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이어 AI까지···차이나테크 현장을 가다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5. 7. 7. 11: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중국이 아니다
미국 제재가 오히려 藥됐다
中 AI 자급자족 생태계 구축

중국 최첨단 기술인 ‘레드테크’ 기세가 심상찮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미국이 중국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자 중국은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중국 정부가 총대를 메고 인공지능(AI) 생태계에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기업들은 너도나도 첨단 산업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자체 AI 칩으로 구동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자국산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무장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는 등 ‘기술 독립’을 현실화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등 주요 업체마다 탄탄한 기술 경쟁력을 뽐내면서 글로벌 선두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중국이 뽐내는 테크파워의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 핵심 테크벨트 도시인 선전, 항저우를 찾아가 속속들이 경쟁력을 들여다본 이유다.

‘AI 생태계 허브’.

중국 광둥성 선전에 붙는 별칭이다. 1980년 중국 최초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며 AI 산업을 선도해왔다. 일례로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선전에 AI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화웨이는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장비, 메모리까지 전 부문에서 엔비디아, ASML, TSMC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대체할 독자 기술 확보에 나섰다. 화웨이의 핵심 전략은 반도체 모든 공정을 한 곳에서 수직계열화하는 것이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AI 칩 ‘어센드 910’ 수천 개로 구성된 ‘슈퍼클러스터’를 통해 매개변수 1조개 이상의 AI 모델 훈련 시스템을 선보이며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신감의 비결은 인재다. 화웨이 직원 20만명 중 연구개발(R&D) 인력만 12만명에 달한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SMIC도 힘을 보탰다. 7나노 공정 벽을 넘어서며, 화웨이가 설계한 AI 칩을 현실로 만들었다. SMIC는 지난해 설비투자에만 매출의 95%인 76억7000만달러(약 10조8800억원)를 투입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미국 정부의 규제 탓이다. 미국 제재로 AI 구동의 핵심인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가 어려워지자, 중국 개발자들은 해외의 구형 GPU와 자국산 GPU를 혼합해 연산 자원을 확보했다. 특히 엔비디아 저사양 칩인 H20 등을 대량 구매해 이를 병렬로 묶어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고도화했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딥시크의 AI 모델 R1은 오픈AI의 최신 언어모델 GPT-4o 대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AI를 구현하면서 하드웨어 열세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중국 AI 칩 자급률 82% 전망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중국 AI, 잠자는 거인이 깨어난다’ 보고서에서 중국의 AI 칩 자급률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34% 수준이었지만 2027년 82%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제재가 없었다면 엔비디아 등 해외 칩에 계속 의존했겠지만,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생태계 체력을 끌어올리는 자극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AI 두뇌 자립에 나서면서 중국은 미래 산업 판도를 뒤흔드는 모습이다. 2050년 무려 5조달러(약 6900조원) 규모로 성장할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대표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AI 칩 자체 조달로 확보한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량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공급망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 경우 제조원가가 글로벌 공급망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추정치까지 나왔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 경쟁력도 일취월장했다. 선전에 본사를 둔 BYD는 1995년 배터리 회사로 시작해 2003년 처음 완성차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미국 테슬라 매출을 앞지르고 당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에 올랐다. 2020년 리튬·인산·철(LFP) 기반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선보였고, 이후 전기차 전용 e-플랫폼 3.0, 차체와 배터리를 일체화하는 ‘셀투보디(CTB)’ 등 신기술을 개발해 배터리부터 완성차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전 세계에서 배터리와 완성차를 모두 직접 제조하는 업체는 BYD가 유일하다. BYD 선전시 선산공장에는 약 1740대 로봇 장비가 구비돼 있고, 생산 공정 자동화율은 87%에 육박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후원이 중국 전기차, 자율주행 생태계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BYD의 경우 배터리 기술과 생산 내재화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면서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변신 중”이라고 분석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7호 (2025.07.09~07.15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