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절대건강' 대통령의 등장... 기자실이 180도 변했다
[김경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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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입구 전경. |
| ⓒ 연합뉴스 |
저는 지난해 8월부터 용산 대통령실을 출입했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실 출입기자 경력이 꼭 1년을 향해갑니다. 그간 워낙 많은 일들이 일어나 오랜 세월이 지난 것 같은데 겨우 1년도 채 안 됐다니 놀랍습니다.
첫날 용산 삼각지역에서 내려 대통령실로 향하는 길을 올라가던 게 생각납니다. 대통령실 하면 멋진 고궁 돌담길과 수려한 자연 속에 자리잡은 청와대를 연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성냥곽 같은 밋밋한 대형 건물 몇 개가 덜렁 서 있는 용산 대통령실 앞은 낯설기 그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전투복 입은 군인들이 많아, 이곳이 국방부가 같이 쓰는 곳이라는 게 실감났습니다. 검은 안경을 쓴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는 정문 위 전광판엔 '대통령실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환영 문자가 흐르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OO훈련소 방문을 환영합니다'로 보였습니다.
그 좋은 청와대를 놔두고 왜 이 황량한 곳으로 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도저히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일하는 곳으론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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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G7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1호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 대통령실제공 |
보름 전쯤 난생 처음으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해외순방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초대받았기 때문입니다.
정권이 바뀌어서인지 각 언론사의 출입 기자들의 얼굴이 많이 바뀌었더군요. 제가 작년 8월부터 대통령실을 출입했다고 말했더니, 새로 출입을 시작한 기자들이 전 정권과 새 정권 대통령실 취재의 다른 점이 무어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평소 생각해왔던 세 가지를 얘기했습니다.
첫째, 대변인의 브리핑이 (너무) 많아졌다.
전임 정부 대변인은 일주일에 1~2번 정도 기자 브리핑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한 번 하면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한 번 더 할까 말까.
처음엔 '대통령실이면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뉴스가 집중되는 곳인데, 최소 하루에 한 번은 해야지 대변인이 너무 게으르지 않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업무를 인계해 준 전임 기자에게 물어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 대변인은 평이 좋은 편이다. 그 전 대변인은 한 달 동안 브리핑을 한 번도 안 한 적도 있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한 달에 한 번도 안 하다니. 설마 했는데, 그 기자는 얼마나 답답했었는지 당시 쓴 기사에서 실제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대변인이 기자 브리핑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12일이 마지막이다. 그로부터 현재까지, 한 달이 되도록 김 대변인은 대통령의 활동 상황에 대한 서면 브리핑만 수십 차례 냈을 뿐 기자들 앞에 서진 않았다."(관련 기사 : "국정쇄신" 윤 대통령이 가장 먼저 칼 대야 할 곳https://omn.kr/289w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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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둘째,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이 줄어들었습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단톡방에 등록된 인원 수는 300명에 육박합니다. 그 많은 기자들이 한꺼번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나 현장 방문에 달라붙을 수 없으니 기자들이 순번을 짜서 한두 명씩 취재하는 것을 '풀취재'라고 합니다. 각 출입 기자들은 풀기자가 송고한 내용을 기초로 나름대로의 추가 취재 결과를 가미해서 자신들의 기사를 작성하는 겁니다.
그런데 전임 정부에서는 대통령 혹은 영부인의 현장 방문에 웬만하면 풀취재가 붙지 않고 대변인실에서 작성한 한 장 짜리 서면 브리핑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마 대통령이 자칫 범할 수 있는 말실수나 돌발상황이 언론에 날 것으로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출입했던 기자들에 따르면,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태 이후 그런 경향이 심해졌다고 합니다.
풀취재가 없이 서면 브리핑으로 대신하게 되면 아무래도 기사에 현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작년 하반기 제가 썼던 기사들을 찾아보니, 대통령의 병원 방문도, 마트 방문도, 심지어 국군의날 행사도 서면브리핑으로 대신했더군요. 논란이 됐던 김건희씨의 마포대교 방문 행사도 서면 브리핑으로 전달됐습니다.
물론 안보상 보안이 요구되는 시설이라든지 돌발상황 같이 서면 브리핑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면브리핑이 많아지면 기자나 국민들은 대통령실이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 보게 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나, 웬만하면 서면 브리핑으로 대신하던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 이제는 웬만하면 풀취재가 붙는 것 같습니다. 기자들은 풀취재 순번이 자주 다가오겠지만 이게 정상입니다.
그 같은 변화의 결과이지만, 세 번째는 기자들이 읽어야 하는 자료가 많아졌습니다.
전 정권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는 사전에 배포되는 대통령의 모두발언만 보면 됐습니다. 이후는 비공개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통령이 장관이나 배석자들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모르는 것도 있지만, 어차피 결론은 모두발언대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이미 결론이 나있는 데 회의는 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새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사전에 미리 자료를 냅니다. 이전까지 모두발언을 전달하고 말던 기자들은 이제 풀기자들이 보내오는 현장 발언록을 더 기다립니다. 대통령이, 또는 장관들이 무슨 재밌는 발언을 했는지 눈이 빠져라 살펴봅니다. 대변인이 사후 실시하는 브리핑은 별책부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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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강훈식 비서실장 등 참모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
| ⓒ 대통령실제공 |
기자가 월급 받고 할 일 하면서 웬 투정이냐고 질타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물론 저는 국정 시스템이 정상화되면서 대통령실 기자실도 정상화되고 있는 모습을 전달하는 것 뿐입니다.
지난 5일 강훈식 비서실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님은 처음부터 대통령이셨던 것처럼 일하고 계신다", "수많은 시간과 회의, 보고를 함께 하는데도 여전히 감탄하며 지켜보게 된다"며 옆에서 지켜본 '일중독 대통령'의 모습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서실 사람들은 얼마 전부터 이제 복도에서 웃는 얼굴로 인사하시는 분들도 보인다"고도 말했습니다. 격무에 지쳐 쓰러지고 코피 쏟던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인사까지 한다니 대통령실 직원들도 이제 업무에 적응되고 있나 봅니다.
저도 웃는 얼굴로 더욱 힘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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