 나눈 시민정신과 의료진의 활동은 기억돼야 할 오월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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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대학교 의학박물관 전경. 전남대학교병원이 지난 100여 년 동안 지나온 길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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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국군광주병원은 치료와 취조가 공존한 공간이었다. 시민들 사이에서 ‘통합병원은 천국, 보안부대는 지옥’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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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오는 학교 관사까지 쫓아온 공수부대의 군홧발에 복부를 짓밟혔다. 복통과 구토를 호소한 그는 국군병원으로 옮겨졌다. 췌장과 비장 파열, 복막염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의사가 된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부상자를 돌보며 살았다. 현재 서방사거리에서 이민오외과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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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국군광주병원 내 정신병동. 다른 병동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묻어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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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국군광주병원 내 정신병동. 다른 병동과 달리 '감금' '강제 수용' 등의 단어가 먼저 연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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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병원은 군인 부상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민간인 부상자 진료는 광주 출신 병원장 김연균 대령의 결단으로 가능했다. 김 원장은 자신의 업무수첩에 환자명단(군인, 민간인 포함)과 상태를 날짜별로 꼼꼼히 기록했다. 이는 나중에 5·18 진상규명의 중요한 자료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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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군광주병원이 함평으로 옮겨가고 일부 개방된 시민공원. 지금은 인근 주민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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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매일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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