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간’을 만들어준 영혼 사탕, 아니무스 색소폰 콰르텟
'아니무스(Animus)'를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해석한다고 한다. 그 유명한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은 이 아니무스라는 용어를 여성이 가지는 남성성을 칭하는 용어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활기참, 화려함, 생기있음, 밝음 등의 정신이 들어있는 용어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 곡은 하이든의 현악 4중주 곡이다. 23번 F 단조 곡이다. 1악장과 4악장을 들었다. 조금 빠른 선율이다. 세련된 형식미, 색소폰으로 고급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을 선택한 듯 했다. 기존 현악곡이 색소폰 앙상블로 넘어오면서 화려함을 가지게 된 듯 하다.
소프라노 색소폰은 클라리넷, 오보에, 바이올린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맘껏 앙상블 윗 공간을 넘나드는 모습이었다. 서귀포까지 갔던 보람이 있다. 원방성(멀리 떨어져 있음)도 감상을 위한 하나의 양념이었다. 집중의 효과라고 할까! 색소폰만의 특징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리드의 소리, 리드의 효과가 리듬을 읽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바리톤 색소폰은 모든 기교를 빼고 클래식함만을 지향하는 연주에서 특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너는 바순을 느끼게 했다. 가장 바쁜 엘토 색소폰, 화성에서 내성(주 멜로디를 맡아 제일 높은 음역을 맡거나 베이스음을 맡지 않고, 화성을 구성하는 화음의 중간 음을 맡는 중요한 앨토파트 영역) 역할을 팽팽하게 유지하며 주멜로디를 담당해내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색소폰 앙상블은 클래식과 대중연주영역으로 나눌 수 있겠지만, 음악회를 보고는 아예 다른 영역이라고 규정해야 할 정도로 '아니무스'는 클래식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소폰은 악기마다의 특성들이 모날 정도로 들어내는데 '아니무스'의 음악에서는 블랜딩과 협력의 결과인지 화음으로만 들리는 행복감을 주었다. 클래식 색소폰이 구성한 화음의 달콤함을 처음 느낀 것이다.

셋째 곡은 그리그의 홀베이그 모음곡이다. 기분이 밝아지는 곡 중 대표곡이라 할 수 있다. 그리그의 다른 모음곡들은 목가적이라는 느낌을 주곤하지만 이번 선정한 곡은 밝았다. 이 곡을 들으면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라는 소설의 한 표현이 생각났다. "사탕처럼 독서를 통해 그 저자의 영혼과 정신을 빤다"는 표현이다. 아니무스 색소폰 콰르텟 팀은 듣는 이들에게 영혼을 '이끌어다 주는 사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밝아졌다.
넷째 곡은 그라나도스의 '12개의 스페인 무곡'이다. 스페인 여러 지역의 민속 춤과 음악적 정서를 모티프로 삼아 느낌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곡이다. 아도르노가 순수예술의 산업화로 인한 피해를 지적하는 맥락처럼 색소폰은 대중성을 지향하기 딱 좋은 악기, 대중성이라는 강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계속 느끼게 하는 악기이지만 아니무스 콰르텟은 순수예술의 엄격함을 잘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김남조 시인의 시, 사랑 초서 중 "사랑하면 우물가에 목말라 죽는 그녀된다."라는 싯구가 생각난다. 테너 색소폰이 고음역대에서 아르페지오(화음을 동시에 수직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음씩 펼쳐서 진행하면서 화음을 느끼게 하는?)를 예쁘게 한다. 특이하고, 색다른 느낌이다. 이 부분이 이 곡에서 느낀 점 중 하나이다.

다섯 번째 곡은 멘델스존의 현악 4중주곡이다. E단조, 44번 중 1악장이다. '과연 맨델스존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멘델스존 가문에서 물려받은 취향과 문화의 고급함(부르디외가 이야기하는 아비투스)이 있어서 그런지 궁에 초대되어 들어가면서 듣는 분위기가 살아났다. 색소폰들이 각각 자신있는 호흡으로 소리를 허공에 강하게 쏘아내도 한 곳에서 만나고, 선율과 화음은 차곡차곡 잘 얹히는 느낌이었다. 역시 블랜딩!
여섯째 곡이다. 피아졸라의 '미켈란젤로 70'이라는 곡이다. 찾아보니 이 미켈란젤로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카페 이름이고, 70은 70년대의 정신을 담은 곡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작곡가가 지내던 시대와 장소 예찬곡이라고할까? 작곡가와 관련있는 네이밍이다. 하나 알고 지나가고 싶다. 이 곡은 '누에보 탱고(Nuevo Tango)'라는 장르의 곡이라고 한다. 피아졸라가 만들어낸 장르라고도 하는데, 강렬하고 불규칙하다는 것이 특징이고, 급작스런 템포변화 등을 즐겨 사용하는 탱고곡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 하다. 항상 기이한 즐거움을 주는 피아졸라이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곡을 감상했다. 처음 보는 클래식한 색소폰 콰르텟이었다. 아니무스 콰르텟이 색소폰으로 세계를 제패할 일이 멀지 않았구나(Le jour où le quatuor de saxophones Animus dominera le monde n'est plus très loin!)하는 느낌을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 가보고 알았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공주교대 지휘전공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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