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고매장에서 발견한 6천 원짜리 국보 액자

김종섭 2025. 7. 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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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사람들의 오래된 물건들, 각국의 이국적인 소품들, 그리고 가끔 등장하는 한국의 흔적들.

한국인이 이민 와서 살다가 기부했을 수도 있고, 캐나다인이 기념품으로 샀다가 놓고 갔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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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 중고품 진열대에서 만난 한국 물건들... 이민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종섭 기자]

병원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부터 자주 찾곤 했던 밸류빌리지(Value Village)에 잠시 들렀다. 기부 받은 물건을 정리해 저렴하게 파는 중고 매장이지만 나에겐 단순한 쇼핑 공간 그 이상이었다. 낯선 땅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였고 때로는 뜻밖의 한국 물건을 만나는 작은 기쁨이 있는 곳이다.

그때는 중고품으로 생활비를 아껴야 했던 현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 안에 숨은 '시간의 기억'을 보는 게 좋았다. 캐나다 사람들의 오래된 물건들, 각국의 이국적인 소품들, 그리고 가끔 등장하는 한국의 흔적들. 그 풍경은 마치 작고 조용한 생활 박물관 같았다.

이곳에서 1988 서울 올림픽 기념 숟가락 세트(GAMES OF THE XXIVTH OLYMPIAD SEOUL 1988)와 'KOREAN MASKS'라는 문구가 중앙에 적힌 전통 탈 9개가 부착된 액자를 산 적이 있다. 그 숟가락 세트는 지금도 우리 집 현관 입구에, 탈 액자는 안방 벽에 걸려 있다.
 1988 서울 올림픽 기념 스푼 액자, 서울 올림픽을 기념한 금속 스푼 세트. 캐나다 밸류빌리지에서 구입 후 현관에 장식해 두었다
ⓒ 김종섭
이날도 별 기대 없이 들렀는데, 뜻밖에 또 전통 탈 액자를 발견했다. 정면에 '국보 제121호 하회탈'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보였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물론 진짜 국보일 리는 없겠지만, 이런 소품을 외국 중고 매장에서 마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다.
이 물건은 어떤 경로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한국인이 이민 와서 살다가 기부했을 수도 있고, 캐나다인이 기념품으로 샀다가 놓고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연이 무엇이든 이 낯선 공간에서 '한국의 시간'을 마주한 느낌은 짙었다.
 KOREAN MASKS’ 전통 탈 액자. 9개의 탈이 부착된 전통 액자. 중앙에는 ‘KOREAN MASKS’ 문구가 새겨져 있다
ⓒ 김종섭
나는 자꾸 이런 물건을 보면, 그 정체성보다 남겨진 이유가 먼저 궁금해진다. 왜 주인을 떠나 이곳까지 흘러왔을까. 그 모습이 마치 부모를 잃고 떠도는 아이처럼 느껴져서 늘 측은한 마음부터 앞선다. 한국 물건이 이국 땅에서 외롭게 진열된 모습을 보면, 괜히 내가 지켜줘야 할 것 같은 감정도 든다.

하회탈 액자 옆에는 또 다른 3D 액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플라스틱 재질로 각시와 신랑의 형상 같았지만 중앙의 문양이 불분명해 자세히 보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나는 처음부터 한국 물건을 찾고자 이곳에 들어왔고, 이날의 선택은 하회탈이었다.

물건을 고르고 나면, 마지막은 항상 가격표를 보는 일이다. 예상보다 비싸면 다시 내려놓고, 너무 저렴하면 '왜 이렇게 싸지?' 하며 의심스럽게 살펴보게 된다. 이렇게 가격을 둘러싼 소소한 심리전도 중고품 쇼핑의 또 다른 재미다.

하회탈 액자의 가격은 5.99달러. 한화로 약 6천 원 정도다. 한국 중고 시장에 나왔다면 이 정도 가격이었을까. 한국에서는 흔해서 무심히 지나칠지도 모를 물건이지만, 외국에서는 문화적 상징이 된다.
 구입한 하회탈 액자. ‘국보 제121호 하회탈’ 문구가 있는 전통 액자. 오늘 밸류빌리지에서 발견
ⓒ 김종섭
나에겐 이 액자의 가치는 가격으로 따질 수 없다. 중고품이라기보다, 시간이 묻은 전통의 흔적이자, 된장처럼 오래될수록 깊어지는 우리 문화의 향기가 담긴 물건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종종 새 물건보다 오래된 것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 남은 고민은 하나다. 이 액자를 우리 집 어디에 걸어야 할까. 무심히 벽에 거는 게 아니라, 그 전통과 시간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뜻밖의 만남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한국의 기억 하나를 다시 품에 안은 기분이 들었다. 내게 밸류빌리지는 여전히 중고품 매장이 아니라, 이민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고 고마운 공간이다.
 내가 수집한 세 가지 한국 전통 소품들. 위부터 ① 서울 올림픽 스푼 세트 ?② KOREAN MASKS 탈 액자 ③ 오늘 구입한 하회탈 액자. 캐나다 중고 매장에서 하나하나 모은 ‘시간의 기억’이 담긴 보물 같은 존재들이다
ⓒ 김종섭

덧붙이는 글 |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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