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님, 교실로 와주십시오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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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
| ⓒ mclee on Unsplash |
냄새는 나는데, 아무도 그것을 들춰보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탈진하고, 교사들은 소진되며, 학부모들은 불안에 지쳐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은 현실을 외면한 채 더 멋진 말, 더 거창한 구호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시작은 1995년 5.31 교육개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로 한국 교육은 점점 시장의 언어에 잠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교사는 '서비스 제공자'가 되었고, 학생은 '소비자'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배움의 관계는 사라지고, 경쟁과 효율이 교실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와 이주호 장관 체제에서 그 폐해는 더욱 철저히 심화되었습니다. 'AI', '디지털 미래교육' 등 그럴싸한 말들이 넘쳐나지만, 정작 그 어디에도 교실은 없고, 학생도 없습니다.
무너지는 고등학교 공교육
고교학점제, 말은 너무나 그럴듯합니다. 학생이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교사는 그에 맞춘 수업을 제공한다는 이상적인 구조. 하지만 현장에서 그 '선택'은 공정함을 가장한 불평등일 뿐입니다. 학생 간 학습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학교 간 교육 여건의 차이는 지역 간 불균형으로 이어지며, 결국 지역소멸까지 부추길 것이 뻔합니다.
성취도가 높은 학생은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점점 소외되며 학교를 떠나고 있습니다. '함께' 배울 친구 없이, 각자도생의 교실 속에서 아이들은 점점 낙오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고교학점제는 아름다운 취지와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이 빠진 이상은 실현 불가능한 공상에 불과합니다. 그 이상은 현실의 교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뿐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모든 제도가 교사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교사들은 정책 논의의 시작점이 아니라, 항상 마지막에야 소환됩니다.
교사는 교육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 테이블에는 없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겪는 혼란과 붕괴입니다. 정책은 현장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정책은 교육과 거리가 먼 이들이 그들만의 세계에서 설계한 '그림'일 뿐입니다. 그들은 학교를 알지 못하고, 학생을 숫자로만 바라보며, 교사를 행정 도구처럼 다룹니다. 그래서 학교는 무너지고 있고, 교육격차는 커지고 있으며, 7세 고시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은 현장을 아는 사람입니다. 불평등의 벽을 온몸으로 넘은 사람입니다. 왜 교육과 교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렇게도 쉽게 잊히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까? 이번에 대통령께서 밝히신 '대학 서열 해체' 의지에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동시에 또다시 유·초·중등 교육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교수 출신 인사가 교육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현장 교사로서 큰 실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다시 학교와 교사는 주변부로 밀려나고 마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진보정권은 늘 교육을 뒷전으로 미뤄왔습니다. 항상 '더 중요한 이슈'가 있다며, 교육은 번번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교육이 무너지면 결국 모든 미래가 무너진다는 사실,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이제 교사들과 대화해주십시오.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 현장의 교사들은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교육을 다시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를 듣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교육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입니다.
현실과 괴리된 정책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교육은 말이 아니라, 교실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교실엔, 늘 교사가 서 있습니다. 이제는 그 교사에게, 대통령님이 먼저 다가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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