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 빨간조끼 입은 사람이 판 것은 "응원하는 마음"

김성호 2025. 7. 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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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바로여기 13] 노숙인 자활 잡지 <빅이슈> 15주년 팝업 전시 방문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성호 기자]

서울시민이라면 잡지 <빅이슈>를 아는 이가 많을 테다. 잡지의 존재를 모른대도 지하철 역 앞에서 빨간조끼를 입고 잡지를 파는 '빅판'을 본 일 정도는 있을 것이다. 권당 1만2000원, 그중 절반인 6000원이 판매원인 빅판에게 돌아가 홈리스 자립 준비금으로 활용케 하는 잡지가 바로 <빅이슈>다. 1991년 영국에서 시작된 <빅이슈> 한국판이 올해로 15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이다.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뚝섬역 인근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1층 카페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빅이슈코리아가 <빅이슈> 15주년을 맞아 구독자를 초청해 맞이하는 행사다. 빅이슈코리아의 15년을 기록한 사진전시부터, 그간 발행한 잡지를 한눈에 바라보는 잡지 전시 등이 이뤄진다. 특히 3일은 빅판이 직접 내려주는 로우키 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는 팝업카페도 열렸다. 나는 이날 이곳을 찾아 <빅이슈> 15주년을 응원했다.

잡지가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다. 매체에 글을 실어온 지 햇수로 20년 가까이 되는 동안 망한 잡지만도 십 수 곳을 보았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끼고 있지 않은 잡지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간 수많은 편집인을 만나며 속속들이 알게 됐다. 글값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매체, 아예 상품권이나 현물로 갈음하는 매체, 급기야는 돈을 줄 수 없다며 글만 청해오는 매체들도 숱하게 마주했다. 그 모두의 근간엔 같은 이유가 자리할 터다. 읽는 이가 사라져 가는 것이다.
▲ 빅이슈 엽서 그림
ⓒ 김성호
빅이슈 15주년 팝업 전시

<빅이슈>라고 해서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한때 3만부 이상 판매되며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잡지,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주목할 만한 잡지로 알려졌던 <빅이슈>도 예전 같지 않다. 판매처가 줄어 격주간지에서 월간지로 변경된 것도 그래서다. 유튜브, 틱톡, 각종 쇼츠 등 영상콘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활자매체가 선호되지 않는 환경도 영향이 없지 않을 테다.

그렇다고 앉아서 죽는 소리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제가 돕고자 하는 이들, 또 제 뒤를 든든히 지키는 독자들을 둔 <빅이슈>는 더더욱 그렇다. 빅판이 내려 서빙해준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이들이 준비한 전시장 풍경을 구경했다. <빅이슈>가 지나온 시간들, 빅판들과 만나고 그들을 일으킨 기록들이 사진으로 전시된 모습은 특별한 감상을 일으킨다. 빅판들로 꾸려진 축구팀과 대회기록, 빅판을 응원하는 빅돔의 활약상도 한켠에 정리돼 있다.

다른 무엇보다 현역 빅판들의 사진 아래 그들이 기억에 남는 독자를 언급한 대목은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 빅이슈 팝업 전시
ⓒ 김성호
빅판과 독자들의 만남

삼성역 6번출구를 지키는 빅판은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독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일전에 빅이슈 잡지에도 소개되었던 자매 독자님이신데 언니분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며 "찐 독자님이 결혼한다고 하는데 가만있을 수 없어 성의를 표시하는 축의금을 전달하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제가 부담스러워할까 청첩장 전달을 망설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서도 "축의금을 전달할 때 독자님이 눈물을 보여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저는 제 성의를 보인 것이라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구로디지털단지역 6번출구 빅판은 독자에게 편지를 받은 사연을 소개했다. 그가 받은 편지글에서 독자는 "저는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다. 일상 속 좁은 지하철에서 부딪치는 사람들을 속으로 욕해가는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흑백 색의 현대인"이라며 "그럴 때 빅이슈를 구매하면 늘 기분이 좋다"고 적었다. 그의 편지를 소개한 빅판은 "인신공격과 비방글이 난무하는 인터넷 세상인데 이런 편지를 받아서 너무 기뻤다"고 전했다.

합정역 7번출구 앞 빅판은 "매 신간마다 찾아주시던 오랜 단골 독자 분들이 이사간다며 인사를 주신 후 오지 않으셔서 기억에 남고, 잘 지내시는지 안부 인사를 하고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 독자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여러 빅판이 저만의 사연을 소개해 팝업을 찾는 이의 흥미를 당긴다.
▲ 빅이슈 전시장 내부
ⓒ 김성호
빅판에게 구매하는 충실한 잡지

팝업에서 받아볼 수 있는 엽서엔 <빅이슈>를 꾸려가는 김수열 이사장의 글도 담겨 독자를 맞이한다. 15주년을 맞아 작성한 편지글엔 "빅이슈코리아가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지 어느덧 열다섯 해가 되었다"며 "그동안 <빅이슈>는 약 259만 권이 판매되었다"는 평가부터 독자를 향한 감사와 향후 계획 등이 언급돼 있다.

김 이사장은 "빅이슈 판매원의 손에서 독자님의 손으로 전달된 것은 잡지와 더불어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마음이었다"며 "덕분에 빅이슈코리아는 지난 15년간 기꺼이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홈리스의 손을 잡고 그 손을 놓칠세라 더욱 꼭 붙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여전히 <빅이슈>는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는 이들의 손에 자립의 도구로 들려 있다"며 "빅이슈코리아는 개인 지원 중심의 기존 솔루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주거권 문제를 공론화하며 사회구조적 인식 및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빅이슈>의 오늘을 소개했다.

<빅이슈>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충실한 콘텐츠가 아닌가 싶다. 잡지의 뜻에 동참한 이들의 수고가 깃든 글은 활자매체가 당면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이 잡지를 지탱하는 요소다. 독자들은 <빅이슈>를 통해 한국사회 속 작고 귀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15년 간 <빅이슈>가 담당해온 역할이 그저 홈리스를 향한 응원에서 그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팝업스토어에서, 또 지하철 역사 앞에서 <빅이슈> 한 권을 구입하는 건 홈리스와 잡지를 꾸려가는 이들에 대한 응원이자,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기도 할 테다.
▲ 빅이슈 빅판들이 직접 내려주는 팝업카페
ⓒ 김성호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작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 '김성호의 독서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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