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산·학 뭉쳐 생태계 키울 때 [차이나테크 현장을 가다]
韓, 과학기술 ‘정치화’…헛발질만
제1혁신도시 선전에 이어 항저우까지 중국 전역은 첨단 산업 육성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 외생적 성장 전략과 민간 주도 내생적 성장 전략 조화로 기술 발전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중국 현지 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이제 한국이 할 수 있지만 중국이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상 사라졌다. 수많은 지표는 오히려 한중 간 역조 현상을 가리킨다. 중국이 전진을 거듭하는 동안 한국은 왜 제자리걸음만 했을까. 일각에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 연구개발 투자 국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약 5%로 이스라엘(6%)에 이어 세계 2위다. 연간 연구개발비는 1487억달러 규모로 미국(9232억달러), 중국(8118억달러)보다 부족하지만 일본·독일과 비슷하고 영국·프랑스보다 많다.

첫째, 정치적 변동성 차이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은 체제 변화나 지도자 교체가 거의 없다. 이는 연구개발·산업 정책 중장기 비전과 일관성 있는 실행력으로 이어진다. 정책 연속성이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인내 자본(Patient Capital)’ 역할을 했단 평가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치가 정부를, 정부가 R&D를 지배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며 ▲전문 연구자 부족 ▲기초연구 외면 ▲정치의 정부 지배를 비효율적인 연구개발 원인으로 꼽았다.
둘째, 산업 정책 차이다. 중국은 산업 클러스터나 생태계 육성에 갖은 애를 쓴다. 이 과정에서 경쟁과 지원을 능수능란하게 결합한다.
가령, 초기엔 보조금을 지원하며 신생 기업 간 낮은 수준에서 경쟁을 촉진한다. 연구개발 공제·보조금 지원, 인재방(人才房·인재 주택) 등이 힘을 보탠다. 경쟁 수준이 올라가고 강도가 심화하면 시장 확장은 물론 신시장 창출을 위한 수요 촉진 정책을 적극 편다. 이때부턴 치열한 경쟁 속 지배력을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전후방 연관 산업을 묶어 클러스터화하고 생태계 육성에 자원을 쏟는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중국은 완결된 산업 생태계를 만들려 노력하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산업 정책 접근법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개별 기업 단위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단위로 접근해야 한단 시각이다. 게리 피사노 하버드대 교수 등이 강조한 ‘산업 공동자산’은 산업 기반이 집적되지 않으면 혁신 역량도 상실된다는 경고를 담았다. 피사노 교수는 “생산 현장, 엔지니어링, 숙련 노동, 협력 업체, 대학·연구소 등이 지역, 국가 내에 함께 있어야 학습과 혁신의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국내 산업 정책 역시 전후방 산업이 집적돼 클러스터를 이룰 수 있도록 정책 시각부터 바꿔야 한단 지적이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개별 과제 지원도 중요하지만, 규제를 없애고 혁신 생태계 조성에 민관이 합심하고 산학이 협력해야 한다”며 “인재 유인을 위한 보상 체계 개선과 사회적 분위기 마련도 숙제”라고 말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7호 (2025.07.09~07.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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