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요즘 신도시 반찬가게는 이렇게 장사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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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갑자기 잡채가 먹고 싶네."
"어머, 그래요. 제가 오후에 상가 반찬 가게에서 사 올게요."
며칠 전 남편과 주고받은 대화다. 언제부터인지 집에서 잡채를 하지 않았다. 이날처럼 남편이 잡채가 먹고 싶다고 하면, 보통 반찬가게에서 잡채를 사다가 참기름을 넣고 볶았다. 거기다 통깨만 솔솔 뿌려서 먹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 상가에 몇 년 전 반찬 가게가 생겼다. 하나는 직접 사장님이 반찬을 만들어 파는 가게였고, 다른 하나는 그 이후에 생긴 프랜차이즈 반찬 가게였다. 나는 프랜차이즈 반찬 가게보다 직접 만들어 파는 반찬 가게를 선호했다. 왠지 사장님의 손맛으로 더 맛있을 거란 생각에서다.
부모님 기일이나 명절에는 미리 전을 주문했고, 가끔 잡채나 육개장, 도라지무침 등 나물 반찬을 사서 먹었다. 그러다가 새로 생긴 프랜차이즈 반찬 가게에서 반찬을 4팩에 만 원에 판다고 해서 방문해 보았다. 4팩을 사면 딱 한 끼에 다 먹을 정도로 양이 적었다. 그래도 바쁠 때는 가끔 사다 먹었는데 약간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오이 3개 사서 무치고 호박 하나 사서 볶고 콩나물 한 팩 사서 무치면, 5천 원 정도로 두 세끼는 먹을 수 있었다. 퇴직하고 시간도 많으니 반찬 가게를 이용하는 횟수가 줄었다. 그날도 남편이 잡채가 먹고 싶다고 해서 반찬 가게에 갔는데 아뿔싸, 반찬 가게가 그새 문을 닫았다.
문 닫은 지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했다. 우리 아파트는 지은 지 25년 정도 되어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든 사람이 많으니, 나처럼 반찬을 사 먹는 사람이 적어져서 문을 닫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구옥 아파트 단지 주변은 문 닫고, 신도시엔 몰리고
작은 아들네가 작년 가을에 신도시로 이사했다. 쌍둥이 손자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이다. 아들네 갈 때마다 눈에 띄는 것이 젊은 사람과 아이가 많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 저출산 시대라 아이들 없다고요? 여긴 다릅니다 ). 일단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 상가마다 음식점과 학원, 병원도 정말 많았다. 키즈 카페도 보이고 빵 가게, 반찬 가게도 많았다.
아들네 집 가까운 곳에만 반찬 가게가 일곱 개나 되었다. 프랜차이즈 반찬 가게가 5개이고, 일반 반찬 가게가 2개였다. 며느리는 나와 달리 오히려 프랜차이즈 반찬가게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유는 '믿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며느리 왈, 가장 좋은 반찬가게는 집에서 가까운 가게라고 말한다. 언제든 가서 살 수 있으니 그럴 것이다.
아들네도 맞벌이 부부라 반찬을 자주 사 먹는다고 했다. 아이들 반찬과 집에서 구우면 냄새가 나기 쉬운 생선류, 김치전. 그리고 보통 한 끼 정도만 먹는 간편 나물류 등을 주로 반찬 가게에서 산단다. 가끔 도시락도 주문해 먹는다는데, 대화를 나누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처음 알았네. 젊은 사람이 많이 사는 신도시는 다르네. 그런 방법이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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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픈 채팅방에 입장할 수 있는 큐알 코드와 판매하는 반찬 신도시 반찬가게는 오픈 채팅방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반찬을 판매한다. |
| ⓒ 유영숙 |
그렇게 주문한 반찬은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반찬 가게에 가서 30% 할인한 가격으로 찾아오면 된다. 그래서 며느리도 오픈 채팅방을 자주 이용한단다. 반찬 가게는 많이 팔려서 좋고, 소비자는 원하는 반찬을 할인된 싼 값에 살 수 있으니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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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인 반찬 가게 신도시의 무인 반찬 가게에서 24시간 반찬을 살 수 있다. |
| ⓒ 유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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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도시의 24시 정육점 저녁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정육점이 있어서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고기를 살 수 있다. |
| ⓒ 유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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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다른 신도시의 무인 반찬가게 아침 8시 출근 길에 들른 24시 무인 반찬가게에서 필요한 반찬을 살 수 있었다. |
| ⓒ 유영숙 |
한 군데가 24시 무인 반찬 가게였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 문이 열려서 들어가 보았다. 다양한 반찬이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날, 퇴근하면서 반찬도 살 겸 그 가게 건너편에 있는 반찬가게를 방문해 보았다. 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임을 밝히고 사장님과 인터뷰를 했다. 사장님은 40대로 보이는 남자분이셨다.
- 사장님, 반찬 가게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저희도 처음에는 프랜차이즈로 운영했고요, 직접 반찬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은 2년쯤 되었어요."
- 주로 어떤 분이 반찬을 많이 사 가시나요?
"이곳은 젊은 사람이 많이 살아서 주로 30, 40대 주부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 반찬 가게 하시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물론 반찬 만드는 것이 어렵습니다. 저희 가게는 세 분이 음식을 만들고 저와 어머니가 반찬을 포장합니다. 힘들어도 저녁이면 만들어 놓은 반찬이 다 팔려서 뿌듯합니다."
- 혹시 오픈 채팅방도 운영하시나요?
"물론이지요. 여기 큐알 코드를 찍으시고 들어오시면 되세요."
산더미처럼 포장해 놓은 반찬이 저녁에 다 팔린다니. 반찬을 사 먹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날 '네 팩에 만 원'인 반찬들을 샀는데, 사장님께서는 한 팩을 덤으로 주셨다. 집에 와서 먹었는데 반찬이 모두 맛있었다.
보통 반찬을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가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젊은 사람들은 직장에 다니며 아이들도 돌보려면 바쁠 테니, 그럴 때 자주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 먹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은퇴한 나는 가끔 특별한 반찬을 만들면 주말에 손주 데리고 아들이 올 때 꼭 싸서 보낸다. 자식에게 반찬을 만들어 주는 것도 요즘 조심해야 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래도 오이지무침이나 파김치, 오이 피클 등은 내가 잘 만드는 음식인데 며느리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늘 따로 담아 두었다고 보내면 '잘 먹고 있어요' 한다.
맞벌이 아들네를 생각하면 둘 다 아이들 돌보랴 일하랴 힘이 들 텐데, 주변에 반찬 가게가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우리 때야 안 그랬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 요즘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24시간 운영하는 반찬 가게가 있으니 바쁜 분들이 이용하기 좋겠단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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