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 빨간조끼 입은 사람이 판 것은 "응원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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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기자]
서울시민이라면 잡지 <빅이슈>를 아는 이가 많을 테다. 잡지의 존재를 모른대도 지하철 역 앞에서 빨간조끼를 입고 잡지를 파는 '빅판'을 본 일 정도는 있을 것이다. 권당 1만2000원, 그중 절반인 6000원이 판매원인 빅판에게 돌아가 홈리스 자립 준비금으로 활용케 하는 잡지가 바로 <빅이슈>다. 1991년 영국에서 시작된 <빅이슈> 한국판이 올해로 15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이다.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뚝섬역 인근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1층 카페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빅이슈코리아가 <빅이슈> 15주년을 맞아 구독자를 초청해 맞이하는 행사다. 빅이슈코리아의 15년을 기록한 사진전시부터, 그간 발행한 잡지를 한눈에 바라보는 잡지 전시 등이 이뤄진다. 특히 3일은 빅판이 직접 내려주는 로우키 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는 팝업카페도 열렸다. 나는 이날 이곳을 찾아 <빅이슈> 15주년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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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이슈 엽서 그림 |
| ⓒ 김성호 |
<빅이슈>라고 해서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한때 3만부 이상 판매되며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잡지,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주목할 만한 잡지로 알려졌던 <빅이슈>도 예전 같지 않다. 판매처가 줄어 격주간지에서 월간지로 변경된 것도 그래서다. 유튜브, 틱톡, 각종 쇼츠 등 영상콘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활자매체가 선호되지 않는 환경도 영향이 없지 않을 테다.
그렇다고 앉아서 죽는 소리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제가 돕고자 하는 이들, 또 제 뒤를 든든히 지키는 독자들을 둔 <빅이슈>는 더더욱 그렇다. 빅판이 내려 서빙해준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이들이 준비한 전시장 풍경을 구경했다. <빅이슈>가 지나온 시간들, 빅판들과 만나고 그들을 일으킨 기록들이 사진으로 전시된 모습은 특별한 감상을 일으킨다. 빅판들로 꾸려진 축구팀과 대회기록, 빅판을 응원하는 빅돔의 활약상도 한켠에 정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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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이슈 팝업 전시 |
| ⓒ 김성호 |
삼성역 6번출구를 지키는 빅판은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독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일전에 빅이슈 잡지에도 소개되었던 자매 독자님이신데 언니분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며 "찐 독자님이 결혼한다고 하는데 가만있을 수 없어 성의를 표시하는 축의금을 전달하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제가 부담스러워할까 청첩장 전달을 망설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서도 "축의금을 전달할 때 독자님이 눈물을 보여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저는 제 성의를 보인 것이라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구로디지털단지역 6번출구 빅판은 독자에게 편지를 받은 사연을 소개했다. 그가 받은 편지글에서 독자는 "저는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다. 일상 속 좁은 지하철에서 부딪치는 사람들을 속으로 욕해가는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흑백 색의 현대인"이라며 "그럴 때 빅이슈를 구매하면 늘 기분이 좋다"고 적었다. 그의 편지를 소개한 빅판은 "인신공격과 비방글이 난무하는 인터넷 세상인데 이런 편지를 받아서 너무 기뻤다"고 전했다.
합정역 7번출구 앞 빅판은 "매 신간마다 찾아주시던 오랜 단골 독자 분들이 이사간다며 인사를 주신 후 오지 않으셔서 기억에 남고, 잘 지내시는지 안부 인사를 하고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 독자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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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이슈 전시장 내부 |
| ⓒ 김성호 |
팝업에서 받아볼 수 있는 엽서엔 <빅이슈>를 꾸려가는 김수열 이사장의 글도 담겨 독자를 맞이한다. 15주년을 맞아 작성한 편지글엔 "빅이슈코리아가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지 어느덧 열다섯 해가 되었다"며 "그동안 <빅이슈>는 약 259만 권이 판매되었다"는 평가부터 독자를 향한 감사와 향후 계획 등이 언급돼 있다.
김 이사장은 "빅이슈 판매원의 손에서 독자님의 손으로 전달된 것은 잡지와 더불어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마음이었다"며 "덕분에 빅이슈코리아는 지난 15년간 기꺼이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홈리스의 손을 잡고 그 손을 놓칠세라 더욱 꼭 붙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여전히 <빅이슈>는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는 이들의 손에 자립의 도구로 들려 있다"며 "빅이슈코리아는 개인 지원 중심의 기존 솔루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주거권 문제를 공론화하며 사회구조적 인식 및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빅이슈>의 오늘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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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이슈 빅판들이 직접 내려주는 팝업카페 |
| ⓒ 김성호 |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작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 '김성호의 독서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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