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1위 역사 달성한 한화... 내친김에 이 기록도 노린다
[이준목 기자]
'독수리군단' 한화 이글스가 33년 만의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전반기 1위 확정이라는 경사를 맞이했다. 한화는 7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5 KBO리그 경기에서 홈런포 4방 포함한 12안타를 기록한 타선의 대폭발에 힘입어 10대 1 대승을 거뒀다. 선발이었던 라이언 와이스도 6이닝 2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전반기만에 벌써 10승 고지를 밟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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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도약한 한화 김서현 |
| ⓒ 한화이글스 |
한화가 전반기 1위를 달성한 것은 전신 빙그레 시절 1992년 이후로 처음이다. 당시 빙그레는 전반기를 38승 1무 21패,승률 0.644를 기록하며 2위 해태(현 KIA) 타이거즈(37승 21패,승률 .638)를 불과 반게임 차이로 앞섰고, 그해 정규리그 최종 승률 역시 81승 2무 43패 승률. 651로 1위를 지켜냈다. 다만 한국시리즈에서는 3위 롯데 자이언츠에게 업셋을 당하며 통합우승에는 실패했다.
한화로 팀명이 바뀐 이후 1위와 인연이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양대 리그 시절이던 1999년에 매직리그 전반기 1위(승률 .554)에 오른 적이 있지만, 드림리그까지 포함하면 롯데(승률 .591)에 밀려 전체 승률에서는 2위였다. 단일리그제로 국한하면 2006년 40승 2무 33패로 승률 .548을 기록하며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2위에 오른게 지금까지 전반기 최고 성적이었다. 당시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데뷔하여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한화가 지금까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준우승)했던 시즌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만년 꼴찌' 이미지가 강했던 한화에게 '1위'란 낯설면서도 뜻깊은 순위다. 한화는 암흑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최근 16시즌간 가을야구에 나갔던 것은 단 1번(2018년, 3위) 뿐이다. 이 기간동안 꼴찌만 무려 8번이나 기록했고, 3할대 팀 승률을 기록한 것이 7번이었다. 그동안 한화는 무려 7명의 감독이 팀을 거쳐가는 혼란기를 거쳐야 했다.
최근 5년간에도 전반기 성적은 10-10-10-8-8위로 5강 이내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여름과 초봄에 살짝 반등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뒷심부족을 드러내며 결국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화 팬들이 올시즌 순위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쉽게 긴장의 끈을 놓을수 없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는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1999년 이후 26년 만에 다시 한번 패권에 도전할만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위 돌풍의 최대 원동력은 역시 막강한 투수력에 있다. 코디 폰세와 와이스의 '원투펀치'는 한화 역사상 최초로 전반기에 동반 10승을 달성한 외국인 듀오에 이름을 올렸다. 풀시즌 기준으로 외국인 듀오가 동반 10승을 달성한 것은 2019년 워윅 서폴드(12승)-채드 벨(11승) 이후 6년만이다.
폰세는 11승 무패도 전반기 동안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고, 와이스는 10승 3패다. 리그 다승 1,2위인 두 선수가 합작한 승수만 무려 21승이다. 한화가 올린 49승의 42.9%로 전체 승수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둘이서 책임진 것이다. 원투펀치가 등판한 경기에서 한화의 팀 승률이 88%에 이른다.
소화한 이닝도 폰세가 115.2이닝, 와이스가 108.1이닝으로 합계 224이닝에 이른다. 폰세는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등 주요 기록 1위를 휩쓸었고, 와이스 역시 상위권에 올라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토종 3.4선발인 류현진이 5승 4패 평균자책점 3.26, 문동주도 6승 3패, 3.63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외인듀오를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한화의 새 마무리 김서현은 21세이브(4위) 1승 1패, 자책점 1.59를 기록하며 뒷문을 안정적으로 책임졌다. 주현상, 한승혁, 김범수, 김기중으로 이어지는 불펜진도 탄탄하다. 한화의 팀평균 자책은 3.39로 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약점을 극복하며, 흥행몰이
반면 한화의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타선이다. 한화의 팀타율은 .256, OPS는 .711로 모두 6위에 불과하다. 팀득점은 379점으로 7위에 그치고 있다.65경기를 뛰며 타율 0.271(29타점 8홈런)을 올린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홈런왕 출신 노시환이 17홈런을 때려냈으나 저조한 타율(.228)이 옥의 티였다. FA로 영입한 심우준과 안치홍이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린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영양가 없는 3할타율보다는 필요할 때 쳐주는 선수가 중요하다'는 지론을 강조하며 주전들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채은성(.289, 14홈런)과 문현빈(.317)이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플로리얼의 대체 선수로 가세한 리베라토가 무서운 클러치능력을 과시하며 타선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올랐다.
리베라토는 `12경기에서 4할대 타율(.420,50타수 21안타)에 2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103을 기록중이며, 득점권에서는 무려 .667에 이르는 맹타를 터뜨리면서 이제는 아예 플로리얼을 완전대체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개과천선한 문제아' 하주석의 부활은 내야 로테이션과 경쟁체제의 유연성을 높였다. 또한 올시즌 KBO리그가 전반적으로 '투고타저' 흐름으로 진행되면서, 공격력 자체가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점수만 뽑아주면 안정된 마운드와 수비력으로 '지키는 야구'에 더 강한 한화에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경문 감독의 뚝심있는 리더십 역시 빼놓을수 없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 한화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NC 다이노스 감독 시절 이후 6년만에 KBO리그 현장으로 복귀했으나 첫 시즌은 8위에 그쳤다. 현역 최고령 감독으로서 현대야구의 흐름에 뒤처진 노장의 복귀가 또다시 실패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한화 2년차이자 첫 풀시즌을 맞이한 올해, 팀을 당당히 전반기 1위로 이끌며 아직 녹슬지 않은 지도력을 과시했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많아도 팀의 중심에서 분위기를 형성하고 경기를 설계하며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운영하는 것은 결국 감독의 역량에 달렸다. 물론 김 감독의 경기운영과 용병술에 대하여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의문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성적을 통하여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내고 있다.
훌륭한 성적만큼이나 흥행에도 날개를 달았다. 한화가 올해 새롭게 개장한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벌써 홈경기 39경기 중 35경기에서 매진 기록을 수립했다. 1만7천석 규모 구장에 평균 관중 1만6922명을 동원하며 사실상 전 경기 매진에 가까운 흥행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KBO리그가 올 시즌 역대 최소 405경기 만에 700만 관중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데 있어서, 한화 팬들의 성원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다.
그렇다면 과연 한화는 시즌 끝까지 지금의 자리를 지킬수 있을까. KBO 리그 역사상 단일리그 체제에서 전반기 1위를 차지한 팀이 최소한 포스트시즌(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 한화가 올시즌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다면 2018년 이후 7년만이며, 한국시리즈 진출은 2006년 이후 19년만이 된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1999년 이후 26년만의 경사다. 전문가들은 지난 시즌과 달리, 탄탄한 마운드와 수비력을 갖춘 한화가 후반기에도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장기레이스에서 아직은 갈 길이 멀고 수많은 변수를 극복해야 하는 시험들이 남아있다. 오랜 침체를 딛고 마침내 날아오르기 시작한 독수리 군단의 뜨거운 비상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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